뱃속 아이 남기고 숨진 강 씨… 네티즌 수사대 총출동
‘그것이알고싶다’도 취재…애도?위로물결 ‘훈훈’
![]() | ||||||||
▲ ‘크림빵 아빠’ 故 강경호 씨가 뺑소니 사고를 당한 흥덕구 무심천 둑방 도로. 강 씨는 지난 10일 임신한 아내에게 줄 크림빵을 사가지고 귀가하던 중 불의의 사고를 당했다. 사진/육성준 기자
| ||||||||
“아버지가 운수업을 했는데 발목을 다쳤어요. 차량 운행을 못하면서 경제적 어려움이 생겨 형이 가지고 있던 꿈을 잠시 접고 그 화물차를 도맡아서 운전을 하게 됐다고 말했어요. 형은 저에게 내가 화물차 일을 안 하면 네가 할 수밖에 없다고 했습니다. 그 뒤로도 주변에 모든 경제적인 여러 일들을 형이 다 도맡아서 했습니다”
강 씨의 동생 강경민씨는 숨진 형에 대해 이렇게 회상했다. 크림빵 아빠 고 강경호(29)씨. 그는 강원지역 모 사범대학을 수석으로 졸업했다. 하지만 교사의 꿈을 이루기 전에 운전대를 잡았다. 작가를 꿈꾸고 또 평생 교육가를 꿈꿨다는 강 씨. 하지만 숨진 강 씨는 불의의 뺑소니 사고에 의해 고이 간직했던 꿈을 접게 됐다.
지난 10일 새벽 1시 30분경. 화물차 운전 일을 마친 강 씨는 아내에게 줄 크림빵을 사들고 귀가 길을 서둘렀다. 사고 10여분 전 강 씨는 임신한 아내에게 전화해 “당신이 좋아하는 케익대신 크림빵을 사서 미안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것은 강 씨 부부 사이의 마지막 대화가 됐다. 전화 통화 후 뺑소니 차량에 치인 강 씨는 의식을 잃고 도로에 쓰러졌다.
지나던 택시기사가 쓰러진 강 씨를 발견해 병원으로 이송했지만 끝내 숨을 거뒀다. 사고 당시 강 씨의 아내는 임신 7개월. 세달 후면 강 씨는 아빠가 될 터였지만 끝내 태어날 아이의 얼굴을 보지 못했다.
지난해 10월 결혼한 강 씨는 아내와 함께 임용고시를 준비했다. 하지만 생계를 책임졌던 아버지의 부상으로 생계전선에 뛰어들었다. 사고가 있던 날도 강 씨는 화물차 운전을 마치고 차고지에 차량을 주차한 뒤 귀가하던 중이었다.
교사 꿈 잠시 접고 화물차 운전
뺑소니 차량은 ‘크림빵 아빠’ 강 씨의 모든 꿈을 앗아가고도 흔적조차 제대로 남기지 않았다. 뺑소니 차량이 남긴 것은 인근 CCTV에 담긴 약 1초 동안의 영상이 전부다. 하지만 이 영상에는 차종이나 차량번호가 남아 있지 않다.
뺑소니 차량이 흔적을 남기지 않아 경찰수사도 아직까지는 진척이 없다. 26일 강 씨의 동생이 언론에 “범인을 특정 할 수 있는 결정적인 제보를 받고 경찰에 관련 자료를 제출했다”고 말해 범인 검거에 대한 기대가 높아졌지만 사실과 달랐다. 강 씨의 유족은 전화통화에서 “범인이라고 특정할 정도로 기대했지만 도로 원점으로 왔다”과 밝혔다. 흥덕경찰서 관계자도 “오보였다”고 밝혔다.
크림빵 뺑소니 사건을 수사하고 있는 경찰도 답답하긴 마찬가지다. 27일 사건을 수사하고 있는 한경구 흥덕경찰서 경감은 YTN라디오 ‘신율의 출발 새아침’에 출연해 “사고지점이 좌측으로는 하천이 흐르고 있고, 우측으로는 공장지대이기 때문에 사고시간대에는 차량통행이 거의 없는 도로”라며 “목격자라든지, 사고 지점을 직접 비추는 CCTV도 없다”며 수사에 어려움을 토로했다.
경찰이 뺑소니 사고 범인 검거에 애를 먹고 있는 가운데 네티즌 수사대가 총 출동해 수사에 도움이 되고 있다.
‘보배드림’이라는 인터넷 자동차 쇼핑몰. 크림빵 아빠의 애달픈 사연이 이 사이트에 소개됐고 여러분야의 전문적인 식견을 가진 회원들이 CCTV 화면을 분석하기 시작했다. 일반 회원들은 관련 사연을 다른 사이트에 전파하며 목격자를 찾았다. 이런 결과 이 사이트를 통해 수십개의 제보가 쏟아졌다.
용의차량은 BMW550
특히 이 사이트 회원인 자동차 전문가가 CCTV 화면을 분석해 차종과 차량번호 일부를 특정하기도 했다. 인터넷 카페 하이블랙 운영자라고 밝힌 김두호 씨가 바로 그 주인공.
그는 “카페활동만 하다가 이번에 안타까운 사연이 있어서 이번 주말 이틀 동안 계속 판독을 했다.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다”며 관련 정보를 공개했다. 그는 “일단 차량은 두개 차량으로 줄였다. 차량 옆 유리라인 외 여러 가지 일치하는 차량 외부 모습으로 판독했다”며 “판독기로 차량길이 측정결과 차량은 BMW 회사 제품으로 좁혀지지만 차량크기 라인 판독시 BME7시리즈도 추가 가능성 있다“고 밝혔다. 또 차량번호 일부를 식별한 자료도 공개했다.
이에 대해서 경찰도 네티즌 수사대의 분석자료의 전문성을 인정했다. 김 씨 등 네티즌들이 차종이 BMW5이고 차량 번호 등 구체적인 제보를 하고 있는 것에 대해 한경구 흥덕경찰소 경감은 “일부 언론에서 CCTV영상을 전문가에게 분석 의뢰해서 대조해보니까 BMW5 시리즈와 유사하다는 의견이 있다”며 “저희도 그 의견을 참고해서 BMW5로 추정하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경찰은 아직까지 용의자를 특정하지는 못했다. 범인을 검거하기 위해서는 또 다른 제보가 절실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 경감은 뺑소니 범인을 검거하려면 제보가 가장 필요하다며 “용의차량이 발견되었다면 파손된 부분과 번호판의 사진을 찍어 보내주시면 좋다”며 “확실한 근거와 함께 제보해 주시면 수사하는데 많은 도움이 될 것 같다”고 당부했다.
한편 크림빵 뺑소니 사건에 대해 SBS 시사프로그램 ‘그것이 알고 싶다’도 취재에 돌입했다. ‘그것이알고싶다’ 제작진은 지난 주 방송 중 ‘크림빵 아빠 사건’의 제보를 받는다며 취재돌입 사실을 알렸다. 또 보배드림 게시판에는 회원들의 방송취재 참여 후기가 올라와 있다.
‘크림빵 뺑소니’… 고액 포상금 걸려
경찰 신고보상금 500만원… 유족도 3000만원
청주흥덕경찰서(서장 박세호)가 일명 ‘크림빵 뺑소니’ 사건 용의차량을 제보한 시민에게 포상금을 지급하기로 결정하고 범인 검거에 총력을 기울이기로 했다.
22일 흥덕경찰서는 사고와 관련해 결정적인 단서를 제보하거나 신고한 시민에게 신고보상금 최대 500만원을 지급하기로 했다.
경찰이 제시한 신고보상금과 별도로 피해자 가족 측에서도 현상금 3,000만원을 내걸고 시민들의 소중한 제보를 기다리고 있다.
‘크림빵 뺑소니’ 사건은 지난 1월 10일 새벽 1시 30분경 청주시 흥덕구 무심서로 로스텍 건물 앞에서 발생했다. 제보는 청주흥덕경찰서 교통사고 조사계(043-270-3251)로 하면 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