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주대 사태 해결 수순 밟나…총동문회장 중재로 심도 깊은 토의
사회학과 폐과 재검토·총장의 권한회복·교수회 학칙기구화 논의
이날 토론회에는 대학 측에서 황신모 총장과 유병갑 부총장, 정규호 기획처장, 안영호 사무처장 등 4명이, 범비대위 측에선 조상 교수회장, 박명원 총학생회장, 박용기 직원노조지부장, 경청호 총동문회장 등 4명이 토론자로 참석했다. 양측에서 각 10명씩 참관인이 배석했다. 처음에는 언론 공개 여부 및 면담과 토론회의 형식을 두고 의견차가 생겨 지지부진하다가 20여분만에 본격적인 토론에 들어갔다.

이날 토론회에서 범비대위 측은 △사회학과 폐과 재검토 △법정 전입금의 교비 지출 금지 △인사권 등 학교법인으로 넘어간 모든 권한 원상회복 △교수회 학칙 기구화 △대학평의원회(대평) 규정 개정 등을 요구하고 나섰다.
이에 대해 대학 측은 △대학정상화에 협조할 것 △대학구조개혁 평가 준비에 능동적으로 참여할 것 △충청권 사립대 1위 대학 추진에 능동적으로 참여할 것 △가칭 ‘청주대학교 발전협의회’ 구성에 참여할 것 등을 요구했다.
토론 시작 전 경청호 총동문회장은 의사진행 발언을 통해 “총동문회장 자격으로 대학 측과 구성원 간의 원활한 토론이 이뤄질 수 있도록 중재자 역할을 하겠다”고 자청해 토론회의 전반적인 진행을 맡았다.
“오늘 처음 총장으로 불러드린다”
조상 교수회장은 “오늘 처음으로 황신모 총장으로 불러드리겠다. 진일보한 변화다. 이 자리에서 총장으로 대우해주겠다”며 대화를 시작했다. 황신모 총장은 모두발언을 통해 “총장 선임과정에서 문제가 있었다는 것에 대해 먼저 죄송한 말씀을 드리겠다. 이것이 사립대학의 현실이다. 총장을 민주적으로 선출하지 못하고 있다. 총장의 명을 받고 많이 고민했다. 학생 중심의 대학, 찾아가는 총장, 심부름꾼이 되는 총장이 되겠다. 민주적인 대학이 되도록 노력하겠다”며 “지금은 대학 구조개혁 평가에서 청주대가 ‘보통’이상의 평가를 받기 위해 전력을 다해야 할 때다. 만약 ‘미비’, ‘매우미비’를 받게 되면 공멸할 우려까지 있다”라고 강조했다.
이에 조상 교수회장은 “황신모 총장의 모두발언은 듣기에 좋지만 이 말은 김윤배 총장이 13년 전 처음 총장이 될 때도 들었던 말들이다. 구성원들은 이러한 발언을 담보할 수 있는 확정적인 약속과 제도적인 장치를 요구한다”라고 답했다.

범비대위는 먼저 지난해 사회학과 폐과에 대한 재검토를 강력하게 요청했고, 이에 대학 측은 재검토 의사를 밝혔다. 박명원 총학생회장은 “사회학과 폐과는 기존 폐과 과정과 달리 단 4일 만에 처리가 됐고, 단 한번도 학생과 해당교수의 의견을 듣지 않았다. 학생들은 별도로 구조조정 대책위원회를 발족해 활동하고 있는데 학교 측이 이러한 기구를 만든다면 동참의사가 있다”라고 밝혔다.
청주대는 지난 2012년 재단 이사장에게 보직교수 인사권 등 사실상 모든 권한을 이양했다. 이에 범비대위 관계자는 “총장의 고유권한이 보직교수 임명권인데 이 모든 게 이사장이 하도록 돼 있다. 나중에 김윤배 총장이 이사장을 하기 위해 포석을 놓은 것이다. 지금구조에서는 김윤배 총장이 상왕노릇을 하겠다는 것밖에 안 된다. 정상적으로 되돌려놓아야 한다. 이는 황 총장에게도 좋을 일 아니냐”고 질문을 던졌다. 황 총장은 “내부적으로 검토해 보겠다”긍정적인 답변을 했다.
경청호 회장은 “그동안은 파워맨(김윤배 총장)이 있어서 보직교수들이 문제를 인식하고 있어도 실천하지 못했다. 범비대위가 총대를 메고 정상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역사의 흐름이 바뀌었다. 그런데도 잘못된 것을 알고만 있고 여전히 고치지 않는다면 책임이 크다”라고 지적했다.
파워맨이 정말 사라졌을까
이날 가장 논란이 된 사항은 교수회 학칙 기구화다. 조상 교수회장은 “청주대는 교수사회가 분열돼 동력을 잃고 있다. 지금까지 청주대는 교수회, 교수연합회로 나눠져 있었다. 따라서 보직교수도 20%의 인력 풀 안에서만 쓰고 있는 상황이다. 반면 서원대는 2003년 교수회가 학칙기구화됐다. 서원대보다 교수회가 학칙기구화 되지 못한 청주대가 현재 경쟁력이 더 떨어지고 있다”라고 강조한 뒤 “교수회를 법정단체로 인정해줘야 한다. 그간 교수회든, 교수연합회든 임의단체에 불과했다. 앞으로 청주대의 모든 교수가 함께하는 기구가 만들어져야 분열을 끝낼 수 있다. 그건 교수회를 인정하고 교수연합회를 인정하지 말라는 차원의 얘기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범비대위원들은 “오늘 제시하는 5가지 선결 과제도 확답을 주지 않는다면 어떻게 함께 대학의 정상화를 해나갈 수 있겠느냐”며 황 총장에게 확실한 답을 재촉했다.
이에 황 총장을 비롯한 보직교수들은 “학칙기구화는 아직 생각해보지 않았지만 교수회를 대화의 파트너로서 인정하고 정기적으로 만나서 의견을 나누겠다”라고 답변했다.
한편, 청주대의 교수조직인 교수연합회의 실체를 놓고도 설전이 오갔다. 교수회 관계자는 “교수연합회장이 지금 있느냐, 유령단체에 불과하다. 교수회 또한 지금까지 대학 측이 한번도 인정해준 적이 없다. 본관 대회의실을 빌려주지 않아 복도에서 회의를 하고 있고, 유일하게 겨울에도 난방이 안 되는 곳이 교수회 사무실이다. 교수사회 분열을 막기 위해서는 통합된 조직이 필요하다. 이미 국립대와 일부 사립대는 학칙기구화했다”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유병갑 부총장이 “저는 교수연합회원이다. 분기별로 1~2번 회의는 한다”라고 답했다가 범비대위원들의 원성을 샀다.
이외에 법정 전입금을 교비에서 지출하는 것을 금지하고, 대학 평의원회 구성할 때 의원 숫자와 의원 선출 방식 재검토를 요구했다. 현재 6명의 위원 가운데 3명을 총장이 임명하도록 돼 있다.
황신모 총장은 이날 곤란한 질문에 대해서는 “토론회라고 하면서 자꾸만 yes or no를 요구하고 있다. 저도 말을 못하는 사람이 아닌데 오늘 토론회는 조상 교수회장이 1/8가량 하시는 것 같다”라면서 농담을 던지는 등 예상했던 것보다 우호적인 분위기를 연출했다. 또한 황 총장은 범비대위가 자신의 존재를 김윤배 총장의 아바타로 여기는 것에 대해 선을 그었다.
그는 “ 전 총장의 재직 시 문제를 지적하면 부총장으로 보직을 맡고 있었기 때문에 할말이 없다. 책임을 통감한다. 하지만 전임 총장과 저를 동일시하는 건 지나친 비약이다. 김 총장하고 저는 살아온 성장배경부터가 다르고 의식도 다르다. 사회활동도 달랐기 때문에 동일시해서 보면 안 된다. 청주대 발전에 대한 인식은 같았지만 방법은 달랐다”라고 답했다.
한 참석자는 “생각했던 것보다 대화를 통해 서로 합의를 이끌어낸 부분이 많았다. 대학평가에서 청주대가 잇따라 하위등급을 받은 상황에서 하루빨리 마음을 모아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대학구조평가를 위해 오는 3월 21일까지 청주대는 대학구조개혁보고서를 제출해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