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돈농가 통제초소에 공무원 배치···농장출입 차량 소독필증 확인이 전부
전공노 충북본부 ‘당장 중단’ 요구에 충북도 “공무원들이 할 수 있는 최선”
지난해는 조류인플루엔자(AI), 올해는 구제역으로 충북은 매년 힘든 겨울을 보내고 있다. 구제역은 지난해 12월 3일 충북 진천지역 축산기업농에서 처음 발생했다. 그러자 지난 8일 정홍원 국무총리 진천 방문, 국민안전처장관 대책회의, 농식품부 차관보 방문 등이 잇따랐다. 이에 따라 충북구제역대책본부(이하 대책본부)는 ‘구제역 조기 종식을 위한 특별방역대책’을 수립하고 살처분 범위 확대, 거점소독시설 정비, 전 양돈농가 대상 통제초소 확대설치·운영, 예방접종 강화, 농장별 전담공무원제 운영 등을 실천키로 했다.

그런데 이 중 양돈농가 대상 통제초소 운영에 대해 불만이 터져 나왔다. 대책본부는 1월 10~20일 시·군 공무원들을 배치해 농장출입 차량이 소독필증을 받았는지 확인토록 하라는 지시를 내렸다. 이에 따라 270개 초소에서 공무원 1명과 봉사단체 혹은 마을주민 1명 등 총 2명이 오전9시-오후6시 양돈농가 앞에서 근무하고 있다. 대책본부는 “공무원이 반드시 포함되도록 조편성을 하고, 양돈농가 입구에 바리케이트·플래카드·지시봉·난방시설을 설치토록 한다. 농장출입 축산차량의 소독필증을 확인하고 없을 경우는 출입을 금지토록 하라”는 대책을 지시했다. 소독필증은 인근 거점소독소에서 받는다.
이에 대해 전국공무원노조 충북지역본부는 전시행정 중단을 요구하고 나섰다. 이들은 “농장주들은 오히려 통제초소 근무 공무원이 구제역 전염의 오염원이 될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출입차량이 소독을 제대로 했는지 감시하는 방법은 구제역 차단에 별 효과도 없이 농장주들에게 거부감과 불안감만 느끼게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특별방역기간 10일 동안 거점소독소 증설과 이에 따르는 인건비, 통제초소 설치비 등으로 충북에서만 7억5000만원이 들어갈 예정이다. 이는 행정력 낭비와 예산낭비를 불러 일으키는 전시행정이므로 당장 중단하라”고 요구했다. 7억5000만원은 구제역 방역을 위해 정부로부터 받은 특별교부세로 확인됐다.
문재오 사무처장은 “농장주들을 만나 물어보니 아무런 효과없는 전시행정일 뿐이라고 하더라”라며 “일정규모 이상이 되는 양돈농가는 모두 바리케이트가 쳐져 있어 초인종을 누르면 농장주가 나온다. 농장주들이 감시를 하고 있다. 그런데 공무원들이 하루종일 서있는 게 무슨 소용이 있겠나. 여기 들어가는 공무원들은 오히려 소독을 하지 않고 간다. 소독 장비가 없다. 정홍원 총리 방문이후 나온 효과없는 대책”이라고 비난했다. 이 문제를 놓고 충북도 김문근 농정국장에게 따졌으나 공무원들이 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이기 때문에 계속한다는 답변을 들었다는 것이다.

“공무원 철수시켜라”
이에 대해 김문근 농정국장은 “현재 270개 초소를 운영하고 있다. 처음에는 24시간 운영체제로 가다 노조에서 문제를 삼아 낮에만 하고 있다. 대부분의 농가는 소독을 잘하고 백신접종도 하고 있다. 1%의 문제발생을 우려해 통제초소를 운영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초소운영 근무자들이 소독을 제대로 하고 있는가에 대해서는 “초소 근무 공무원들은 방역복을 입고 거점소독소에서 소독한 뒤 초소에 1개씩 지급된 휴대용 소독기로 다시 한 번 소독한다”고 답변했다. 하지만 일선 시·군에서 초소 근무 공무원들의 소독은 말처럼 철저하게 이뤄지지 않는다는 게 노조원들 말이다. 그러면서 노조원들은 행정부지사와 부시장·부군수회의 체제를 없애고 현장사정을 잘아는 방역관 회의로 대체하라고 주장했다.
한편 홍용표라고 자신의 이름을 밝힌 사람은 청와대 자유게시판에 지난 10일 이런 글을 올렸다. “충북에서 구제역 확산방지 정책으로 돼지사육농장 전체에 공무원을 1일 3교대로 파견해 농장입구에 근무를 시키고 있다. 하지만 부작용도 생각해 주셨으면 좋겠다. 차단방역에 노력하는 농장에 접근하지 않아도 되는 차량과 사람의 접촉으로 역효과가 생길 수 있다. 파견근무하는 공무원과 타고 온 차량이 구제역 바이러스에 노출되지 않았다고 어떻게 보장하겠는가? 추운날씨에 고생하는 사람들도 염려되고, 감독 당하는 농장주들의 인권도 염려된다.”
또 손병옥 한돈협회 제천지부장도 충북도 홈페이지에 비슷한 글을 올렸다. 그는 “구제역은 전파가 매우 빠른 바이러스다. 한 명의 공무원이 근무하는 것도 아니고 이 사람 저 사람 교대근무하는데 이는 바이러스 전파를 자초하는 것이다. 우리 농장은 우리가 지킬 것이니 공무원들을 철수시켜 주기 바란다”고 썼다.
어쨌든 강력하게 따져야 바뀌는 행정
올해부터 공무원 살처분 현장투입 중단, 전공노 충북본부 반발 효과
지난해 충북도는 조류인플루엔자(AI)D와의 전쟁을 치렀다. 가장 심했던 진천·음성지역에서는 약 100만 마리의 오리와 닭을 살처분했다. 가축전염병예방법에 의하면 AI에 걸린 가축과 농장주 이동제한조치는 농림부장관, 살처분 결정은 자치단체장이 하도록 돼있다. 때문에 살처분 과정에 투입된 사람들은 도내 공무원들이었다. 여기에 군인과 일부 민간인이 포함됐다. 진천군에서는 이 현장에 투입됐던 사회복지직 공무원이 뇌출혈로 쓰러지는 안타까운 일이 발생했다. 나머지 공무원들 중에도 정신적 트라우마를 호소한 경우가 많았다.
국가가 방역대책을 수립하고 전문요원을 양성해 투입해야 함에도 공무원들을 동원한 것에 대해 공무원노조와 전문가들은 지속적으로 문제를 삼았다. 살처분 현장에 투입된 공무원들에게 지자체가 조치한 것도 크게 문제가 됐다. 공무원 A씨는 “보건소 직원으로부터 간단한 교육을 받은 뒤 신종플루 예방약 타미플루를 먹었다. 방제복과 마스크, 고글을 쓰고 장화를 신은 뒤 살처분 현장에 들어가 하루종일 푸대에 오리·닭 등을 잡아넣는 일을 했다. 그런 뒤 끝나고 나서 단체로 목욕을 했다”고 말했다. 진천군 공무원 중에서는 최대 7번, 음성군 공무원은 최대 5번까지 살처분 작업에 투입된 사람이 있다는 게 당시 해당 지자체 설명이었다.
그러자 전공노 충북지역본부는 전국에서 처음으로 AI와 관련해 국가인권위에 제소했다. 이들은 “가축전염병예방법이나 긴급행동지침에 공무원을 강제동원하라는 문구가 없는데도 동의를 받지 않고 동원하는 것은 비인권적 처사이다. 농림부 지침 강요에 의해 진행해 왔으나 공무원들이 트라우마 현상에 고통을 당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렇게 항의를 한 덕분에 올해 구제역 살처분 현장에는 공무원 투입이 중단됐다. 도 관계자는 “살처분은 관련 회사와 민간인들이 담당하고 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