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정면 행정·탑평·직동마을 주민들, 비상대책위 꾸리고 시위 예정
특히 마을주민들은 ‘주민동의 없는 송전탑 설치를 즉각 철회하라’며 현수막을 걸고, 집단 시위까지 준비하는 등 반발이 더욱 거세질 전망이어서 관계기관의 중재가 요구된다.
한국전력공사 충북강원개발지사는 충주시 주덕읍과 중앙탑면, 앙성면, 엄정면, 산척면 등지에 ‘154㎸ 신충주~북충주 송전선로 건설사업’을 추진 중이다.


신충주 변전소와 북충주 변전소간 송전선로 연결을 통한 충주지역의 전력수요 증가에 대비하고, 충주시 동서간의 안정적인 전력공급을 하기 위한 조치다. 선로길이는 32.237㎞며, 이들 지역에 철탑 81기(2회선 29기, 4회선 52기)가 건립된다.
이러한 계획이 알려지자 충주시 엄정면 행정마을, 탑평마을, 직동마을 주민들이 크게 반발하고 있다. 송전탑이 마을을 관통하게 되자 반감을 드러낸 것이다.
엄정면 행정마을 이장 홍봉희 씨는 “전파로 인해 사람이나 동물에게 피해가 있다고 들었다. 또 철탑을 보면 이사 오려던 사람들도 이사를 오지 않는다. 더욱이 땅값도 떨어지는 등 부작용이 많다”고 주장했다.
홍씨는 “송전탑으로 인한 피해를 겪어본 사람들은 누구나 피해를 말하고 있는데 누구라도 자기마을에 온다면 반대를 할 것이다. 그런 이유로 한전에 우회해서 건립하거나 일부 구간에 지중화를 요구하는 것인데 들어주질 않는다”고 강조했다.
이 마을 주민인 남성진 씨도 반대입장을 분명히 했다. 남씨는 “주민설명회를 했다고 하는데 음료수와 과자 몇 개 갖다놓고서 70~80대 노인들에게 ‘이렇게 지나갑니다’하는 것이 일방적인 통보지 그것이 무슨 설명회냐. 더구나 한전 직원은 우리에게 ‘동의하지 않으면 밀양처럼 밀어 붙이겠다’고 엄포를 놓는 등 강제 집행하겠다는 뜻을 밝혔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지금 비상대책위원회를 꾸린 상태고 조만간 시청 등에서 결사 반대시위를 할 것”이라고 피력했다.
인근 탑평마을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탑평마을 이장 김영준 씨는 “기존 철탑과 선로가 있으면 그곳에다 새롭게 설치하면 되지 왜 또 다른 선로를 놓으려 하는지 이해가 가질 않는다”며 “주민들도 다 그렇게 생각하는데 한전은 혈세가 들어가는 사업을 그런 식으로 처리하면 안 된다”고 역설했다.
송전선로 건설이 추진되면 15만 볼트의 송전선이 마을을 관통함에 따라 주민들은 송전선로 건설을 반대하고 있는 것이며, 이것이 어렵다면 송선전로 우회를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충주시 “관여사항 아니다” 뒷짐
이에 대해 한전은 15㎞ 가량 우회할 경우 그 지점에도 마을이 있고 경제성이 떨어져 어렵다는 입장이다. 한전 관계자는 “사실 어느 마을이나 송전선로가 지나가는 것을 싫어하는데 현재 결정된 안은 입지선정위원회를 구성해서 최적의 안으로 마련한 것”이라며 “입지선정위원회에 마을대표도 참여했다”고 답변했다. 이어 “일부 마을에서 민원이 발생하는 것으로 아는데 계속적으로 협의할 것”이라며 “주민대책위가 구성되면 요구하는 사항을 들어보고 민원을 최소화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관계자는 “충주에 기업도시, 첨단산업단지, 메가폴리스, 에코폴리스 등이 건설될 예정으로 추후 많은 전력 수급이 예정된다”며 “이를 대비하기 위해 신충주~북충주 송전선로 건설사업이 추진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충주시는 송전선로의 경우 자치단체 인허가 사항이 아니기 때문에 관여할 사항이 아니라고 항변하고 있다.
시 관계자는 “시의 인허가 사항도 아니고 저희가 할 수 있는 게 없다. 행정마을 주민들은 기존 선로를 이용하라고 하는데 그러면 다른 마을 반발도 커지는 만큼 문제가 더 커진다. 이달 저희가 중재해서 한전과 마을이 의견을 나누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송전탑 건설, 전국 곳곳 갈등… ‘전원개발촉진법’이 문제다
2012년 초 충주시 산척면 광동마을 주민들과 한전이 북충주변전소 설치를 둘러싸고 내홍을 겪었다.
주민들은 공사장 입구에 대형트랙터 등 농기구를 갖다놓고 농성을 벌였고, 공사가 지체되자 시공사 측은 마을주민을 업무방해로 고발하는 등 감정의 골이 깊었다.
당시 마을주민들은 “30여 년 전에 설치된 고압선이 마을을 가로질러 전자파 피해 등으로 심각한 고통을 받고 있는데 한전이 또 다시 변전소 설치공사를 강행한다”며 한전과 충주시를 상대로 대책마련을 촉구했다.
주민들은 특히 건강상의 피해를 주장했는데 ‘송전탑과 송전선이 지나는 인근의 주민들 중 인부가 각종 암으로 수술을 받았거나 암투병 중’이라는 사실과 ‘암소가 12번 인공수정을 해도 임신이 안 되는 등 피해를 보고 있다’고 성토했다.
주민들과 한전의 대치가 첨예하게 맞선 상황이 지속됐고, 결국 우회하는 쪽으로 결론이 났다.
이처럼 송전탑 및 송전선로를 둘러싸고 갈등이 빚어지는 이유는 사업계획 수립부터 추진과정, 보상대책에 이르기까지 모든 단계에서 절차적 민주주의, 투명성, 객관적 검증절차가 턱없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더욱이 관련법인 ‘전원(電源)개발촉진법’은 한전이 주민들의 토지를 강제수용하는 근거가 된다는 점에서 반민주적 행정집행의 주범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박정희 유신정권 말기인 1978년 만들어진 전원개발촉진법은 사업자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으로부터 실시계획승인을 받으면 도로법·하천법·수도법·농지법 등 19개 법령에서 다루는 인허가 사항을 모두 거친 것으로 본다.
전원개발촉진법은 무엇보다 주민 처지에서 중요한 입지선정 절차에 관해 아무런 규정을 두고 있지 않다. 때문에 송전선로의 입지선정은 법률적 근거 없이 사업자인 한전의 내부방침에 따라 진행된다.
한전은 한전 관계자, 사업 관계자, 주민대표, 지역전문가, 자치단체 공무원, 갈등조정 전문가 등으로 입지선정자문위원회를 구성해 운영하지만 법률상 설치근거가 없다.
피해보상도 법률에 규정된 내용이 협소해 사업자인 한전이 사실상 법률적 근거 없이 내부규정에 따라 해왔다.
천주교 주교회의 정의평화위원회 위원장 이용훈 주교는 최근 담화문을 통해 “한전은 전원개발촉진법을 내세워 지역민들의 생존과 인권을 위협하고 있다”며 “이 법령이 공동선의 원칙에 위배되고 사회적 약자들의 희생을 강요하므로 개정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