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고법, 노조 '사업주 불기소는 부당' 재정신청 인용
3년 조사 끝 무혐의 처분한 검찰, '봐주기' 비난 거셀 듯

▲ 노동조합 파괴 혐의를 받고 있는 (주)유성기업과 (주)보쉬전장 사용자들을 재판에 회부하라며 금속노조 노동자들이 대전고법 앞에서 노숙 농성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육성준 기자

법원이 (주)유성기업의 노조파괴 혐의를 인정했다. 국정감사와 압수수색에도 불구하고 사법처리를 피해왔던 유시영 유성기업 대표는 사건 발생 만 3년 만에 법정에 서게 됐다.

지난 해 12월 30일, 대전고등법원 제3형사부(이원범 부장판사)는 전국금속노조가 검찰의 사업주 무혐의 처분에 반발해 제기 한 ‘재정신청’에 대해 ‘일부 인용결정’을 내렸다.

재판부는 “지난 2011년 5월 18일 유성기업 아산공장 소속 노조원 등이 조합원 찬반투표를 통해 파업에 돌입하자 회사는 직장폐쇄를 단행하고 이후 노조에서 업무 복귀 의사를 밝혔음에도 정당한 이유 없이 직장폐쇄를 유지해 노동조합을 지배하거나 개입하는 행위를 해 노조법을 위반한 혐의가 인정된다”고 판시했다.

이어 “정당한 이유 없이 유성기업 영동공장에 대한 직장폐쇄를 단행한 뒤 2011년 8월 21일까지 직장폐쇄를 유지함으로써 근로자가 노동조합을 조직 또는 운영하는 것을 지배하거나 이에 개입하는 행위를 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노조에 대한 불이익 조치 뿐만이 아니라 적극적으로 회사 입맛에 맞는 노조를 설립하는 데 개입한 것에 대해서도 유죄 혐의를 인정했다.

재판부는 “유시영 사장 등 피고가 기존 금속노조가 아닌 유성기업(주)노동조합의 설립 절차를 알려 주고, 설립신고서 및 노동조합규약, 총회 회의록 등을 작성해 주어 노조 조직 또는 운영에 지배, 개입했다”고 밝혔다.

또 유성기업 주식회사 사무직 49명으로 하여금 유성기업(주)노동조합에 조합원으로 가입하도록 종용해 노동자가 노동조합을 조직 또는 운영하는 것에 지배·개입한 점, 중간관리자를 통해 금속노조 조합원에게 아산지회를 탈퇴하고 유성기업(주)노동조합 가입 권유한 것도 노조법을 위반한 것이라고 밝혔다.

마지막으로 중간관리자 등과 공모해 금속노조 조합원들에게 연장근로 및 휴일근로를 부여 하지 않는 방식으로 불이익을 준 것도 근로기준법을 위반한 것으로 판단했다.

그러나 용역경비업체 소속 경비원들의 노조원들에 대한 폭력행위, 사측의 폭력사주 행위에 대해선 법률 근거 미흡 등을 이유로 기각했다. 이에 따라 유성기업 유시영 대표이사를 비롯해 노무담당자, 공장장 등 사측 관계자들에 대해 검찰은 대해 공소를 제기하게 됐다.

검, 봐주기 드러났나?

법원의 인용 결정으로 ‘봐주기’ 논란에 휩싸였던 검찰 수사에 대한 노동자들의 비판도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2011년 노동조합의 파업과 동시에 직장폐쇄가 이뤄지고 이를 이유로 정부는 파업 일주일도 안 돼 초 스피드로 공권력을 투입하며 많은 논란을 불러 일으켰다. 당시 이명박 전 대통령까지 나서 ‘귀족노조’라 몰아 붙였고 이후 노조에 대한 대대적인 탄압이 진행됐다.

하지만 은수미 국회의원 등에 의해 회사와 창조컨설팅의 비밀 문서가 공개되며 이면에 숨어있던 ‘노조파괴 공작’의 실체가 드러나기 시작했다.

2012년부터는  매년 국회 환경노동위와 법제사법위 국정감사에서 노조파괴 사업장 대책의 단골 메뉴로 유성기업과 창조컨설팅이 등장했다. 하지만 유성기업 사용주는 어떤 처벌도 받지 않았다.

이 외에도 법원은 금속노조유성기업 지회가 제기한 ‘직장폐쇄 기간 임금 청구 소송’에서  5억5000여만원과 27억여원등 32여억원을 지불하라며 노동자의 손을 들어줬다.

또 지금까지 금속노조 조합원들이 당한 해고와 징계 무효소송에서 유성기업은 노동자들에게 30억여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정치권이 각종 증거 자료를 공개하고 법원이 유성기업의 유죄를 인정하는 판결이 나왔지만 검찰은 계속해서 시간을 끌며 기소를 미뤄왔다.

이정훈 금속노조 유성영동지회장은 경부고속도로 옥천 IC 인근 22m 광고탑에서 6개월여 동안 고공농성을 진행하며 검찰의 조속한 수사를 촉구하기도 했다.

하지만 사건 발생일이 만 3년이 다되도록 시간을 끌던 검찰은 지난해 최종적으로 유성기업 사측에 대해 무혐의 처리했다. 이 과정에서 노동부, 경찰, 검찰은 2차례나 유성기업에 대해  압수 수색까지 진행하기도 했다.

결국 금속노조는 유성기업 유시영 사장 등   사업주의 노조파괴 행위에 대해 검찰의 무혐의 처분에 불복해 지난 해  6월 대전고등법원에 재정신청을 냈다. 

이정훈 금속노조 유성영동지회장은 “회사가 개입해 복수노조를 만들어 노조를 와해하는 것에 대해 사법부가 유죄로 판단했다. 반면에 용역 경비업체가 행한 폭력 등에 대해서 기각한 것에 대해서는 아쉬움이 남는다”고 밝혔다.

이어 “여러 일이 있었지만 지난 일은 뒤로 하고 앞을 보고 달려가겠다.  이번 결정으로 정식 재판이 진행되는 만큼 천안지원 앞에서 사업주 처벌을 요구하는 투쟁을 계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노사 간에 발생한 노동조합 법 위반 사건과 관련해 유례가 드물게 3년이라는 수사 끝에 무혐의 처분한 검찰. 하지만 법원의 재정신청 인용 결정에 따라 노동자는 가혹하게 처벌하고 사업주에 대해서는 솜방방이 처분을 했다는  검찰의 봐주기 수사 논란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유성기업 노사관계 주요 소송 결과
(출처 : 금속노조 유성기업영동지회)

직장폐쇄 기간 임금 청구 소송 (간부):대전고법 , 배상액 5억5000여만원.
직장폐쇄 기간 임금 청구 소송 (조합원):천안지원, 배상액  27억여원
2011년 해고무효 및 임금청구 소송 (해고자):대법원, 배상액 21억여원
2013년 해고무효 및 임금청구 소송 (2차 해고자 11명): 배상액 6억여원
2011년 징계무효 및 임금청구 소송(조합원):천안지원, 약 12억원
노동조합 출입 방해,  노동위원회 강제이행금 : 5000여만원

청주시노인병원,  간병인력 1/3 해고 '점입가경'
정년 이유로 10명 해고 … 신규채용은 없어

지난 해 12월  청주시노인전문병원(원장 한수환)은 간병인 10명에 대해 정년이 지났다며 해고를 통보했다. 따러서 이번 해고에 포함된 비조합원 4명과 추가 징계자 4명을 합해 18명의 간병인이 줄어들게 됐다.

이는 재직 간병인 56명의 1/3에 해당되는 수치로 간병 공백 사태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지난 5일 민주노총충북본부와 공공노조 청주시노인전문병원 분회(분회장 권옥자, 이하 노조)는 기자회견을 열고 청주시 노인전문병원의 집단해고 사실을 밝혔다.

노조에 따르면 해고 및 징계를 받은 간병인수는 18명에 달한다. 뿐만 아니라 노조는 “한수환 병원장은 경영 설명회를 열고 해고한 조합원들의 자리에 추가로 채용이 없을 것임을 이야기했다”며 “이는 현재 150여명의 환자를 돌보는 간병인 56명 중 18명이 감소함에도  신규채용을 하지 않는다는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노조는 “1월1일 현재 확인한 바에 따르면 병원 측에서는 실제 신규로 채용하지 않아 이미 간병인이 없는 방도 발생했다.  병원은 단지 도급으로 운영하던 인력을 2명 추가로 투입한 것이 확인되었다”고 밝혔다.

노조는 “간병인을 도급 인력으로 사용하는 것은 조례상 위반이다”며 “환자들이 내는 병원비에는 아무 변동이 없는데 의료서비스의 질은 하락하고 간병인의 도움과 돌봄을 기대하기 어려워지게 됐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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