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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꿈칼럼

청주새활용시민센터 이야기

풀꿈칼럼 : 나만 아는 새활용? 모두의 새활용!

2021. 11. 04 by 오순완

지구가 몸살을 앓고 있습니다. ‘기후 위기’는 이제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생존의 문제’로 다가옵니다. 일부 국가만의 문제가 아니라 ‘지구 공동체’의 문제로 전환됐습니다. 충북인뉴스는 위기의 시대에 다양한 해법을 제시하는 목소리를 담아보려 합니다. 풀꿈재단과 함께 1주일에 1회씩 매주 ‘풀꿈 칼럼’을 연재합니다. (편집자 주)

 

나만 아는 새활용? 모두의 새활용!

글 : 오순완 청주새활용시민센터 사무국장

궁금하다. 청주새활용시민센터의 인지도는 어떨까? 기관명을 아는 사람, 기관의 위치를 아는 사람, 기관의 주요 활동까지 아는 사람...

누군가 친절히 일러주길 아는 사람만 안다고 한다. 불과 얼마 전에도 “새활용센터 홍보 좀 더 해야겠어요. 왜 아는 사람이 하나두 없어~”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아 진짜, 조금 아주 조금 속상하다. 이거 어쩐지 나만 아는 비밀의 숲이거나 인디밴드 같은 포지션이랄까. 흠...... 왠지, 기죽고 싶지 않은 내적 외침이 뒤따른다. ‘청주새활용시민센터는 이미 엄청 보물이다!!!’

그렇다. 전임자로서 당당히 자부할 수 있다. 청주새활용시민센터의 존재는 이미 충분히 가치 있고 귀하다. 그렇지만 그 가치를 보다 다수의 시민들이 만끽할 수 없다면 그것은 그것대로 문제가 아닌가? 확실히 유명세가 필요하다. 숨겨진 보물을 모두의 마블로 만드는 가장 유력한 방법은 무엇일까? 뒤에 두서없이 이어지는 이야기들은 청주새활용시민센터의 보물찾기를 위한 소소한 참고쯤 되겠다.

청주새활용시민센터는 수름재에 자리하고 있다. 내수방향 옛 길로 향하다 보면 애매한 커브가 나오는데 커브를 돌아 얕은 언덕에 쏙 올라가 있다. ‘청주새활용시민센터 다채로움’ 간판이 보이는 곳으로 들어오면 된다. ‘다채로움’은 우리 센터의 별칭이다. 다 함께(모두를 위해) 새로움과 이로움을 채워가는 곳, 다시 채워 새롭고 이로운 공간이라는 의미를 지니고 있다. 다채로움이 자리한 곳은 바람이 단골로 지나는 길이라 공기가 깨끗하고 충주방향 주도로와 건물 부지 사이에 가끔 고라니도 나타나는 울창한 숲이 자리해 있다. 사시사철 아름다운 풍광을 빚어내는 덕분에 지상 2층(시설 3층) 테라스에서 만나는 전망이 눈을 맑게 해주는 곳이다.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분들은 수름재 삼거리에서 하차하여 숲을 통과하는 고즈넉한 옛길을 걸어볼 것을 강력히 추천한다. 머지않아 그 길은 업사이클 바람이 불어오는 곳 ‘자원순환로드’가 되어 청주의 명소로 등극할지도 모른다.

센터는 2019년 7월에 전임자들이 업무를 개시하여 그해 11월 13일에 공식 개관하였다. 청주시의 자원순환종합시설로서 어느덧 2년 반 가까운 이력을 지니게 되었다. 지금도 여전히 많은 분들이 기관명을 헷갈려 한다. ‘업사이클’이라거나 ‘새활용’이라거나 용어 자체를 낯설어 하다 보니 기관에 대한 설명을 하자고 하면 “우리는 재활용이 아니구요...”부터 시작해야 한다. 재활용과 새활용, 두 낱말이 비슷해 헷갈릴만하다. 이에 더하여 어떤 분은 '새생활 센터'라고 부르기도 한다. 어찌됐든 익숙하지 않음의 증거일 것이다. 그래서 용어 안내를 한번은 꼭 해야 한다. 새활용(Upcycling)이란, 쓰지 않거나 버려지는 물건에 디자인과 쓰임새를 더하여 더 높은 가치를 지닌 물건으로 재탄생시키는 자원순환의 새로운 방법을 일컫는다. 재활용을 넘어 좀 더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것이 새활용이라고 할 수 있다. 다만, 자원순환과 쓰레기 감량을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재활용과 새활용에 앞서 재사용의 원칙이므로 새활용에 치중하기보다 오래 쓰고, 나눠 쓰고, 잘 버리는 것에 먼저 집중하기를 강조한다. 익숙하지 않아 헷갈리는 용어 문제야 오래지 않아 해결될 것이다. 사회 전체가 기후위기를 걱정하고 탄소중립 이슈를 논하고 자원순환이 사회적 공감대를 얻어가는 것처럼 새활용이 지극히 평범하게 다가오는 날도 머지않았다고 낙관한다. 지금은 누가 뭐래도 환경위기 극복을 위한 울림이 가득한 시대이기 때문이다.

전국 새활용 기관은 현재로선 10개 미만이다. 현황을 보면 광역 단위에서 대구한국업사이클센터(2016), 서울새활용플라자(2017), 인천업사이클에코센터(2017), 경기업사이클플라자(2018)가 있고 기초자치단체로는 광명업사이클아트센터(2015), 순천업사이클센터 더새롬(2019), 청주새활용시민센터 다채로움(2019), 전주시새활용센터 다시봄(2021)이 운영 중이다. 그 외 제주업사이클센터, 세종업사이클센터를 비롯하여 크고 작은 권역별로 활발하게 새활용 기관 건립을 추진 중에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반가운 일이다. 자원순환을 향한 사회적 토대가 굳건해지는 과정이라고 여겨진다.

우리 센터는 이중 7번째로 개관한 새활용 시설이다. 기초자치단체로는 광명, 순천에 이어 3번째로 문을 열었다. 환경위기의 극복과 지속가능한 세상에 대한 요구 가운데 자원의 순환이 우선적인 과제로 부상하며 발 빠르게 시류에 부응한 결과이니 칭찬할 만하다.

우리보다 앞서 개관한 기관들은 저마다 특색이 분명했다. 서울이야 규모와 내용면에서 압도적인 종합모델 격이었고 대구, 경기는 업사이클 산업 활성화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으며 광명은 업사이클 아트에 중심을 두고 있는 것으로 파악하였다. 그리고 청주는 우리 풀꿈환경재단에서 위탁운영을 맡게 되면서 현재 센터 운영책임자이자 당시 풀꿈환경재단 상임이사로 역임 중이던 염우 관장의 25년 시민운동 경험에 기반하여 자연스럽게 ‘시민’으로 집중을 하게 된다.

문득 개관에서 현재까지 찬찬히 돌이켜보면 무리하지 않았다. 억지스럽지 않았다. 세상의 모든 물길이 결국 바다를 찾아 흐르는 것처럼 자연스러운 결론이었다. 실천의 중심을 시민에서 찾고 지속가능한 사회 구현의 경로를 시민으로 향하는 것은 셈할 것도 없는 ‘자원순환 내비게이션’같은 것이다.

우리 센터에서는 자원순환리더라고 하는 자원순환 시민실천과 교육활동 담당 전문인력을 양성하고 있다. 올 해 자원순환리더 양성과정에는 국내 1세대 업사이클 기업으로 통하는 ‘터치포굿’ 박미현 대표님을 강사로 모셨다. 그 분이 강의 초반에 청주새활용시민센터를 언급할 때 ‘뚜렷한 자기 색깔을 가지고 입지를 잘 다지고 있는 기관’이라는 취지의 발언을 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정확한 내용은 가물가물하나 그 분의 언급에 나는 혼자서 매우 짜릿해 했었다. 자랑스러웠기 때문이다.

이 때 뚜렷한 자기 색깔과 굳건한 입지의 키워드는 바로 ‘시민’과 ‘네트워킹’이다. 시민과 함께 하는 매 사업과 활동이 청주새활용시민센터의 강점이 되었다. 가장 대표적인 예로 쓰레기줄이기 범시민 실천활동이 있다. 바야흐로 플라스틱 쓰레기 문제, 갈 곳 잃은 재활용 쓰레기 문제 등을 해결하고자 방안을 강구하던 중요한 시기였다. 그런데 난데없이 코로나19 국면을 맞이했고 폭증하는 일회용품 사용과 함께 쓰레기 대란은 현실이 되었다.

 

쓰레기줄이기 시민실천활동

 

우리는 시민과 함께 구체적으로 이 문제를 풀고자 했다. 먼저 쓰레기줄이기 100일간의 실험(시즌1)을 통해 시민 스스로 쓰레기 발생량을 줄이고 효과적인 분리배출 방안을 찾아가는 생활실험을 펼쳤는데 시민실험단 120명(가족 구성원 400여명)이 참여하였고 생활쓰레기 2.5% 감량이라는 성과를 이뤄내었다. 놀라운 결과였다. 언론과 전국 기관‧단체의 관심과 호응이 뜨거웠고 자신감이 붙었다. 곧이어 시즌2 쓰레기줄이기 100일간의 실천을 벌였다. 이번에는 온라인 매체를 활용한 실천문화 확산에 초점을 두었다. 그 성과를 기반으로 15개 기관단체와 협력하여 1,049명의 시민이 참가하는, 시즌3 쓰레기줄이기 청주시민실천단(쓰줄1004)을 발족한 후 한시적 시범사업에서 벗어나 일상적이고 지속적인 쓰레기줄이기 실천활동을 펼치고 있다. 내년에는 1만명의 구체적인 시민과 함께 해보자라는 포부를 가지고 있다. 자원순환계의 전원일기처럼 오래 지속될 프로젝트로 키워가고자 한다.

 

자원순환전시‧홍보‧체험관 운영

 

시민과 함께 하는 활동은 그 외에도 다양하다. 다채로움 지상 2층은 자원순환 전시·홍보·체험공간 및 순환쉼터로 꾸며져 있는데 근무시간 내에는 언제든지 시민들이 이용할 수 있는 공간이다. 전시공간을 둘러보거나 영상실에서 환경다큐멘터리를 관람하거나 아늑한 천막 도서관에서 책을 읽거나, 커피 한 잔 마시며 가볍게 수다모임을 가지기에도 좋고 진지한 토론모임으로 이용하기에도 최적의 공간이다. 머쓱하지만 아직은 아는 사람만 아는 공간답게, 탐방체험프로그램이나 문화체험프로그램 참여를 위해 우리 센터를 찾은 시민들은 하나같이 이렇게 예쁘고 멋진 공간을 자기는 왜 이제 알았냐고 탄식한다. 이것은 칭찬인가 질타인가! 더 많은 시민들이 이 공간을 찾을 수 있도록 안내하지 못한 듯하여 실무자로서 죄송할 따름이다. 마침 지금 센터 2층에서는 2021 자원순환 특별전을 운영 중이다. 종이를 주재료로 40여년 공예 인생을 걸어오신 이신재 공예명인의 ‘새활용 꽃이 피었습니다’ 작품전이다. 코로나19의 집콕생활 가운데 문득 쌓이는 택배 부산물과 생활 쓰레기들에 눈이 가기 시작하자 하나 둘 아이디어가 샘솟았고 버려지면 그대로 쓰레기일 뿐이었던 것들을 작품으로 재탄생시키게 되었다고 한다. 버리면 쓰레기, 모으면 자원이라고 했다. 더하여 모름지기 공예명인의 손길을 거치면 예술이 되는 법이다. 전시는 12월 31일까지 진행 예정이니 작품 관람을 보물찾기 코스로 활용하면 좋겠다.

 

자원순환시민실천문화사업

 

우리 센터에서 운영하는 새활용문화 체험프로그램 ‘더 새로움’은 시민들에게 무료로 새활용 체험 기회를 제공하는 공익프로젝트이다. 연초에 홈페이지, SNS 등 온라인과 청주 시민신문을 통해 홍보를 하고 참가자를 모집한다. 한번 이상 참여한 시민들과 대화하고 만족도조사를 통해 확인한 바에 의하면, 거짓말 하나 안 보태고 정말 인기가 어마어마하다. 어디 내놔도 자랑스러운 양질의 새활용 체험을 선사하기 때문이다. 얼마 전 이 프로그램에 참여한 시민들께 새활용센터 입소문 좀 많이 내주세요 했더니 사실은 ‘자기만 알고 싶은 곳’이라고 고백하신 분도 있다. 순간 이래서 인지도가 미약한가 싶긴 했다만 시민만족도가 높은 프로젝트를 펼치고 있다는 자부심만큼은 속을 든든하게 해주었다.

 

새활용공예 활성화 사업

 

공예도시 청주의 특색을 반영한 자원순환 특화사업 발굴‧추진과 새활용공예 활성화 사업에도 정성을 다하고 있다. 3층에는 가죽, 목공, 옻칠, 종이, 유리, 자원순환 정책연구 등 7개의 공방이 입주중이다. 센터를 방문하면 알록달록 다채로운 공방 풍경과 공방 입주자들의 매력만점 활동을 만날 수 있다. 공방 창문만 들여다봐도 자연스럽게 새활용에 대한 관심이 무럭무럭 피어오른달까... 입주공방 뿐만이 아니다. 매 해 양질의 새활용공예가 양성과정을 운영하면서 재능과 의지를 품은 새활용공예가 발굴을 위해 힘쓰고 있다. 양성된 새활용공예가 뿐만 아니라 청주시민을 대상으로 새활용공예품 아이디어 제품 제작지원 공모를 추진하니 자원순환・새활용 제품화나 창업에 관심 있는 시민들에게는 장차 요람이 될 만한 곳이 바로 새활용센터 아닐까 한다.

물론 아직은 운영기간의 짧은 이력이 말해주듯이 어떤 면에서는 다소 서툴고 여유가 없을 수도 있다. 더 높은 인지도를 향해 달려가는 의욕 과다한 활동 과정에서 업무 실수가 있거나 추진하는 사업이 뜻대로 되지 않을 때도 꽤 있다. 그럴 때는 센터 마당을 한 바퀴 돌면서 수름재의 맑고 찬 공기에 퍼뜩 정신을 차려보는 방법도 괜찮고, 따뜻한 커피 한 모금이나 커피만큼 따뜻한 동료 활동가와의 수다 한 사발이면 꽤 그럴듯하게 해소가 되곤 한다. 무엇보다도 시민과 함께, 시민을 통해 성장하고자 하는 우리 센터의 지향을 한 번 더 돌이켜보면 불현 듯 정신이 나게 되어 있다. 이제 눈치 챘을 것 같다. 청주새활용시민센터가 숨긴 듯 숨기지 않은 보물은 바로 ‘시민’이다.

새활용 보물찾기에 대한 적절한 안내가 되었을까? 기관의 유명세를 욕망하는 전임 활동가는 글을 끄적이며 유력한 방법을 찾은 것일까? 미심쩍다. 하고 싶은 얘기는 많고, 다 하자니 장황하고 이미 너무 제 자랑에 심취해 있는 것도 같다. 그래도 내 글솜씨는 부끄러우나 글이 담고 있는 내용은 정직하다. 이 글과 함께 하는 모든 분들, 보물찾기에 동참하여 꼭 한번은 수름재 옛길을 걸어 청주새활용시민센터를 방문해주시기를!

글 : 오순완(청주새활용시민센터 사무국장)
글 : 오순완(청주새활용시민센터 사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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