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근과 끈기로 버틴 15년 독립언론의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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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근과 끈기로 버틴 15년 독립언론의 길
  • 권혁상 기자
  • 승인 2008.09.11 14: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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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권 독립 밑거름 뿌려준 든든한 주주·이사회
대안언론 희망 꺾지않은 기자 정신·애사 정신

충북의 독립언론 ‘충청리뷰’가 창사 15주년을 맞았다. 지난 93년 9월, 직원들의 종자돈 1500만원으로 설립된 충청리뷰는 97년 도민주 공모와 주주 영입작업을 통해 자본금 5억2천만원의 언론사로 탈바꿈했다.

하지만 과점주주를 배제한 분산형 주식지분을 통해 자본에 예속되지 않은 독립신문의 실험을 계속할 수 있었다. 지난 15년은 지방 권력의 탄압, 제도권 언론의 견제, 자본의 유혹이라는 끊임없는 담금질 속에 버텨온 인고의 시간이었다.


94년 1월 시사 월간잡지로 창간호를 발행한 충청리뷰는 월간시대 4년(통권 43호)과 주간시대 11년(통권 345호)을 통털어 도민들에게 ‘올곧은 말 결고운 글’을 전하는데 주력했다. 신문발행과 함께 2004년에는 도내 최초로 법인 인터넷신문 <충북인뉴스>를 설립했다. 리뷰의 주간 심층기사와 인터넷 일일기사를 접목시켜 충북의 뉴스포탈 사이트로 신뢰도를 높여가고 있다.

충청리뷰 지면에 오른 기사들은 지역민의 현장에 대한 기록이자, 충북의 대소사를 관통하는 지역사라 할 수 있다. 파묻힌 진실을 밝혀낸 탐사보도, 성역을 가리지않는 과감한 보도, 소외계층의 눈물을 닦아주는 현장보도로 나눠 지난 15년의 주요기사를 간추렸다. 지난 기록을 되돌아보면 반성과 아쉬움도 적지않다.

언론인의 치열성과 보도의 의제설정 기능이 독자들의 요구에 얼마만큼 부응했는지 자문해 보지 않을 수 없다. 독립신문 15년을 마감하며 ‘다시, 처음처럼’이란 제2의 창간정신으로 새 출발을 다짐해 본다.

미군의 노근리 양민학살, 보도연맹원 집단학살 연속보도

94년 6월 한국전쟁 발발 51주년을 맞아 도내 대규모 양민학살 사건을 특집기획으로 취재했다. 당시 노근리 학살사건 유가족인 정은용옹(86·노근리대책위원장)이 발간한 실화소설 <그대, 우리의 아픔을 아는가>를 입수해 긴급취재하게 됐다. 노근리 쌍굴에서 아들, 딸, 형수 등 4명의 가족을 잃은 정옹과 함께 현장방문, 생존자 면담을 통해 국내 언론 가운데 최초로 미군 양민학살 사건을 심층보도하게 됐다.

이어 한겨레신문, 월간 <말>, 시사저널이 후속적으로 사건을 심층보도했으나 다른 언론매체에서는 사실보도조차 외면했다. 결국 99년 AP통신의 보도이후 미군에 의한 전쟁범죄로 부각되면서 국제적인 핫이슈로 떠올랐다. 충청리뷰는 진실규명을 위해 50여년을 싸워온 정옹을 ‘99년 올해의 인물’로 선정하기도 했다.

한국전쟁의 소용돌이 속에 억울하게 숨진 보도연맹원 집단학살에 대해서도 94년부터 지속적인 추적보도를 했다. 청원군 북이면 옥녀봉, 남일면 분터골, 보은군 내곡면 아곡리 등 주요 학살현장을 도내 처음으로 찾아내 확인보도했다. 이같은 탐사보도로 진상이 드러나면서 2002년 10월 ‘한국전쟁 전후 충북지역 민간인학살 진상규명을 위한 대책위원회’가 결성됐고 정부는 '한국전쟁 민간인학살 특별법'을 제정해 국가 권력에 의해 숨져간 억울한 영령들에 대한 진상규명 작업을 벌이고 있다. (94년 6월호~)

청주 그랜드골프장 ‘사유화’의 진상

86년 교통부의 승인을 받아 건설된 청원군 오창면 그랜드골프장(전 청주골프장)은 당초 지역 경제인들의 요청에 따라 전두환 정권을 통해 성사됐다. 당초 서울 25명, 청주 25명 주주를 모아 공익사업의 취지에 따라 운영키로 했다. 하지만 서울쪽 주주확보가 여의치않은 가운데 임광토건 임광수회장이 출자 몫을 늘이면서 사실상의 대주주가 됐다. 최종적으로 60명의 주주가 2000만원씩 출자해 12억원의 자본금을 마련했으나 골프장 건설자금이 부족해 임회장에게 차입해 쓰기도 했다.

87년 5월에는 개인당 1000만원씩 증자를 결의했으나 임회장과 불신이 싹튼 청주 주주들이 거부해 임회장이 2억원의 실권주를 인수해 지분이 확대되는 계기가 됐다. 89년 개장이후 금융부담으로 인해 적자운영을 면치 못했고 법인설립 당시 규정한 서울, 청주 이사진 동수선임 문제 등으로 임회장과 청주 주주들 사이에 갈등이 확대됐다. 결국 그랜드골프장은 당국의 내인가 조건인 ‘수익금의 공익사업 환원’이라는 취지가 무색한 채 임광그룹의 자회사로 탈바꿈했다. (94년 10월호)

청주 원프라자 폭력매입 및 청주백화점 편법경매 의혹

89년 청주 최대 쇼핑몰이었던 청주 원프라자(현 롯데 영프라자)가 부도직후 진로유통에 매각되는 과정에서 폭력배가 개입해 물의를 빚었다. 당시 진로유통 부사장으로 매수 책임자였던 가갑손 대표는 한화유통으로 자리를 옮겼다가 지난 96년 청주백화점 부도로 화의기업이 되자 다시금 대표이사로 취임했다. 당시 원프라자 소유자였던 성백준씨는 사업경험이 없는 지역 재력가의 아들로 채권단과 조폭들의 압력에 못이겨 매매계약서에 도장을 찍고 말았다.

폭력개입 의혹이 보도되자 검경이 수사를 벌여 성회장을 감금폭행하고 상거래 채권단을 갈취한 조직폭력배 12명을 구속했으나 진로유통의 폭행 사주 의혹에 대해서는 무혐의 처분했다. 화의채권에 내몰린 청주백화점은 2002년 법원경매로 넘어갔으나 가갑손 대표는 청주패밀리라는 법인을 통해 편법낙찰받아 사업을 계속하다 2006년 롯데측에 전격매각해 상당한 시세차익을 거둔 것으로 나타났다.
(94년 9월호, 2002년 6월호)

북파공작원 실미도 특수부대 교육대장의 증언

68년 인천항과 16㎞ 떨어진 무인도 실미도에는 684부대로 불리는 민간인 북파공작원들이 지옥훈련을 받고 있었다. 이들은 김신조 무장간첩단의 청와대 침투시도에 대응한 보복공격을 위해 안기부가 급조한 특수부대였다. 주석궁 폭파임무를 띠고 3년간 혹독한 훈련을 받았으나 남북 해빙무드가 싹트면서 ‘버려진 부대’로 남게됐다. 열악한 처우와 통제된 생활에 고통받던 부대원 23명은 71년 8월 실미도 기간병 20명을 사살하고 무장탈영해 인천을 거쳐 수도 서울로 향했다. 군경의 저지에 가로막혀 19명이 탈취한 버스안에서 자폭했고 생존자 4명은 군사법정에서 사형선고를 받고 처형됐다.

본보는 99년 당시 청주에 거주하던 684특수부대 교육대장 김방일씨(2005년 작고)를 만나 국내 신문사 최초로 실미도 생존자의 증언을 보도했다. 김씨는 소설 실미도를 발간했으며 2004년 강우석 감독의 영화 실미도가 1천만 관객을 모으는 흥행대박을 터트렸다. 특히 사망한 특수부대원 가운데 옥천지역에서 차출된 대원이 5명에 달해 집단암매장 현장발굴 작업 등에 큰 관심을 기울였다.

(99년 12월, 2004년 4월)

공직비리에 대한 추적보도, 교육감·군수비리 의혹 제기

2000년 10월 김 전 교육감이 전 시설계장의 뇌물수수 사실을 비호한 의혹을 제기하면서 본격적인 밀착취재에 들어갔다. 당시 지역교육계 일부에서는 ‘장천감오’(교장 승진 1000만원, 교감 승진 500만원)라는 신조어가 나돌기도 했다. 교장 재직당시 청주시의 대표적인 사창가인 북문로 2가 중앙시장 골목의 여인숙을 매입해 임대해온 사실을 후속보도했다.

이밖에 예산절감을 내세운 학교교구 단가입찰의 허구성을 지적하는 연속기사가 실렸다. 지역 시민단체에서 교육감 퇴진운동을 벌였고 청주지검이 수사에 착수해 뇌물수수 등의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다. 김 전 교육감은 1심에서 징역 2년 6개월의 실형을 선고받았으나 현직을 고수하다 결국 2002년 3월 항소심 선고를 앞두고 사퇴했다.

변종석 전 청원군수는 민자유치로 시작된 초정스파텔 건립사업에서 비리의혹이 싹텄다. 97년 3월 충청리뷰는 ‘초정약수타운사업 물이 샌다’는 기사를 통해 업체 선정을 부당성을 제기했다. 사업주는 건설공사 과정에서 1차 부도를 당하는등 가까스로 공사를 마무리했다. 하지만 회원권·상가 분양대금을 챙긴직후 사업자는 부도를 선언했고 초정스파텔 운영도 파행을 걷게 된다.

변 전 군수는 아들이 스파텔 공사과정에서 불법 면허대여로 하도급 공사를 맡은 것으로 드러났다. 청원군의 회원권 분양도 사기분양으로 판명나 일부 반환소송에 휘말렸고 공사비 청구소송으로 군 재정에 막대한 타격을 입게됐다. 변군수는 지난 2001년 대법원 상고심이 기각되면서 징역 3년이 확정돼 청주교도소에서 복역한뒤 2004년 12월 지병으로 숨졌다.
(97년 3월호, 2004년 10월)

청주지검의 언론탄압 수사와 범도민대책위 진상규명 활동

충청리뷰는 2002년 10월 청주지검의 광고주 무더기 소환조사 과정에서 사상 초유의 ‘백지광고’ 사태를 맞게됐다. 윤석위 전 대표는 서원대 건물공사와 관련 비리혐의로 일요일 한밤중에 전격 연행됐고 며칠뒤 김정기 전 서원대 총장도 함께 구속됐다. 검찰수사의 배경은 청주지검의 구속수사 남발과 지역토호들과 유착의혹을 제기한 신문기사가 빌미가 됐다. 충청리뷰 직원들은 40여일간 장기농성에 돌입했고 지역의 시민사회단체에서는 대책위원회를 구성, 검찰의 부당한 언론탄압을 고발했다.

검찰과 정면충돌 상황이 벌어지자 광고수주가 중단됐고 70년대 동아일보와 같은 백지광고 사태를 맞게 됐다. 하지만 도민들의 성금과 의견광고 게재가 이어졌고 이때 후원금이 정상적인 광고수입액을 능가할 정도의 뜨거운 성원이 답지됐다.

성역없는 보도를 표방한 충청리뷰가 지역의 최고 권력기관인 검찰을 겨냥한 비판기사를 게재할 때는 상응한 후속조치를 감수해야 했다. 창간직후인 94년 7월 청주 동부우회도로 담합입찰을 폭로한 지역 ㅈ건설에 대해 조세포탈 혐의를 씌운 검찰 수사의 부당성을 제기한 바 있다. 기사 보도 직후 검찰은 충청리뷰 광고를 스크랩해 광고주들에게 전화를 걸어 게재경위를 파악하는등 압박을 가했다. 또한 96년 11월 신경식의원의 선거법위반 수사가 무혐의 처리된 것에 대해 문제제기한 직후 주주회사에 대한 세무조사가 벌어지기도 했다.

98년 5월에는 충청리뷰 도민주 공모에 참여한 대학교구 납품업자를 소환해 강제성 여부를 추궁하다 5일간 계속된 강압수사를 견디지 못한 납품업자가 자살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하지만 수사를 담당한 어떤 직원도 문책받지 않았고 충격을 받은 어머니까지 동반자살한 사건배경에 대해 지역언론은 함구했다. 2000년 11월에는 철도청 담합입찰을 수사하면서 의혹기사를 첫 보도한 본보 기자를 공갈혐의로 구속했으나 법원에서 벌금 100만원에 선고유예 판결을 내리는 촌극이 벌어졌다.
(98년 5월, 2002년 11월)

양길승 전 청와대 부속실장 향응접대 사건 전국최초 보도

2003년 9월 양길승 전 실장의 청주방문 사실을 최초 보도하면서 ‘양길승 커넥션’의 단초를 제공했다. 부도덕한 청와대 공직자와 지역 토착비리 인물의 청탁, 법조 브로커의 알선고리가 3각축을 이룬 이번 사건은 권력주변을 맴도는 지역 토호들의 치부를 그대로 노출시켰다.

충북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는 이번 사건을 계기로 ‘지방검찰의 개혁과제’에 대한 토론회를 개최했다. 토론회 참석자들은 지방권력을 쫓는 고위 공직자, 중견 기업인 등 토호세력과 법원·검찰인맥을 통해 법조브로커로 영향력을 과시하는 비리인물, 해바라기 지방 정치인들이 지역의 ‘이너서클’로 결합하는 행태에 대해 깊은 우려감을 나타냈다.

당시 검찰내부의 수사압력을 폭로했던 김도훈 전 검사는 몰카 기획 및 뇌물수수 혐의로 기소돼 4년 형기를 마치고 출소했다. 하지만 국회를 통한 특검에도 불구하고 수사압력의 실체는 드러나지 않았다. 양길승 청주방문의 고리가 됐던 노무현 전 대통령의 부산상고 친구인 정화삼씨는 최근 자신이 몸담고 있던 제주도 골프장 사주인 정홍희씨의 법인자금 횡령사건으로 또다시 구설수에 올랐다. (2003년 9월)

정우택 지사, ‘개방형 공모제’ 심판대 올라

2007년 1월 충북도의 개방형 공모제를 통한 김양희 도여성복지국장 임명을 둘러싸고 6개월동안 지역 관가와 시민사화단체의 논란이 벌어졌다. 당시 김씨는 복지분야 전문성 부족과 한나라당 코드인사라는 비판에 내몰렸다. 여성시민단체대책위는 마침내 대학 박사학위 논문의 표절의혹까지 제기했지만 정 지사는 모르쇠로 일관했다.

하지만 해당 대학측의 논문심사 결과발표를 앞둔 6월말 김씨는 자진사퇴 의사를 밝혔다. 며칠뒤 해당 대학은 김씨의 학위논문이 표절이 아니라는 내용의 심사 결과를 내놓았다. 올들어 김씨는 충북청소년상담지원센터 소장 임명에 이어 지난 8월 한나라당 도당 여성위원장을 맡아 정치적 재기를 꿈꾸고 있다. (2007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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