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운동, 정당생활 접고 대책위 전념 선언한 박만순씨

   
2005년 8월과 12월, 민주노동당 청주시당위원장 선거와 도당위원장 선거에서 잇따라 고배를 마셨던 박만순(41) 전 흥덕지구당 위원장이 정당 생활을 접고 한국전쟁 전후 민간인학살 진상규명 활동에 전념하기로 했다.

노동운동에서 과거사 진상규명 운동으로 선회를 한 것처럼 보이지만 박씨가 이 문제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1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또 2002년 ‘한국전쟁 전후 충북지역 민간학살 진상규명 대책위원회(상임대표 곽동철 곽태영 정진동)’를 발족할 때부터 운영위원장을 맡고 있으니 사실 그동안의 활동이 노동운동의 그늘에 가려있었을 뿐이다.

학생운동(충북대 85학번) 출신의 박씨는 1991년 ‘충북노동자의 집’ 대표를 맡으면서 사회운동에 뛰어든다. 또 1997년 충북시민정치연대 중앙위원을 맡으면서 민중의 정치세력화에 가담했고, 민주노동당 창당과 함께 청주시 흥덕지구당 위원장을 맡아 활동했다.

이런 박씨가 역사문제에 본격적으로 관심을 갖게 된 것은 1997년. 서원대 역사교육학과 김정기 교수(현 제주교대 총장) 등과 함께 지역내 역사강좌를 준비하면서 ‘국민보도연맹 사건’ 등 한국전쟁 당시 국군이나 미군에 의한 양민학살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된 것이다. 국민보도연맹은 이승만 정권이 ‘좌익분자를 교화시킨다’는 명분 아래 조직한 단체이지만 한국전쟁이 발발하자 조직원 명부가 곧 살생부가 되고만 사건이다.

이후 박씨는 천주교 정의평화위원회 관계자 등 민간인 학살 진상규명에 관심과 노력을 기울여 온 지역내 인사들과 함께 2002년 6월 대책위를 결성하고 운영위원장을 맡아 활발한 활동을 벌였다.

2002년 10월 도청 대회의실에서 유족증언대회를 열고 치밀한 조사활동을 벌여 2003년 ‘충북지역 민간인 학살 실태보고서’를 발간한 것은 대표적인 활동 내역이다.

박씨는 “내수읍 내추리 옥녀봉에서 보도연맹 관계자 800여명이 학살됐고 보은 아곡리, 오창면 농협창고 등에서 대규모 학살이 이뤄진 사실을 확인하면서 민간인 학살에 대한 진상규명이 평생 안고가야 할 문제라고 생각했다”며 “이제는 이 문제에만 전념하겠다”고 결의를 밝혔다.

박씨의 전념 선언으로 다시 동력을 얻게 된 진상규명대책위는 올 연말까지 2차 보고서를 발간하고, 2005년 5월 제정된 ‘진실과 화해를 위한 과거사 정리 기본법’에 따라 2005년 12월부터 오는 11월말까지 실시되는 ‘피해자 신고’를 적극 독려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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