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지난주 지필 진단평가 끝냈는데 재시험 요구
충북교육청, “재시험 요구한 적 없다” 반박
교육부, 진단평가 실적 시도교육청 평가 지표로 사용

 

새 학기를 맞아 각 학교마다 기초학력 진단평가를 실시 또는 계획하고 있는 가운데 충북교육청이 교육부의 ‘맞춤형 학업성취도 자율평가’ 프로그램 사용을 각 학교에 ‘강요’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충북에서 사용할 수 있는 기초학력 진단평가 도구는 △기초학력 진단·보정시스템 △맞춤형 학업성취도 자율평가 △다채움 △학교 내에서 자체 개발한 진단 평가 등 네 가지다. 각 학교는 네 가지 중 한 가지를 선택해 학생들의 기초학력을 평가하면 된다.

그러나 도교육청은 일선 학교 담당자들에게 교육부의 ‘맞춤형 학업성취도 자율평가’를 ‘강제’하고 있다는 전언이다. 충북교육청 담당자는 시·군지원청 담당자에게, 시·군지원청 담당자는 다시 일선 학교 담당자에게 초3과 중1 학생 평가 시 교육부 프로그램을 반드시 사용하도록 ‘압박’하고 있다는 것.

심지어 일부 학교는 현실적인 어려움으로 토로하며 기존에 하던 지필평가(기초학력 진단·보정시스템)로 이미 시험을 치렀으나 도교육청은 재시험 볼 것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재시험을 볼 경우 학생 입장에서는 3월에 진단평가를 두 번이나 치르게 되는 것이다.

도교육청이 교육부의 진단평가 사용을 ‘강요’하는 것은 교육부가 ‘맞춤형 학업성취도 자율평가’ 참여 여부를 시·도교육청 평가 자료로 사용하겠다고 발표한데 기인한다.

당초 교육부의 ‘맞춤형 학업성취도 자율평가’의 목적은 ‘희망하는 모든 학교(급)을 대상으로 일정 기간 자율적인 평가 참여를 지원하여 학업성취도 진단 기회를 제공하기 위한 것’이다.

그러나 학교 현장에서는 ‘도대체 누구를 위한 진단평가인가?’라는 자조섞인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이미 진단평가 점수까지 다 나왔는데 또 하라고?

관계자들에 따르면, 충북 지역의 한 중학교에서는 이미 지난주 전교생을 대상으로 지필평가 방식의 기초학력 진단평가를 실시했다. 현재는 평가 결과가 나온 상태이고, 교사들은 평가 결과를 바탕으로 기초학력이 부족한 학생들을 대상으로 방과후 등 교육과정을 운영한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도교육청에서는 이 학교에 지필평가가 아닌 교육부의 ‘맞춤형 학업성취도 자율평가’를 다시 볼 것을 권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학교의 교원 A씨는 “재실시를 원하는 메신지를 받았다. 하지만 학교 실정상 불가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다시 실시할 생각은 없다”고 말했다.

이어 “학기 초이고 여러 가지 절차도 있고 현 실정으로는 (맞춤형 학업성취도 자율평가 또는 다채움)어렵다. 기초학력을 보충할 수 있는 수업을 빨리 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미 평가를 끝냈다”고 강조했다.

또 다른 교원 B씨는 "초3과 중1은 무조건 교육부 진단평가를 이용하라는 지시가 여러번 있었다"고 전했다.

그러나 도교육청 담당자 C씨는 기초학력 진단평가 재실시 주장에 대해 “진단 도구는 학교에서 자율로 선택할 수 있도록 열어놓았다. 도교육청에서는 재실시를 요구한 적은 없다”고 반박했다.

 

최근 다채움 서버 다운되기도

학교 현장에서는 진단평가와 관련해 잡음이 꾸준히 나오고 있다.

교육부 진단평가시 필수인 이어폰이 없는 학생들을 위한 대책을 요구하는 의견도 있었다. 도교육청은 이어폰 구입 비용을 학교 예산으로 사용하라고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최근 다채움 선도학교에서는 다채움 프로그램으로 진단평가를 실시했으나 서버가 다운되는 일이 발생, 혼란을 겪었다. 이에 대해 도교육청 미래교육추진단은 “바로 문제를 개선했고 현재는 아무런 문제가 없는 상황”이라고 해명했다.

이외에도 일부에서는 다채움에 수록된 문항 중 정답에 오류가 있다는 의견을 밝히는 등 100% 신뢰할 수 없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한편 교육계 한 관계자는 “본래 3월에는 수업과 생활교육 집중하면서 교사들의 자율적인 협의를 강조하고 수업 혁신을 강조해야 하는데 수업혁신은 일체 없고 기초학력과 독서에 맞춰지다 보니 개별경쟁이 강화되는 느낌이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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