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교육발전소 이동갑 상임대표

충북교육발전소 이동갑 상임대표.
충북교육발전소 이동갑 상임대표.

오늘이 3·1절이다. 대한민국 헌법 전문에는 “유구한 역사와 전통에 빛나는 우리 대한국민은 3·1운동으로 건립된 대한민국임시정부의 법통을 이어간다”라고 천명하고 있다.

일제 강점기에 유난히 머리가 좋아 소년등과를 한 대한제국의 관리가 있었다. 머리가 좋아 25세에 급제에서 정3품 당상관에 오르는 데까지 불과 5년이 채 걸리지 않았다. 조선 역사상 유례없는 초고속 승진의 혜택을 입었던 사람이었다.

하지만 그는 훗날 친일파로 전향하여 나라를 파는 매국노가 되었다. 그가 죽음에 이르러 자신의 조카에게 말하기를 "내가 시세를 잘 알아차려서 우리 집안을 이렇게 일으켰노라"고 유언했다. 역사에 길이 남는 매국노의 대명사가 된 그의 삶도 그 자신에게는 최선을 다한 삶이었다. 그를 처단하려던 약관(만 스물 세 살)의 청년 이재명 의사는 서대문 형무소에서 24세의 나이로 순국한다. 이재명의 삶도 그가 선택한 결과다.

‘이 두 사람 중 누가 미래의 인재인가?’를 묻는다.

 

충북교육청이 기르고자 하는 미래인재는 누구인가? 일찍이 고시에 패스(등과)하여 자신의 고향을 위해 쪽지 예산을 밀어 넣거나 선거 때에 고향을 찾아오는 전직 고위 관료가 지역의 인재는 아닐 것이다.

“서울대학교에 입학한 학생의 숫자가 고등학교의 행복 순위”라던 교육감 선거 과정에서 나온 모 후보의 주장에 모두가 의아했던 기억이 새롭다. 아직까지도 충북교육청은 서울대학교 입학 숫자에 목을 매는지 질문드린다.

충북교육청의 '2024.일반고 교육력 성장 프로젝트'에 따르면, 2023학년도 충북 학생의 서울대 지역균형 전형 입학생 비율은 3.9%로 전국 17개 시·도 중 7위를 차지하였다(2023. 10. 16. 보도자료 참조). 그래서 충북 학생의 행복 지수는 향상되었는가? 충북교육청이 지향하는 '교육의 품에서 한 명 한 명 빛나는 아이들'은 허울 좋은 슬로건에 불과한 것이 아닌지? 질문드린다.

각 학교의 교육과정에 맞추어 맞춤 지원을 하겠다는 교육감의 약속은 어디 가고 수능 특수반을 각 학교에 필수적으로 설치하라는 강요는 고등학교를 수능 대입학원으로 만드는 것과 무엇이 다른지, 학교를 대입학원으로 만드는 것이 실력향상 충북교육이라니 교육의 본질과 방향 상실에 큰 우려를 표한다.

 

충북교육청이 모든 학교에 일괄적으로 학급 수 기준 수천만 원씩의 예산을 배부하면서 강조하는 것은 예산 사용의 경직성이다. 즉, 학교마다 수능 대비반을 만들어서 운영하라는 점이다. 우수한 소수의 학생들을 이른바 명문대학교에 진학하도록 특별반을 만들어서 운영하는 것이다. 교육의 자율성을 침해하여 모든 학생들을 위한 예산을 소수의 학생들에게 투자하라는 것이다.

이 일의 바탕에는 2023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성적을 분석한 결과(2023. 12. 7. 보도자료)가 있다. 즉 충북의 국어과 시도별 등급비율은 1+2등급의 비율이 5.4%, 수학은 4.3%, 영어는 15.3%로 모두 전국 17개 시·도 중 16위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교육청은 교부 예산의 30% 이상을 학력 향상 예산으로 편성하도록 강제하고 있다.

하지만 대학들은 2022학년도 이후 정시 비율을 확대하였지만, 재수생 및 N수생들의 응시가 증가하고 있는 실정이다. 대교협의 ‘2024년 대입전형 시행계획’에 의하면, 수시와 정시의 비율은 79대 21이다. 2025학년도 수시모집 비율은 79.6%이며, 정시모집의 비중은 20.4%이다(조선에듀, 2023. 4. 26). 다섯 명 중 네 명의 학생이 수시로 대학에 진학한다. 수능에 목을 맬 것이 아니다.

학교의 자율에 맡기고 학교의 특성과 상황에 따라 모든 학생들의 경쟁력을 높이는 것에 교육력 향상의 방향이 되어야 한다. 이미 충북은 오송에 KAIST부설 바이오 영재학교 설립을 준비하여 2027년 개교를 예정하고 있다. 800억 원의 예산이 투입될 예정이다. 충북 출신 학생들이 많이 입학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 달라고 호소하고 있으나 그 중 몇 퍼센트의 학생이 충북 출신이 될지 염려가 크다. 가난한 충북의 예산으로 타 지역 인재들을 기르는 통 큰 선행을 보고 있기가 민망하다.

필자는 이미 있는 과학고등학교에 대한 지원을 확대하고 충북과학고등학교를 전국에서 손꼽히는 영재학교로 양성하기를 건의했다. 영재학교에 투입한 예산을 일반고 전체에 골고루 배부하면 한 학교당 1.6억 원의 예산이 배부될 수 있음을 강조한다. 공교육의 책무를 망각하여서는 안 될 것이다.

 

충북교육청은 2020년 12월 교육부의 투자심의를 통과하고 2024년 3월 1일 개교예정이던 단재고등학교를 준비 부족을 이유로 1년 개교 연기를 단행하였다. 그동안 5년을 준비한 교사들과는 단 한 번도 제대로 된 대화의 장을 마련하지 않고 소통을 포기하였다. 교육청은 개교를 연기하면서 “교재개발, 교원준비, 교육과정 고도화와 구체와 작업의 필요”를 들었지만 단재고의 교육과정은 2018년부터 5년여에 걸쳐 설계되고 완성되어 미래교육 전문가들로부터 호평을 받은 바 있다(충북인뉴스, 2023. 4. 28).

하지만 충북교육청은 주민들을 대상으로 교육 비전과 교육목표를 공모하여 시상하였다. 지나가던 소가 웃을 일이다. 마치 과학고등학교의 교육 비전과 교육목표를 공모하는 것과 무엇이 다른가? 공모가 만능인가?

 

단재고등학교 외에도 충북에는 양업고등학교를 비롯한 다양한 특성화 고등학교들이 있다. 양업고등학교는 일반계고에 속하여 지원을 받을 때도 소외되고, 특성화 고등학교로 지원받을 때도 소외되는 경우를 목격한다. 지원의 사각지대에 있는 학교는 없는지 살펴야 할 것이다. 특히 아시아 최초의 좋은 학교(quality school)인증을 받은 양업고등학교는 그 특성상 인성교육을 바탕으로 다양한 교과과정의 운영을 통해 인성과 지성, 영성이 균형을 이룬 미래인재를 양성하는 학교이다. 이러한 학교마저 일반계 고등학교와 같은 기준을 적용하는 것에는 놀라움을 금하지 않을 수 없다.

파커 파머(2018)는 “정치라는 것이 모든 사람을 위한 연민과 정의의 직물을 짜는 것이라는 점을 잊어버릴 때, 우리 가운데 가장 취약한 이들이 맨 먼저 고통받는다”라고 말한 바 있다. 공교육의 영역은 우리 가운데 가장 취약한 이들을 돌보고 배려하는 곳에서 시작되어야 한다. 우수한 학생들을 명문대학교에 진학하기 위한 특별반을 만들고 예산을 집중 투자하는 것은 공교육의 길이 아니다.

충북교육청이 기르고자 하는 미래인재는 과연 어떤 인재인지? 충북교육청에 질문을 드린다.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 교육청의 관료들이 영혼 없이 일한다는 말을 나는 믿지 않는다. 학생들을 살리고 공교육을 살리는 길이 어느 길인지 다시 한번 돌아보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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