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단은 사과했지만, 흥덕경찰서는 ‘무혐의’ 결정
교원대서 산재 받은 A씨, “경찰 수사 잘못” 주장
“불법으로 받은 개인정보 교원대가 활용했다”

 

지난해 흥덕경찰서가 ‘근로복지공단(이하 공단) 개인정보 유출 사건’ 피의자들에게 무혐의 결론을 낸 가운데 흥덕경찰서 판단에 심각한 문제가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흥덕경찰서는 지난해 2월 공단 직원들이 A씨의 개인정보를 한국교원대학교에 제공한 것에 대해 혐의가 없다고 판단했다. 또 A씨의 개인정보를 전달받은 교원대 직원들에 대해서도 혐의가 없다고 결론지었다.

A씨는 교원대 시설관리과에서 근무했던 사람으로 2019년부터 갑질 및 직장내 괴롭힘으로 학교 측과 갈등을 빚었고, 결국 2021년 산업재해 판정을 받았다.

그런데 산재 판정 이후 교원대는 2021년 6월 두 차례에 걸쳐 공단에 정보공개청구를 통해 A씨의 ‘업무상질병판정서’와 ‘특진회신서’를 요청했다. 공단은 A씨에게 확인도 하지 않은 채 A씨의 개인정보를 교원대에 전달했고, 이 일로 이사장 명의의 사과문까지 발표했다.

당시 공단은 “고객님의 의사를 확인하지 않고 개인정보 해당 부분을 삭제하지 않은 채 공개했다”고 인정하며 “두 차례에 걸쳐 정보공개를 취소하면서 자료의 반환 또는 파기를 요청했다”고 밝혔다. 또 “거듭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전했다.

하지만 A씨는 이미 자신의 자료가 교원대 산재 불복 및 자신을 징계하기 위한 용도로 활용됐다며 2022년 공단 및 교원대 직원 7명을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혐의로 흥덕경찰서에 고소했다.

그러나 흥덕경찰서는 2023년 이들 전원에 대해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흥덕경찰서는 왜 ‘개인정보 유출’을 무혐의라고 봤나?

당시 흥덕경찰서가 무혐의 판단을 내린 근거는 크게 세 가지다.

우선 흥덕경찰서는 A씨의 ‘업무상질병판정위원회’와 ‘특진회신서’가 개인정보보호법 예외 규정에 따라 공단이 교원대에 제공할 수 있는 자료라고 봤다. 즉 A씨의 자료는 ‘공공기관의 정보공개에 관한 법률 제9조 제1항 6호’에 해당하기 때문에 교원대도 볼 수 있다는 것.

또한 당시 흥덕경찰서는 업무상질병판정위원회 심의조서 열람을 통해 받을 수 있는 자료와 교원대가 정보공개청구를 통해 받은 업무상질병판정서와 특진회신서가 동일하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고 봤다.

흥덕경찰서가 무혐의라고 결론 낸 두 번째 근거는 A씨의 개인정보를 받은 교원대 직원들이 타인에게 자료를 제공하거나 부정한 목적으로 사용했다고 인정할만한 단서가 없다는 것이다.

셋째는 당시 A씨가 자신의 개인정보를 제공한다는 서류에 사인을 했다는 점이다.

 

“정보공개청구·심의조서 직접 확인하니…경찰 수사 잘못”

그러나 A씨는 흥덕경찰서의 이러한 주장이 크게 잘못됐다고 주장하고 있다.

첫째 업무상질병판정위원회 심의조서 열람을 통해서 받을 수 있는 자료와 정보공개청구를 통해 받을 수 있는 자료가 정말 같은지 직접 확인해 본 결과. A씨는 “동일하지 않다는 것을 확인했다”고 주장했다.

A씨는 “직접 심의조서 열람도 해보고 정보공개청구도 해봤다. 심의조사 열람 결과 당사자인 나에게도 특진회신서를 줄 수 없다는 답변을 받았다. 그런데 공단은 교원대에 나의 특진회신서를 제공했고, 더욱이 경찰은 그러한 행동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며 무혐의 결론까지 내렸다.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고 반발했다.

업무상질병판정위원회 심의조서 열람은 당사자와 사업자 모두 열람할 수 있지만, 볼 수 있는 자료는 업무상질병판정서와 심의위원 별 의견 뿐이라는 주장이다. 개인의 민감한 의료기록이 담겨있는 특진회신서는 의사만이 볼 수 있다는 것. 의료법 제21조에 따르면 ‘의료인, 의료기관의 장 및 의료기관 종사자는 환자가 아닌 다른 사람에게 환자에 관한 기록을 열람하게 하거나 그 사본을 내주는 등 내용을 확인할 수 있게 하여서는 아니 된다’고 되어 있다.

실제 기자가 공단에 문의해 본 결과, 공단의 한 관계자는 “특진회신서는 개인정보 내역이 있기 때문에 다른 사람에게 제공해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결과적으로 심의조서 열람을 통해 받을 수 있는 자료와 정보공개청구를 통해 받을 수 있는 자료가 동일하다는 흥덕경찰서의 주장은 사실과 달랐다.

 

A씨 자료, 교원대 산재 불복 및 징계자료로 활용됐을까?

둘째 흥덕경찰서는 교원대 직원에게 무혐의 처분을 내린 이유에 대해 A씨 자료를 타인에게 제공하거나 영리 또는 부정한 목적으로 이용했다고 인정할만한 단서가 없기 때문에 무혐의라고 봤다.

그러나 A씨의 자료가 교원대 산재 불복에 활용됐을 가능성이 있다는 정황이 드러났다.

진보당 강성희 의원실이 교원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A씨가 2021년 5월 산재 판정을 받은 이후 교원대는 그해 6월 15일과 16일 공단에 A씨 자료를 달라는 정보공개청구를 했으며, 7월 16일 변호사로부터 산재 불복과 관련 자문을 구했다.

당시 변호사는 ‘산재에 불복하는 것에 대한 명분이나 실리를 찾기는 어렵다’고 조언했다. 또한 ‘시기적으로 갑질신고에 따른 불이익한 조치로 오인될 수 있으니 가능한 범위 내에서 최대한 징계절차 또는 징계통보를 연기’하라고 조언했다. 교원대 행정과장, 제4대학장은 7월 21일 이러한 자문결과를 바탕으로 총무과장에게 A씨 징계의결요청서를 전달한 것으로 확인됐다.

A씨는 “학교 측은 내가 2016년 고혈압 진단을 받은 것도 다 알고 있었다. 나의 의료기록을 다 본 것으로 확신한다”며 “공단이 파기를 요청했지만 교원대에는 분명히 복사본이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편 이에 대해 교원대 측은 “다시는 문제(갑질, 직장내 괴롭힘 등)가 발생하면 안되기 때문에 선제적으로 조치하기 위해서 정보공개청구를 한 것이다”라며 “산재에 불복하기 위해서나 A씨를 징계하기 위해 A씨 자료를 청구한 것은 전혀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이어 “A씨가 아직 복직원을 제출하지 않았다. 복직이나 징계와 관련해서 결정된 것은 아직 아무것도 없는 상태다”라고 전했다.

 

“내가 사인한 개인정보동의 서류는 제3자 제공 아냐”

흥덕경찰서가 개인정보 유출 사건 피의자들에게 무혐의 결정을 내린 또 다른 근거는 A씨가 ‘요양급여 신청서’ 작성시 함께 제출한 개인정보이용동의서를 들었다. A씨가 개인정보 제공에 동의를 했기 때문에 불법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러나 A씨는 “공단에 제공한다는데 동의를 한 것이지, 제3자(교원대)에 개인정보를 제공한다는 것에 동의를 한 것은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한편 흥덕경찰서의 한 관계자는 “고소인이 경찰수사가 잘못됐다고 생각하면 이의신청을 하면 된다. 이의신청 이후에는 검찰로 송치되는 것이고 검사가 주관해서 사건을 종결하게 되어 있다”며 “이의신청을 한 이후에도 똑같은 결론이 났다면 담당검사에게 문의를 해야 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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