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수요자 중심 아침 간편식’ 연구용역 최종보고회 열려
더본 조정민 부장, “취지 인정하지만 결론 안 나와 난감”
예산, 안전사고 등 지적…“기업 참여하려 하지 않을 것”

더본 외식산업개발원의 조정민 부장이 19일 ‘수요자 중심 아침 간편식 연구용역 최종보고회’에서 연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최현주 기자
더본 외식산업개발원의 조정민 부장이 19일 ‘수요자 중심 아침 간편식 연구용역 최종보고회’에서 연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최현주 기자

 

윤건영 충북교육감의 ‘수요자 중심 아침 간편식’ 공약사업 최종 연구용역 결과, ‘실현 불가능하다’는 결론이 도출됐다.

메뉴 개발 어려움은 물론이고 학교 내 공간과 기초시설, 무엇보다 간편식을 매일 학교로 배송할 경우 발생하는 물류비 등 도교육청은 예산을 감당할 수 없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무엇보다 식중독 등 안전사고 위험부담으로 이 사업에 참여하는 기업은 없을 것이라는 결론이 나왔다.

학교 인근 편의점에서 아침 간편식을 먹는 방법 또한 대안으로 제시됐으나, 편의점 내 공간 부족과 학교 인근에 편의점이 없는 농산촌 지역에는 사실상 대안이 되지 못해 비현실적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교육청 제안 가격은 3500원, 실제 단가는 1만 3000원…“전혀 비현실적”

19일 오후 충북교육정보원에서 열린 ‘수요자 중심 아침 간편식’ 연구용역 최종보고회에서 연구용역을 맡은 더본 외식산업개발원의 조정민 부장은 지난 3개월여 동안 진행한 사업 실행방안을 발표했다.

조 부장은 발표를 시작하며, “그동안 용역을 몇천 개를 해봤지만 이번이 제일 힘들었다. 결론 도출이 안되었고 도출과정이 굉장히 난해했다. 똑 부러지는 결론이 안 나와서 난감하다”고 말했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아침 간편식의 기본적인 운영방식은 전담 인력(1인)이 매일 새벽 5시~6시 경 학교 앞에 도착한 차량에서 간편식을 꺼내 학교 내 보관실(냉동/냉장 창고)로 옮기고, 학생들은 교실이 아닌 별도의 공간에서 직접 음식을 선택하고, 직접 조리·뒤처리(그릇 정리)까지 한다. 조리기구는 전자레인지를 이용하는데 학교 내에 전자레인지 10대를 비치하면 80명의 학생이 12분 동안 조리할 수 있다. 간편식 업무를 담당하는 전담 인력은 주 5일 근무, 1일 8시간 근무하며, 월 250만 원의 급여를 받는다. 기업 입장에서 1식 비용은 4861원이고 여기에 기업 마진 5%를 추가하면 5104원이다. 이 금액에는 냉장창고 등 학교 내 식품 보관실 설치비, 기업의 시설비, 물류비 등은 포함되지 않았다. 또한 이 사업이 충북 도내 전체 학교로 확산된다면 물류비는 더 추가된다.

조 부장은 “(도교육청으로부터) 제안받은 가격은 1식 당 3500~4000원인데 간편식을 매일 배송할 경우 기업 입장에서는 시설비까지 포함하면 7000원 정도가 들고 여러 간편식을 집결했을 때 그 시설비를 반영한다면 1만 3000원이 될 것이다. 전혀 현실 타당하지 않다”며 “(기업 입장에서는)메리트가 없는 사업”이라고 잘라 말했다.

이어 “사업의 취지는 좋지만 기업들은 사업이 중단될 경우, 투자비 회수의 어려움이 있고 식중독 등 위험 상황이 발생할 경우, 기업의 존폐를 결정지을 정도로 리스크가 크기 때문에 굉장히 부담스럽다”고 설명했다.

또 “합리적인 물류 라인을 구축하는 방안에 대해 소홀히 했기 때문에 서울교육청이나 전남교육청도 이 사업을 축소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조 부장은 물류비용과 시설비 절감을 위해 학교 인근 편의점을 활용하는 방안도 제시했다. 학생이 아침에 학교 인근 (CU 등)편의점에 들러 편의점 내 판매되는 간편식을 먹고 학교로 등교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에 대해서도 조 부장은 “취식 공간이 협소하고 학생들이 집중되는 시간에 가열기구를 사용하지 못해 실제로 먹지 못하는 일이 발생할 수 있으며 학교 주변에 편의점이 없는 지역은 대안을 강구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조성민 부장은 “예측 가능한 리스트를 모두 대비한 이후에 실행할 필요가 있다”며 “수요자만 중심이 아닌 수요자와 공급자, 학교 근무자 등 모두가 만족할 수 있는 간편식 제공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 9일 충북교육청과 더본 외식산업개발원이 실시한 아침간편식 개발 메뉴 시식회에서 전교조 충북지부와 교육공무원노조 충북지부 관계자들이 피켓시위를 하고 있다.=최현주 기자
지난 9일 충북교육청과 더본 외식산업개발원이 실시한 아침간편식 개발 메뉴 시식회에서 전교조 충북지부와 교육공무원노조 충북지부 관계자들이 피켓시위를 하고 있다.=최현주 기자

 

“억지로 추진한다면 지속가능할까?…전면 재검토 필요”

이날 보고회에는 전교조 충북지부 관계자를 비롯해 충북교사노조 유윤식 위원장, 일반 교사들도 참여, 도교육청에 앞으로 일정과 사업 방향에 대해 질의했다.

교사 A씨는 “학생들이 아침을 먹어야 한다는 것을 부정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교육예산도 부족한 시기에 인스턴트 식품을 학생들에게 제공하는 것이 얼마나 학생 건강 증진에 도움이 되는지 고민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유윤식 충북교사노조 위원장은 “무상 포풀리즘에 빠져서 억지로 추진한다면 과연 (아침간편식 사업이)지속가능할까 하는 생각이 든다. 전면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전했다.

교사 B씨는 “그동안 TF회의는 아무런 구체적인 대안도 없이 난상토론처럼 진행되었다. 앞으로 어떻게 추진할지 계획을 밝혀주길 바란다”고 주문했다.

교사 C씨는 “편의점을 활용해 아침 간편식을 제공한다고 하면 편의점 내 공간 문제나 가열기구 등을 고려했을 때 실현 불가능하다. 학부모들이 원하는 것이 과연 편의점에서 음식을 먹는 것인가. 교육청은 (용역 결과를)들어주시고 생각하고 정책을 펼쳐주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이에 주병호 기획국장은 “오늘 연구용역 결과와 TF회의 결과를 종합해서 교육청에서 어떻게 안을 만들고 가져갈 것인지 구체적으로 정립할 것이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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