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 노동자, 연대, 기후 문제에 적극 대응할 것”
박옥주 민주노총 충북지역본부장 후보 인터뷰

박옥주 씨. 민주노총 충북지역본부는 오는 21일부터 27일까지 일주일 동안 임원 선거를 진행한다. 박옥주 씨는 김민우(수석부본부장)·김기연(사무처장) 씨와 손을 잡고 후보로 출마했다.
박옥주 씨. 민주노총 충북지역본부는 오는 21일부터 27일까지 일주일 동안 임원 선거를 진행한다. 박옥주 씨는 김민우(수석부본부장)·김기연(사무처장) 씨와 손을 잡고 후보로 출마했다.

 

전교조 임원이자 활동가, 20여 년을 아이들과 동고동락했던 박옥주 교사가 충북 노동운동의 핵심인 민주노총 충북지역본부 본부장으로 나선다.

박옥주 씨는 오는 21일부터 27일까지 일주일 동안 진행될 민주노총 충북지역본부 임원 선거에서 김민우(수석부본부장)·김기연(사무처장) 씨와 손을 잡고 후보로 출마했다. 단일 후보조로 큰 이변이 없는 한 당선이 유력시되지만, 그는 요즘 충북 전역을 다니며 조합원들의 투표 독려와 자신의 공약을 알리고 있다.

그는 앞으로 3년 동안 윤석열 정권의 노동 탄압의 벽을 뚫어내고 민주노조의 연대와 노동자들의 역량 강화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포부를 밝히고 있다.

 

1988년 도서관에서 우연히 본 수필집 한 권

박옥주 씨. 그는 1992년 청주교대 졸업 이후 30년을 초등학교 교사, 전교조 임원, 활동가로 살았다. 해직 기간과 노조 전임자로서의 활동기간 8년을 빼도 꼬박 22년을 아이들과 함께했다.

이쯤에서 의아해하는 사람이 있을 수도 있겠다. ‘교사가 민주노총 본부장을?’

그러나 이 질문에 박옥주 씨는 “교사도 노동자이고, 노동자는 하나입니다”라고 간단명료하게 답한다.

교사에게 전문성과 소명의식이 있어야 하는 것은 맞지만 이는 직업의 특성일 뿐, 교사도 노동자라는 사실은 예나 지금이나 변함이 없기 때문이다. 노동을 하고 임금을 받는 여타 노동자와 별반 다르지 않다는 것.

그가 노동운동에 처음 관심을 갖게 된 것은 1988년 말, 청주교대 1학년 겨울방학이었다. 당시 노동운동이 무엇인지 잘 알지 못했던 ‘평범한’ 학생이었던 그가 도서관에서 우연히 본 한 수필집은 그의 인생을 바꾸어 놓았다.

 

“방직공장 여성 노동자들의 이야기였어요. 잠을 줄여가며 열심히 일해도 늘 가난하고, 절대로 꿈을 이룰 수 없는 여성 노동자들의 이야기였습니다. 그 책은 저의 세계관을 바꾸어놓았습니다. 사실 그 당시 저는 성공하지 못하는 것은 개인의 노력 부족 때문이라고 생각했었거든요. 그런데 책을 읽고 제가 잘못 생각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아무리 열심히 일을 하고, 아무리 노력을 해도 가난에서 벗어날 수 없는 이유는 따로 있었습니다.”

 

마침 청주교대에서 활발하게 진행된 학원자주화투쟁에 참여하며 그 궁금증을 해소할 수 있었고, 예비교사로서 ‘민족·민주·인간화 교육’을 외치는 전교조에 대한 관심은 자연스럽게 이어졌다.

1993년 첫 발령 직후부터 전교조 충북지부 조합원으로 활동하며, 학교 내 비민주적인 요소를 없애고 교사와 학생의 권리를 회복하는데 집중했다. 2013년 전교조 법외노조 처분과 이어진 해고, 민주노조와의 연대, 그리고 4년 8개월 만의 복직, 그렇게 그의 30년 교직생활은 전교조, 충북지역 노동운동 역사와 함께했다.

 

 

“지속적인 활동과 연대…‘단단한 독’으로 거듭날 것”

박옥주 씨는 현재 누구보다 노동운동의 지속성, 연대의 필요성, 지역 운동에 관심이 많다. 그리고 앞으로 이를 민주노총 충북지역본부에서 실천할 계획이다. 특히 전국평균 대비 긴 노동시간, 적은 급여, 높은 자살률을 기록하는 충북지역 노동자들의 실태를 개선하는데 앞장설 계획이다.

우선은 미조직 노동자들의 조직화다. 현재 충북지역 노동자들의 민주노총 가입률은 6.15%에 불과하다. 박옥주 씨는 충북의 낮은 조직률이 긴 노동시간, 적은 급여, 높은 자살률과 무관하지 않다고 보고 있다.

 

“민주노조가 없기 때문에 노동자들이 권리를 인정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언젠가 사업주의 노동 탄압이나 착취 등에 대응할 때 민주노조의 문을 두드릴 것이고 장기적으로 노동자들의 권리를 찾는데 힘이 될 것입니다.”

 

박옥주 씨가 주목하는 또 다른 화두는 젊은 노동자이다. 플랫폼 노동 등 더욱 열악해진 환경에 놓인 청년노동자들을 위해 앞으로 민주노총이 과감한 지원과 발판이 되겠다는 각오다.

 

“청년특별위원회를 만들 계획입니다. 자기 사업장의 활동을 넘어서 지역 본부 차원에서 어떤 활동을 하고 싶은지 설문조사를 해 다양한 형태로 지원할 것입니다. 노동운동 역사 기행, 책모임, 영화모임, 젠더모임 등 청년들이 원하는 것을 적극적으로 수렴하고 지원하겠습니다.”

 

산별 노조들간의 연대도 빠질 수 없다. 민주노총은 과거에 비해 산별노조가 강화되었지만 이는 자칫 산별노조만의 활동으로 매몰될 수 있다는 평가도 있다. 특히 박옥주 씨가 연대에 더욱 큰 방점을 찍는 이유는 과거 전교조의 역사가 이를 증명하기 때문이다.

 

“연대의 힘이 없었다면 전교조는 아마 여기까지 올 수 없었을 겁니다. 초창기 전교조가 인정받지 못했을 때 가장 힘이 되었던 것은 시민단체와 학생, 다른 노조들이었습니다. 현재 다른 노조들도 그렇다고 생각합니다. 연대는 노조의 기본정신입니다.”

 

이외에도 박옥주 씨는 기후정의특별위원회를 만들어 기후문제는 곧 노동자들의 문제라는 점을 알릴 예정이다. 구체적인 계획은 기후정의 행진 개최 등이다. 그는 기후 문제가 모든 사람들이 겪을 문제지만, 노동자들에게 특히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고 있다.

 

“기후문제는 모든 사람들이 겪는 문제이면서 동시에 불평등의 문제입니다. 탄소발생은 부자들이 하고, 피해는 가난한 사람들이 당하는 구조입니다. 또한 노동자들은 산업전환 과정에서 또다시 배제당하게 될 것입니다. 민주노총이 중심이 되어 대안 마련 등 대응을 할 것입니다.”

 

그는 이 모든 것이 단기간에 이뤄질 것이라고 보지는 않는다. 그래서 혹자는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라고 표현한다.

그래도 그는 해야만 하고, 할 수 있다고 답한다. 지속적인 활동과 수많은 연대는 더 이상 ‘밑 빠진 독’이 아닌 ‘단단한 독’으로 재탄생할 것을 믿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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