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촌 공동체와의 상생을 경험하는 ‘청년마을’
농업·사회서비스·주거 등 청년 정착 기반 지원
자본에서 자유로운 대안적 삶 꾸려가는 청년들

 

제천시 덕산면에 위치한 청년마을(주)은 농업을 통해 사회적 약자에게 서비스를 제공하고 농촌 활성화를 도모하는 사회적 농업을 실천하고 있다. 청년마을 대표 한석주 씨(우)와 지역서비스공동체 사업을 담당하는 박유미 씨(좌)가 청년마을 앞에 서있다. 

 

“농촌에 있다 보면 많은 분이 이렇게 질문합니다. ‘농촌에서 뭐 먹고 사냐’고. 청년들이 ‘돈을 위한 삶이 아니라 주체적으로 살고 싶어요’, ‘환경을 지키며 유기농 농법을 하고 싶어요’ 해서 찾아온 청년들에게 ‘너 그래서 어떻게 돈 벌려고 그러냐’ 이런 시선으로 바라보면 농촌에서 버틸 수 없겠죠.”

 

자본으로 움직이는 도시 생활 속, 돈을 벌기 위해 하루의 대부분을 자신의 노동력을 생산해 판매하는 데에 사용한다. 생산을 위한 수단으로 전락한 ‘자기 자신’의 삶에 염증을 느끼는 청년들이 번잡한 도시를 벗어나 농촌으로 향하고 있다.

청년마을 한석주 대표는 청년들의 농촌 정착을 위해 ‘먹고 사는 일’ 주거와 일자리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농촌에서 청년들의 삶이 존중받는 것이 필요하다고 이야기한다.

제천시 덕산면에 위치한 '청년마을(주)'은 삶의 대안을 농촌에서 찾고자 하는 청년들에게 농촌 공동체를 겪을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사회적 농업을 추구하는 청년마을의 뜻에 이끌려 ‘살아보기’를 택했던 18명의 청년은 덕산면에 남아 청년마을에서 ‘살아가기’를 택했다.

청년마을은 농림부의 △농촌에서 살아보기 △귀농 장기교육 △시골언니 프로젝트와 △월악산에서 살아보기 등 자체 운영 프로그램을 통해 청년들의 농촌 정착을 지원한다.

청년마을의 정착 프로그램은 단순한 주거 지원이 아니다. 청년들이 서로를 존중하는 공동체를 형성하며 농촌 지역에서 주체적인 삶을 고민해 볼 수 있도록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1개월부터 6개월까지 지원을 받으며 농촌 생활의 가장 기본이 될 농사, 문화, 지역서비스 등 덕산면에서 기거하며 도심과는 전혀 다른 농촌 공동체에 적응해가는 과정이다.

정서적 적응과 더불어 청년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통해 농촌 공동체와 교류하며 역할을 찾는다. 정착한 청년이 농촌에 필요한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마을을 살리는 촉매제가 될 수 있는 ‘지속 가능한 농촌’을 위한 고민을 이어가고 있다.

 

청년들은 청년마을 공유지에서 올 한해 동안 유기농법으로 무농약 비트를 재배했다. (청년마을 제공) 

 

가진 것을 공유하고 협력하는 공동체

외지 청년들이 농촌에서 ‘잘’ 지내기 위해 필요한 것에는 무엇이 있을까?

한석주 대표는 주거, 경제, 일자리 지원이 분리된 지원이 아닌 입체적인 지원이 이뤄져야 한다고 이야기한다. 지자체의 청년 유치 정책이 각기 다른 부처에서 관리되면서 정책의 효과가 분산되는 것을 지적한다.

한 대표는 “청년이 밥 먹는 것만으로 살 수 없고 일만 가지고 살 수 없으니까. 생활 단위에서 청년을 지원하며 민간의 자원을 모아서 입체적 지원이 가능하도록 하는 게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가장 대표적으로 2018년도부터 운영된 살아보기 프로그램 같은 경우 매년 다른 컨셉으로 진행하고 있다. 마을행사 기획해보기, 목공으로 살아보기, 사회적경제로 살아보기 등 청년들이 농촌에서의 다양한 삶을 경험하고 ‘먹고 살 수 있는 일’을 찾아갈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다.

정착 지원 프로그램을 수료한 뒤에도 적은 비용으로 숙소에서 거주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매회 마다 4명의 청년이 함께하면서 2~3명의 참가자가 덕산면에 남길 택했을 정도로 청년들의 높은 만족도를 볼 수 있다. 지난해에는 농식품부가 시행한 농촌에서 살아보기 우수사례에 최우수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한 대표는 “농촌에서 살아간다고 해서 무조건 농사만 지으라고 할 순 없다”며 “청년들이 하고 싶은 것을 하면서 농촌에 부족한 서비스를 만들고 청년 자신의 행복을 추구하며 옆 사람, 공동체도 함께 행복해질 수 있도록 ‘윈-윈’관계가 되도록 돕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살아보기 프로그램에서 연계된 활동들이 인상적인데 △어르신 도시락 배달 △마을 축제 △마을 집수리 △일손돕기 등 청년들이 직접 고민하고 제안한 사업을 운영하고 있다.

청년 마을 공유지에서 직접 가꾼 작물들로 반찬을 만들어 마을의 노인들에게 배달하거나, 살아보기 참가자였던 목공 공방 창업자와 협업해 마을 가구 수선, 집수리에 나서는 등 청년 활동과 마을의 수요를 연결하기 위한 노력이 이어지고 있다.

 

지역공동체서비스 사업의 일환으로 청년들은 직접 가꾼 작물과 마을의 식재료로 반찬을 만들어 배달했다. (청년마을 제공)

 

농촌과 청년이 상생하는 방법

한석주 대표는 교직을 떠나 서울에서 농촌으로, 농촌 공동체의 유지를 위한 사회적 농업을 시작한 지 19년가량이 지났다.

“공교육은 국가가 원하는 기업에 필요한 인적 자원을 만들 목적인 거잖아요. 그게 아니라 사회 속에서 자기의 행복을 추구하고 그러다 보니 옆에 사람 행복까지 같이 고민하는 사람. 그런 사람이 될 수 있도록 지도하고자 하는 고민이 있었습니다.”

한 대표는 공교육 교사를 그만두고 대안학교를 거쳐 보다 ‘근본적인 교육’을 실현하기 위해 농촌으로 향했다. 농촌이 지속 가능하기 위해선 청년들이 정착하고 살아갈 수 있는 기반과 서비스가 필요했다. 교육 밖에서도 청년들이 대안적 삶을 살아가기 위해선 농촌이 필요했다.

뜻에 공감하는 사람들이 십시일반 힘을 보태면서 현재는 6000평 가량의 공유지에서 청년 정착을 위한 농업교육과 농작물 재배가 이뤄지고 있다.

이처럼 청년 마을은 농촌과 청년 간 연결다리 역할을 하면서 나뉘어 있는 지원 사업을 한 곳에서 운영하고, 민간 자원을 더해 다각적인 지원이 가능한 농촌 정착 플랫폼을 조성해나가고 있다.

 

청년마을 청년들이 유기 농법으로 논농사를 짓기 위해 풀뽑기에 나섰다. (청년마을 제공)

 

한석주 대표는 청년들이 기후 위기 시대에 땅을 살리는 농업을 실천하면서 소멸위기 농촌에서의 삶을 택하는 것이 ‘공익적 가치’를 띈다고 이야기한다. 청년의 입장에서도 ‘자기 자신’으로 살 수 있는 동시에 공익적 가치를 추구하는 삶의 방법인 셈이다.

한 대표는 “서울만 가지고 나라가 유지될 수 있나요 농촌도 유지돼야 서울 사람들도 유지될 테죠”라며 “청년들이 행복을 추구하고 자유롭고 주체적으로 살아갈 수 있도록 최소한의 노동력으로 자신을 지킬 수 있는 삶을 살 수 있도록 지지하는, 청년 마을은 그런 역할을 하겠다”고 말했다.

최소한의 노동력을 쏟아 이를 공유하면서 존중받고 다른 이를 존중하는 삶. 그런 삶을 청년들이 살아갈 수 있도록 청년마을은 기반을 마련하고 청년들의 정착이 또 다른 청년들을 불러들일 수 있도록 농촌에서의 선순환을 만들어가고자 한다.

청년마을의 농촌을 위한 사회적 농업, 농촌을 이끌어갈 대안은 청년이었다.

저작권자 © 충북인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