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송 호계리, 2020년 폭우 때 무너진 제방 또 무너지고
오작동으로 역류했던 수문 이번에도 되풀이되며 피해 키워

 

오송읍 호계리 마을 주민이 범람 당시를 설명하고 있다. 수문이 열려 병청천의 물이 들이닥쳤던 수로를 가르키고 있다.
오송읍 호계리 마을 주민이 범람 당시를 설명하고 있다. 병천천 물이 역류해 들이닥쳤던 수문을 가르키고 있다.

 

지난 20일,  충북 오송읍 호계리 농지 일대에서는  비가 그친 틈을 타 긴급 수해 복구 작업이 진행됐다.

햇빛은 지난 수마를 선명하게 비췄다. 무너져 내린 제방과 비닐하우스들이 수습되지 못한 채 널브러져있다. 논농사와 비닐하우스가 주력인 호계리 대부분 농지는 이번 장맛비를 이겨내지 못하고,  물에 잠겼다.

점심시간이 지나자 무너진 제방 옆에 군용차량과 엠뷸런스, 포크레인이 한 대, 두 대 계속 늘어났다. 육군 장병들의 지원으로 무너진 제방이 조금씩 형태를 찾아간다. ‘그늘이라도 있다면 좋겠는데’ 엠뷸런스가 항상 출발 준비를 해야 할 그야말로 뙤약볕이 내리쬔다.

 

장병들이 비닐하우스 잔해를 옮기고 있다.
장병들이 비닐하우스 잔해를 옮기고 있다.

 

“7년 새 3번째야 도저히 살 수가 없어”

제방 아래서 깊은 한숨이 들렸다. 제방 바로 아래 위치한 비닐하우스에서 노부부가 세간을 살피고 있다. 다 해져 뼈대가 드러난 비닐하우스 안 노부부의 얼굴에서 깊은 시름이 느껴진다.

수문 인근에 6개동 비닐하우스에서 호박과 오이를 재배하는 한 농부는 2017년 첫 침수 피해로 비닐하우스를 전부 갈아냈다. 그는 “2017년 수마 이후로 펌프장이니 제방도 보강하고, 여러 곳에서 찾아와서 많이 대비했다더니 이번이 벌써 세 번째”라고 이야기했다.

폭우만 내리면 비닐하우스가 잠기는 경험을 한 그는 호우주의보가 내린 전날 밤부터 노심초사했다. 15일 범람하는 하천 물줄기에 또 다시 작물과 비닐하우스가 쓸려내려가는 모습을 지켜볼 수 밖에 없었다.

 

(좌) 15일 7시경 수로 가득 물이 들어찬 모습. 흰색 영역은 수로 위치. (우) 20일 물이 빠진 뒤 수로와 닫혀 있는 수문 모습. 
(좌) 15일 7시경 수로 가득 물이 들어찬 모습. 흰색 영역은 수로 위치. (우) 20일 물이 빠진 뒤 수로와 닫혀 있는 수문 모습. 

 

그는 70 평생 지어온 농사를 더 이어가야 할지 막막하기만 하다고 허망한 심정을 털어놨다. 기껏 가꾼 오이, 호박밭이 흔적도 없이 사라지고, 다시 세운 비닐하우스가 계속해서 무너지고 잠겨버리니 다시 세울 힘조차 없다고 이야기했다.  

사람 키보다 큰 옥수숫대 꼭대기까지 덮인 진흙이 당시 참담했던 상황을 보여줬다.

“2017년에 제방이 3군데가 터졌어, 흙을 돋우고 벽에 블록을 쌓아 보강한다고 했지만 이번에도 터졌어. 제방이 얕은 곳부터 물이 넘치기 시작했지. 넘치는 물을 못 이기고 무너져 내리는 걸, 내가 다 지켜봤어”

 

15일 7시 20분, 비닐하우스 가득 물이 찬 모습. (주민 제공)
15일 7시 20분, 비닐하우스 가득 물이 찬 모습. (주민 제공)

 

침수 농가 모습. 
침수 농가 모습. 

 

“터진 데가 또 터지는 게 말이 되느냐고”

하우스 1동을 짓는데 1700만원이 든다. 하우스 6동 시설 피해만 1억 2000만원이다. 거기에 수확기를 맞은 농작물 피해를 더하면 최소 2억원 이상의 피해를 입은 것이다.

또 다른 주민은 "물이 빠지니 우리 논이 좀 보여, 멀쩡해 보이는 것들은 좀 써먹을 수 있으려나..이 씨네 양계장 울타리는 저기, 저 우리 논길에 있어"라며 논을 가리켰다. 마을 내 150개동 가량이 전부 잠겼으니 주민들은 망연자실한 채 논과 하우스를 살펴보고 있다.

마을을 향해 열린 배수구를 바라보며 농부는 “수문만 잘 닫겼어도, 이 정도로 비닐하우스가 다 망가지지는 않았을 텐데...제방만 살았어도, 당시에 견고하게 보강만 잘했어도 (물이) 덜 찼을 텐데”라며 한숨을 쉬었다.

 

15일 논 위에 이끼와 쓰레기가 가득하다. (주민 제공)
15일 논 위에 이끼와 쓰레기가 가득하다. (주민 제공)

 

호계리 마을 무너진 제방 아래 비닐하우스 잔해. 
호계리 마을 무너진 제방 아래 비닐하우스 잔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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