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론조사 빙자해 민주당 가입의사 여부 묻곤 전화 뚝
조사기관명도 안 밝히고 받을 때까지 계속 전화
‘내 전화번호 어떻게 알았지’시민들 불쾌감 토로
충북선관위 “선거법상 여론 조사 해당 안돼”

최근 여론조사를 빙자해 청주시민을 상대로 민주당 당원 가입 의사를 묻는 전화가 집중돼 시민들이 불편을 호소하고 있다.
최근 여론조사를 빙자해 청주시민을 상대로 민주당 당원 가입 의사를 묻는 전화가 집중돼 시민들이 불편을 호소하고 있다.

최근 여론조사를 빙자해 청주시민을 상대로 민주당 당원 가입 의사를 묻는 전화가 집중돼 시민들이 불편을 호소하고 있다.

‘02 6034’혹은 ‘02 6049’로 시작하는 번호로 걸려오는 이 전화는 받을 때 까지 지속해 걸려 오고, 민주당 가입 의사가 없다고 답변하면 설문이 바로 종료된다.

지난 주 청주시 흥덕구에 거주하는 A씨는 서울 지역번호로 시작하는 모르는 전화 한통을 받았다.

전화는 “안녕하십니까! 저희는 정국 현안등에 대한 여론조사를 실시하고 있습니다. 바쁘시더라도 잠시만 시간을 내어 응답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란 말로 시작했다.

여론조사 기관에서 온 전화라고 생각한 A씨는 통화를 이어갔다.

하지만 조사기관이 어떤 곳인지 밝히지도 않고 바로 설문으로 들어갔다.

첫 번째 질문은 주민등록상 거주지에 관한 것이었다. 그런데 답변 항목이 청주시 4개 행정구역에 국한됐다.

두 번째 질문과 세 번째 질문은 지난 대선과 21대 총선에 관한 것으로 어느 당 후보를 지지했는지 물었다.

네 번째 질문으로는 당원 여부를 물었다. A씨는 민주당 당원이라고 답변하자 설문은 종료됐다.

또 다른 청주시민 B씨도 26일 같은 전화를 받았다. B씨가 질문 받은 내용은 위 네 번째 까지 동일했다.

다만 B씨는 당원가입여부를 묻는 네 번째 질문에서 가입 정당이 없다고 답변했다.

그러자 A씨와 다르게 여론 조사는 계속 진행됐다.

다섯 번째 설문내용은 “저희 더불어민주당에서는 함께 정권교체 할 당원을 모집하고 있습니다. 참여하실 의사가 있으시면 1번, 없으시면 2번을 눌러주십시오”였다.

가입의사가 있다고 답변하자 “설문에 응해주셔서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빠른 시일내에 저희 더불어민주당에서 안내전화를 드리도록 하겠습니다”라는 멘트가 흘러나왔다.

여론조사 빙자, 당원 가입 개인정보 수집?

여론조사 기관의 실체도 밝히지 않은 전화는 몇 가지 특징이 있다.

서울 지역번호로 시작해 걸려오는 이 전화는 먼저 받을 때 까지 계속해 걸려온다는 특징이 있다.

두번 째로, 국민의힘 등 민주당 당원이 아니거나 민주당 가입의사가 없다는 것이 확인되면 바로 통화가 종료된다.

세번 째로, 청주시민이거나 청주에 이런 저런 연고를 가진 사람만 콕 찍어 전화가 온다는 것이다.

이번 전화에 시민들은 불쾌한 기색을 감추지 않고 있다. 청주시민 배상철 씨는 SNS에 “여론조사를 가장한 당원가입(홍보전화)”이라며 “여론조사라고 상당구 거주민을 타깃으로 전화돌려 몇살이냐? 지난 대통령선거에서 누구 찍었냐? 민주당 당원이냐? 당원이 아니라고 하면 당원가입 의사 있느냐 물어보고 가입의사 없다고하면 그냥 뚝 끊어버리는 기왕 친절하기라도 하면 좀 좋아?”라며 불쾌감을 드러냈다.

청주시민을 콕 찍어 전화가 온 것에 대해서도 의문점이 나오고 있다.

B씨는 “내가 청주에 사는 것을 어떻게 알았는지 생각해 보면 의문이다”며 “정식 여론조사기관인지도 모르는 데 누구한테 대 전화번호를 제공 받았는지 궁금하다”고 말했다.

그는 “결국 나의 정치성향이 전화를 건 업체에 다 넘어간 것인데, 그곳이 어딘지 더 모르는 것이 기분 나쁘다”고 말했다.

민주당 충북도당 “우린 모르는 일”

이번 여론조사와 관련해 민주당 충북도당 관계자는 “도당에서 이와 같은 여론 조사를 실시한 적은 없다”고 잘라 말했다.

충청북도 선거관리위원회 관계자도 “선거법상 여론조사에 해당하지는 않아 보인다”며 “선거법상 불법행위에 저촉되지는 않는다”고 밝혔다.

한편 지역 정가 주변에서는 일단 이번 여론조사를 의뢰한 측에 대해 내년 치러 질 22대 총선에 출마의사가 있는 민주당 관계자 일 것이라고 분석했다.

저작권자 © 충북인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