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환경련, ‘빗물받이는 바다의 시작’ 캠페인 진행
우암동 먹자골목 일대, 30분간 1.8kg 담배꽁초 수거
참가자, “담배꽁초 투기 인식 개선과 수거함 설치 필요해”

 

17일 충북환경련은 우암동 먹자골목 일대에서 '바다의시작' 캠페인을 진행했다. 사진은 25여명의 참가자가 수거한 담배꽁초와 빗물받이 페인팅. 
17일 충북환경련은 우암동 먹자골목 일대에서 '바다의시작' 캠페인을 진행했다. 사진은 25여명의 참가자가 수거한 담배꽁초와 빗물받이 페인팅. 

 

토요일 오전 10시 청주대학교 인근 우암동 먹자길(먹자골목) 입구에 초록빛 조끼를 입은 사람들이 모여 있다. 장갑과 집게를 나눠 가진 사람들은 먹자골목 일대로 흩어졌다.

사람들은 빗물받이를 들어 올려 하수구에 쌓인 담배꽁초를 주웠다. 2개 빗물받이를 채 줍기도 전에 쓰레기 봉지 바닥을 가득 채웠다. 최고기온 32도를 예보한 당일, 사람들의 이마에는 땀이 맺혔고 얼굴은 빨갛게 탔다. 이들은 왜 맑은 주말에 나와 하수구에 버려진 담배꽁초를 줍고 있을까?

지난 17일 청주충북환경운동연합(이하 충북환경련)은 담배꽁초 투기로 인한 환경 문제를 알리기 위한 ‘바다의 시작’ 캠페인을 진행했다.

빗물받이에 투기한 담배꽁초의 플라스틱 필터가 미세플라스틱으로 분해돼 하수도를 거쳐 바다로 향한다. 이를 어패류나 어류가 섭취하고 사람의 몸에도 축적되고 있다.

이에 충북환경련은 시민들의 담배꽁초 투기에 대한 인식 개선을 위한 캠페인을 마련했다. 5월부터 11월까지 매달 식당이 밀집된 번화가를 방문해 쓰레기를 줍고 빗물받이에 페인팅 활동을 진행할 계획이다.

두 차례 캠페인을 거치며 참가자들은 길거리의 담배꽁초를 줍고 페인트를 칠하는 직접적인 체험을 통해 담배꽁초 무단 투기가 환경에 끼치는 단기적, 장기적 문제에 대해 인식하고 고민해보는 시간을 가졌다.

 

캠페인 참가자들이 우암동 먹자골목 일대 빗물받이를 청소하고 있다. 
캠페인 참가자들이 우암동 먹자골목 일대 빗물받이를 청소하고 있다. 

 

이날 캠페인은 충북환경련 김채린 활동가의 인사말과 함께 시작됐다.

“담배꽁초 대부분이 하수도를 통해서 바다로 흘러갑니다. 해양 미세플라스틱 문제가 무척 심각합니다. 우리가 앞으로 살아갈 건강한 미래, 건강한 바다를 위해 도움이 된다는 마음으로 활동에 임해주셨으면 합니다.”

중학생부터 대학생, 가족끼리, 친구들과 다양한 연령대의 사람들이 눈에 띈다. 평소 환경에 관심이 있어서, 캠페인 취지에 동감한 참가자, 뜻도 좋고 페인트 활동이 재밌어 보여 함께 하게 된 참가자 등 25여 명이 함께 했다.

이들은 청소를 위해 3~4명씩 팀을 나눠 먹자골목으로 향했다.

 

이게 빗물받이인지 재떨이인지

 

우암동 먹자길(우암교회~내덕지구대 방면)은 도시재생 사업의 일환으로 지난해 ‘중앙로 보행환경 개선 공사’를 마쳤다. 일방통행 도로와 도로가 곳곳에는 화분과 의자가 놓여있다. 깔끔하게 정비된 듯했던 먹자골목은 청소를 위해 들어서자 180도 다른 모습으로 다가왔다.

가장 먼저 담배꽁초 산이 눈에 들어왔다. 거리 미관을 위해 놓인 화분에는 하얀 꽁초와 온갖 쓰레기가 뒤섞여있다. 지난 금요일 밤 여흥이 다소 지저분한 형태로 거리에 깔려있었다. 숙취해소제, 음료수, 껌 종이, 토사물까지 뒤엉켜 곳곳에서 탄식이 터져 나왔다.

빗물받이를 들어 올리자 하수도에는 하얀 담배꽁초가 쌓여있다.

“빗물받이가 완전 재떨이예요”, “어휴 많다, 많아”

참가자들은 눈앞에 쓰레기를 치우기 위해 집게질을 서둘렀다.

지난달 캠페인을 포함해 두 번째 참석한 참가자는 빗물받이에 담배꽁초가 가장 많다고 이야기했다. “빗물받이에 넣으면 보이지 않으니까, ‘여기에 넣으면 꽁초가 쓸려갈 것’이라 생각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거리 곳곳에 놓인 화단도 무사하지 못했다. 온갖 쓰레기와 담배꽁초가 엉켜있다.
거리 곳곳에 놓인 화단도 무사하지 못했다. 온갖 쓰레기와 담배꽁초가 엉켜있다.

 

“거리랑 하수구에 담배꽁초가 너무 많고 지저분해요.”

어린아이들도 친구들과 봉사활동에 나섰다. 아이들은 담배꽁초를 주우며 “사람들이 담배를 안 피울 수는 없을까요? 바닥에 담배꽁초를 막 버리지 않았으면 해요”라고 이야기했다.

아이들이 담배꽁초가 많은 빗물받이를 서로 줍겠다고 꺄르르 웃으며 나선다. 힘들지 않느냐는 질문에 “그래도 뿌듯하고 재밌어요”라고 답했다.

25여 명의 참가자가 먹자골목 일대를 나눠 30분간 빗물받이와 화단 등에서 수거한 담배꽁초는 1.8kg가량, 약 2000개비에 달했다. 3~4걸음 건너 빗물받이와 화단마다 멈춰 서야 할 정도로 거리엔 담배꽁초와 쓰레기가 넘쳤다.

청소가 끝난 뒤 참가자들은 각자 페인팅 장비를 챙겨 빗물받이 앞에 자리를 잡았다.

빗물받이에 쓰레기를 버리지 말았으면, 무심코 담배꽁초를 버리기 전에 시선이 닿길 바라며 붓을 꾹꾹 눌러 페인트를 칠했다.

지나가던 시민들도 자리를 멈추고 관심을 가졌다. “어디서 하는 거예요?”, “왜 하는 거예요?” 던지는 질문에 캠페인 취지를 설명했다. 참가자들은 “그래도 관심을 가져서 다행”이라고 말했다.

 

빗물에도 지워지지 않을 선명한 고래 그림과 ‘바다의 시작’ 문구가 새겨졌다. 페인트칠을 마친 참가자는 완성된 그림을 보고 뿌듯한 미소를 지었다.
빗물에도 지워지지 않을 선명한 고래 그림과 ‘바다의 시작’ 문구가 새겨졌다. 페인트칠을 마친 참가자는 완성된 그림을 보고 뿌듯한 미소를 지었다.

 

“환경 문제 인식과 지자체의 관심 필요”

참가자들은 직접 거리에 버려진 담배꽁초를 수거하고 캠페인을 진행하면서, 어떻게 하면 꽁초 투기를 막을 수 있을지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흡연자와 시민들의 인식 개선과 지자체의 지원이 필요하다는 의견들이 많았다.

흡연자인 한 참가자는 “꽁초를 버릴 곳이 마땅치 않아 매번 쓰레기통을 찾는다”며 “휴대용 재떨이를 이용하거나 지자체에서 관리하는 꽁초 수거함 등 버릴 곳이 마련되면 좋겠다”고 말했다.

또 다른 참가자는 “담배꽁초의 환경 피해에 대한 인식 개선과 꽁초 수거 보상제, 환경부담금 등 대안이 마련돼야 한다”고 이야기했다.

비단 이곳만의 문제는 아니다. 술집과 유흥가가 몰린 먹자골목, 흡연자 다수가 모일법한 거리마다 담배꽁초가 널려있다. 그에 반해 길거리에 재떨이와 쓰레기통은 찾기가 어렵다.

세종에서 온 참가자는 “쓰레기 버릴 곳이 너무 없어서 빗물받이 투기가 발생하는 것 같다”며 “세종에는 길마다 쓰레기통이 많이 보이는데 청주는 쓰레기통을 거의 본적이 없다”며 아쉬움을 표했다.

 

 

충북환경련에 따르면 국내 생산 담배의 90% 이상이 분해가 어려운 ‘셀룰로스아세테이트’ 플라스틱 필터로 구성되어 있다. 빗물받이에 버려진 담배꽁초는 바다로 흘러가 해양 생태계에 악영향을 끼칠뿐더러 악취와 폭우 시 배수를 방해하는 문제 등이 발생한다.

또한 (사)환경운동연합에서 지난해 진행했던 ‘전국 생활 속 쓰레기 조사’에서도 담배꽁초가 전체 쓰레기 중 1위를 차지했다. WHO의 보고서 또한 판매된 담배 중 3분의 2는 땅바닥에 버려진다며 담배꽁초 투기의 심각성을 지적한 바 있다.

충북환경련 김채린 활동가는 캠페인을 마무리하며 “오늘 참여한 경험을 주변에 알려 환경보호를 위해 담배 꽁초를 투기하지 않도록 이야기해달라”며 당부의 말을 남겼다.

이날 캠페인에서 페인팅한 빗물받이는 37개로 페인팅의 뜻과 취지를 알리는 홍보 전단도 먹자골목 일대에 부착했다.

참가자들은 “캠페인 일대를 방문했을 때 빗물받이에 하얀 고래를 발견하면 반가운 마음이 들 것 같다”며 뿌듯함을 전했다.

‘바다의 시작’ 캠페인은 11월까지 매월 진행될 계획이다. 내달 캠페인은 충북대학교 중문 일대에서 진행될 예정이다. 충북환경련 홈페이지와 SNS를 통해 장소와 시간 등 자세한 내용을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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