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회용품 글쓴다고 재활용품 되지 않고, 햄버거 하나당 숲 1.5평 사라져"

충북도교육청이 호국보훈의달을 맞아 시행하는 이벤트 행사 웹자보(출처 : 충청북도교육청"
충북도교육청이 호국보훈의달을 맞아 시행하는 이벤트 행사 웹자보(출처 : 충청북도교육청"

 

6월은 호국보훈의 달입니다. 또 6월 5일은 ‘환경의날’이기도 하죠. 이를 맞아 충북도교육청은 지난 2일부터 ‘재활용 일회용품에 나라사랑을 표현해요’라는 호국보훈의달 이벤트 행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종이컵과 같은 일회용품에 나라사랑이 담긴 내용으로 글씨를 쓰거나 그림을 그려 보내주면 롯데리아 불고기버거세트를 경품으로 준다는 겁니다.

충북도교육청은 공식블로그를 통해 “우리 곁에서 알게 모르게 환경에 영향을 미치는 종이컵, 빨대, 컵라면 용기 등 사용제한을 통한 탄소배출 줄이기에 동참하고 나라사랑 정신도 실천 할수 있는 체험형 콘텐츠”라고 홍보합니다.

이와 관련해서 한 학부모님이 이를 비판하는 기고문을 보내왔습니다. 이 학부모는 이벤트에 참여하려면 일회용품을 사용해야 하고, 경품으로 나온 햄버거 하나당 숲 1.5평이 사라진다고 지적합니다.

한마디로 환경캠페인으로는 적절하지 않다는 거에요.

이에 본보는 학부모님이 보내주신 글 전문을 게재합니다. 물론 학부모님의 지적에 대해 충북교육청이 반론을 보내주신다면 동일하게 게재 할 예정입니다. 독자 여러분들의 소중한 의견을 언제나 기다립니다. (편집자주)

 

글 : 이남순(청주 학부모)

초등학생인 아들이 며칠전 핸드폰으로 나에게 뭘 보여주면서 우리 가족이 다 참여해서 “우리 버거파티 할까?” 라고 하길래 뭔가 들여다보았다.

그리고 나는 너무도 놀라운 것을 보았다.

충북도교육청이 6월 환경의날과 호국보훈의 날을 맞이하여 이벤트를 하고 있는데 이름하여 “재활용 일회용품에 나라사랑을 표현해요!”라는 것이다.

내용인 즉슨, 음료수나 라면 등 일회용품을 써서 거기다 나라사랑 글이나 그림을 그리면 50명에게 불고기버거세트를 준다는 것이다.

이걸 보는 순간 너무 기가막혀 입을 다물 수가 없었다.

충청북도 교육청이 제작한 홍보용 웹자보
충청북도 교육청이 제작한 홍보용 웹자보

이 행사에 참여하기 위해서 일회용품을 쓰라는 것인가? 충북교육청은 지금 제정신인가? 일회용품에 그림을 그리면 재활용품이 되는가? 일회용품에 그림을 그리는 것이 환경의식과 무슨 관련이 있는가?

더 기가 막힌건 선물이 ‘불고기버거세트’라는 것이다.

지금 사회 곳곳에서는 기후문제가 심각해서 육식을 줄이자는 운동을 하고 있다.

지구의 허파인 브라질 아마존 밀림이 모두 파괴되고 있는 이유가 축산업 때문이고, 그 대표적인 음식이 바로 햄버거이다.

햄버거에 들어가는 패티를 만들기 위해 아마존 밀림을 불태우고 숲을 밀어버려 그 자리에 소를 키우고 있다.

그래서 10년 전부터 나온 유명한 말이 있다. ‘햄버거 한 개당 숲 1.5평이 사라지고 있다’는 말이다.

기후위기 문제로 유럽 등 외국은 채식 급식을 주1회로 확대하며 실시하고 있고, 우리나라 역시 2021년부터 월 1~2회 채식급식을 실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그리고 학생들에게 채식 관련 교육을 하고 환경교육을 실시하고 있다고 들었다. 우리 집 아이도 고기먹는 문제에 대해 나와 몇 번 대화를 하기도 했다.

그런데 지금 충북교육청의 이 행사는 환경의날을 기념해서(!) 일회용품을 쓰고, 숲을 파괴하는 햄버거를 먹자는 것이다.

이것이 충북교육청의 환경의식의 현주소이다.

오늘은 ‘환경의 날’이다. 환경의날이다 보니 더욱 충북교육청의 이런 인식수준이 더 처량하고 화가 난다.

지역의 최고의 교육기관이 ‘환경’문제에 아무 생각이 없는 것이다. 아들에게 부끄러워 말을 할 수 없을 지경이다.

요즘 충북교육청이 부쩍 소란스럽던데 환경의식마저 이 정도라면 정말 실망하지 않을 수 없다.

충북교육청은 ‘환경의 날’의 의미를 제대로 알기 바라고, 기후위기시대의 절대과제인 ‘환경’ 에 대한 기본적인 소양을 갖추길 바란다.

그 전에 이런 ‘환경파괴’ 이벤트 부터 당장 철회해야 할 것이다.

저작권자 © 충북인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