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주시-청주병원 10년 걸친 시청사 협의 결과 결국 강제 집행
“법외 보상 불가”…“동일 규모 이전 지원” 입장 차이만 보여
시, 시청사 건립에 박차…260여 명 노동자·환자 보호 대안 불투명

 

 

청주시 청사 건립으로 인한 시와 청주병원의 첨예한 대립이 이어지고 있다.

현재 규모와 동일한 조건으로 이전을 바라는 청주병원과 토지 수용을 마친 청주병원에 법외의 지원은 할 수 없다는 청주시, 양측의 입장차가 좀처럼 좁혀지지 않는 가운데 병원 노동자와 환자의 피해 또한 이어지고 있다.

지난달 4일 병원 장례식장 등 일부 부지에 대한 강제 집행 시도가 병원의 거센 반발로 중단됐다. 청주병원이 시청사 건립의 ‘걸림돌’이라는 언론 보도에 병원은 청주시의 기만적 행정이 문제였다고 반박했다.

시와 병원은 2014년 통합 청주시 출범 후 신청사 건립논의가 시작된 이후 10년간의 협상을 이어왔다. 2015년부터 △대농지구 △테크노폴리스 △영운정수장 △충북방송 인근 등 7개 부지의 토지 교환(대토) 협의가 진행됐으나 합의가 이뤄지지 못했다.

시가 2016년 보상계획을 공고하면서 대토가 불가능해지자 병원은 이전을 위한 국유지 수의매각을 요구해왔다. 협의가 진척되지 않자 2019년 수용 재결 절차를 거쳐 소유권이 청주시로 넘어갔다. 청주병원은 현재까지도 해당 부지에서 병원을 운영하고 있다.

 

지난달 4일 법원이 강제집행에 들어가자 병원 직원들이 집행관의 출입을 막아섰다. (출처=뉴시스) 
지난달 4일 법원이 강제집행에 들어가자 병원 직원들이 집행관의 출입을 막아섰다. (출처=뉴시스) 

 

청주병원 “불가능한 제안, 시간만 끌다가 적기 놓쳐”

청주시 “법적 의무는 없어…병원이 책임져야”

청주병원은 언론에 보도된 “병원 이전 부지를 제안하였으나 병원이 거부”했다는 청주시의 주장은 사실과 다르며 시와의 협의 과정이 행정 절차를 위한 구색 맞추기에 불과했다고 주장했다.

병원 관계자는 “청주시가 확실치 않은 부지만을 제안했으며 협의안을 번복하면서 시간이 지체됐다”며 “결국 2019년 공탁금으로는 이전이 불가능한 오도 가지도 못하는 상황에 이르렀다”고 이야기했다.

시에서 제안한 대토 부지는 병원이 들어설 수 없는 맹지이거나, 대농지구와 같이 학교와 주거시설이 인접해 있어 진료과 특성상 인허가의 어려움이 예상되는 지역들이었다고 설명했다.

또한 2015년 당시 2016년까지 이전하는 조건으로 기초공사조차 진행되기 이전의 테크노폴리스 부지 등 병원 운영이 불가능한 제안뿐이었다고 주장했다.

이에 병원은 “교환과 보상의 여지만 남기며 임기마다 담당 부서의 말이 달라졌다”며 “논의가 일관적으로 진행됐다면 보상금을 통해 이전이 충분히 가능했을 것”이라는 입장이다.

청주시는 병원 입장에서 아쉬움을 느낄 뿐 행정상의 문제 없이 토지 수용 절차를 마쳤으며, 법적 지원 근거는 없다는 입장이다.

병원 측의 주장에 청주시 관계자는 “여러 제안이 오가면서 관련 부서 간 검토 과정에서 인허가 등 문제가 발생했을 뿐 애초에 안되는 부지를 제안한 건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또한 “병원 측에선 현재와 동일한 입지, 평수, 접근성을 바라고 있지만, 사업 규모나 부지를 축소해 인허가를 받아 이전할 수 있었던 것 아니냐”는 입장이다.

이에 병원 관계자는 “외곽으로까지 이전을 고려했지만 규모를 축소하라는 것은 현 직원들을 해고하라는 것이나 마찬가지”라며 “규모를 늘려 이전하기엔 시청사 건립 발표 이후 이어진 경영 적자로 자금 확보력이 부족한 상황”이라고 밝혔다.

병원 측은 현재 병원 규모를 유지할 수 있는 이전 방안을 지속 요구하고 있다.

 

 

‘시민숙원 사업’이라는데 환자·노동자 보호는?

병원 이전에 대한 갈등이 이어질수록 환자와 병원 노동자의 피해 또한 커지고 있다. 병원 직원 A씨는 “강제 집행 당일까지도 130여 명의 환자가 입원하고 있었다”고 밝혔다. 노약자와 장기 입원 환자가 많은 병원 특성상 소란스러운 분위기에 피해를 호소하는 환자들이 있었다고 대변했다.

시와 법원 또한 이를 인식하고 있으며, 환자 전원을 위한 고지와 지원을 하고 있다. 시 관계자는 “보건소와 인근 병원 등 환자들을 수용할 수 있는 충분한 여건이 된다”며 “강제 집행 이후 10%가량 환자들이 전원 의사를 밝힌 것으로 알고 있어 이에 따른 조치를 취했다”고 밝혔다.

이범석 시장 취임 이후 ‘시민 숙원사업’이라며 청주시청사 건립을 위한 토지 확보 및 구청사 철거 절차에 속도를 가하고 있다. 강제 집행에 나선 청주시의 선택에 시민단체 또한 우려를 표명한 바 있다.

지난달 5일과 13일 충북시민단체연대회의는 성명을 통해 청주병원 청주시가 강제 집행을 강행했다고 비판하며 환자의 건강권과 병원 노동자들의 생존권 보장을 촉구했다.

한편, 청주시청사 건립 사업은 현재 구청사 부지부터 청주병원을 포함하는 2만8459 면적에 건립될 예정이다. 2025년 착공, 2028년 완공을 목표로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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