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천군 광혜원면 공무원, 주민자치회 돕기 위해 서명위조
‘허위식사비’ 50여만 원 반납…‘예산사용 불감증’ 지적도
진천군, “민원지속으로 주민자치회 더 이상 지원 못해”

진천군 광혜원면 주민자치회 위원들이 보조금(식사비)를 부풀려 청구하고 이 과정에서 담당 공무원이 위원들의 서명을 위조한 일이 발생, 파장이 일고 있다.

실제 식사자리에 참석하지도 않은 위원 서명을 주민자치회 일부 임원들과 담당 공무원이 허위로 기재, 식사비를 부풀려 보조금을 타냈다는 것이다. 광혜원면 주민자치회는 허위서명으로 받은 보조금 50여만 원을 진천군에 반납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일에 관계된 주민자치회 위원들은 집단 사퇴했고, 담당 공무원은 경찰 조사까지 받았다. 더욱이 진천군은 이후 주민자치회 지원을 더 이상 할 수 없다고 통보,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주민자치 위원들이 예산을 허투루 사용, 주민자치회의 ‘예산사용 불감증’이 만연해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도대체 무슨 일 있었나

진천군은 지난 2021년 풀뿌리 민주주의 실현을 목적으로 주민자치회를 7개 모든 읍·면에 전면 도입했다.

그러나 광혜원면에서는 건강관리실 강사 인건비 지급문제 등 수년전부터 주민자치회 내부에서 갈등을 겪었고, 최근에는 보조금 정산에서 공무원이 주민자치회 위원들의 서명을 위조한 일도 발생, 지역사회의 적지 않은 파장이 일고 있다.

이번 일의 발단은 지난해 있었던 ‘덕성산 꽃길 등반대회’에서 발생했다. 이 행사는 주민자치회 문화분과에서 주최한 사업으로 예산은 1000만 원 가량이다.

문제는 보조금(식비) 정산에서 발생했다. 당시 광혜원면은 자치위원 1인당 식비를 8000원씩 책정했는데, 자치위원 7~8명은 행사 후 식사를 했고 그 식비가 63만 원 가량 발생했다. 책정된 예산의 약 10배에 달하는 액수다. 진천군은 광혜원면에 식사를 한 이들의 명단을 요구했고 주민자치회 임원들과 광혜원면 담당 공무원은 실제 식사자리에 참석하지도 않은 자치위원 명단과 서명을 허위로 작성해 진천군에 제출했다. 이 과정을 광혜원면 담당 공무원이 주도했다는 전언이다.

형법 제239조는 ‘행사할 목적으로 타인의 인장, 서명, 기명 또는 기호를 위조 또는 부정사용한 자는 3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고 되어 있다. 현재 진천경찰서는 담당 공무원 및 관계자들을 조사했고 수사결과는 조만간 나올 전망이다.

 

 

문제 제기하자 지원 중단?

이 문제는 단순한 ‘서류조작 사건’에 머무르지 않고, 진천군의 주민자치회 지원을 아예 중단하는 것으로 확산됐다.

광혜원면에서는 공무원이 서명을 허위로 할 수밖에 없었던 사정이 있었고, 사퇴를 한 주민자치회 임원들은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그리고 또 다른 주민자치회 위원들은 진천군과 광혜원면이 근본적인 문제해결 없이 주민자치회를 아예 없애려 한다며 반발하고 있다.

각각의 입장을 알아보자.

우선 광혜원면에서는 담당 공무원이 허위로 서명을 한 것은 잘못이지만 이는 주민자치회를 도와주기 위한 것으로 이를 문제 삼는 것은 주민들의 의한 ‘갑질’이라고 주장한다.

광혜원면의 A씨는 “원래 식사 자리에서 식사를 한 이들의 서명을 직접 받는 것이 맞다. 하지만 주민자치회 위원들이 미처 챙기지 못했다. 나중에 공무원이 주민자치회에 식사한 명단을 제출하라고 했더니 못했다. 서류 작업을 대신해 준 것이다. 누가, 얼마나 먹었는지 알 수가 없었고 시간도 많이 지나 알 수도 없는 상황이었다. 담당 공무원이 어쩔 수 없이 도와준 것이다”라고 해명했다.

A씨는 또 “식사를 몇 명이나 했는지 정확하게 인원수는 확인을 못했다. 영수증에 맞춰서 담당자가 서류를 만든 것이다. 액수를 부풀린 것은 절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진천군 기획감사실의 한 관계자도 “주민자치회 일은 주민들이 하는 것이 맞다. 주민들이 그것을 하지 못하니 공무원이 도와준 것이다”라며 “경찰 수사 결과에 따라 담당 공무원의 징계수위를 정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또 집단 사퇴를 한 주민자치회 전 임원 B씨는 잘못이 없다는 입장이다. 그는 “저희는 잘못 없이 사퇴를 했고, 한 사람 강요에 의해서 사퇴를 했다. 공무원을 안 건드린다고 해서 우리가 사퇴했다”고 잘라 말했다. 허위 서명 등의 문제를 제기하는 것은 갈등을 유발하기 위한 것이고 그 ‘갈등 유발자’가 고의로 자신들을 모함하기 위한 것이라며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진천군은 이 문제를 주민들간의 지속적인 갈등과 민원제기에 초점을 두고 있다. 한 관계자는 “지속적인 민원과 정상화를 위해 광혜원면 주민자치회의 모든 행정적, 재정적 지원을 이어가기 어렵다”라고 전했다.

‘허위 서명’ 문제제기를 한 C씨는 “문제의 핵심은 식사비가 8000원으로 책정돼 있음에도 허위로 서류를 작성했고 여기에 공무원과 일부 주민자치위원들이 가담한 것이다”라며 “주민자치회 위원들이 잘 모르고 못하면 공무원이 잘 가르쳐주고 알려 줘야 하는데도 오히려 편법으로 서류를 작성한 것은 명백한 잘못이다”라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사퇴한 임원들은 자신들의 잘못도 인정하지 않고, 없던 일로 하자고만 한다. 오히려 문제제기 하는 것을 잘못이라고 한다. 황당하다”고 말했다.

C씨는 “광혜원면에서는 그날 행사 이후 누가, 얼마나 식사를 했는지 알 수 없다고 하지만 말이 되지 않는다. 지역이 좁다보니 모를 수가 없다. 당시 행사 이후 식사를 한 이들은 주민자치회 위원 뿐 아니라 그의 가족도 있었고 8000원보다 훨씬 비싼 음식을 먹었다는 말이 이미 파다하다. 문제를 제기했더니 사과도 없고 아예 활동을 중단한다고 한다.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현재 광혜원면 주민자치회는 임원들의 집단 사퇴 이후 신입 회원을 모집, 17명이 활동하고 있다. 이들은 신임회장을 선출하고 정상화를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한편 이와 관련 충북참여연대 이선영 사무처장은 “행정의 미숙한 대처와 주민자치 인식 부족으로 문제가 시작된 만큼, 문제 해결에 노력하고 진정한 주민자치를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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