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천군 광혜원면 주민자치 시범지역이지만 7개월간 내홍
"원칙과 조례 반한다" vs "사사건건 트집잡아 일 할 수 없다"
자치 위원 인원 수, 건강관리실 급여 등으로 갈등 노출

<진천군 광혜원면 주민자치회에서 무슨 일 있었나?>

 

(사진 제보자 제공)
(사진 제보자 제공)

풀뿌리민주주의를 실현하겠다며 만들어진 진천군 광혜원면 주민자치회가 미숙한 운영과 위원들 간의 의견충돌로 내홍을 겪고 있다. 일각에서는 ‘진천군 주민자치회 설치 및 운영조례’가 있음에도 임원진들이 이를 지키지 않는다고 주장하고, 일각에서는 사사건건 트집을 잡으니 일을 할 수가 없다고 주장한다.

급기야 구성된 지 7개월 만에 일부 임원(회장, 부회장1명, 사무국장)이 사퇴했고 주민자치회를 해산한다고 밝혔다. 지난 11일 광혜원면 주민자치회는 단체 카톡방을 통해 활동중단을 선언했다. 그러나 활동중단 선언 17일 만인 28일 이를 다시 번복하고 ‘주민자치회를 잘 운영하기로 했다’고 밝히는 등 웃지 못 할 일이 벌어지고 있다.

 

위원 하고 싶다고 36명 신청했는데…11명은 ‘탈락’

진천군 광혜원면은 지난해 말 덕산읍과 함께 '주민이 참여하는 풀뿌리 민주주의 실현'을 위해 주민자치 시범지역으로 선정됐다. 진천군은 행정안전부 주민자치회 시범실시 지역으로 2013년부터 활발하게 운영 중인 진천읍 외에 덕산읍, 광혜원면을 주민자치회 시범지역으로 추가 지정해 운영하며 추후 전 지역으로 확대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었다.

주민자치회는 주민들이 중심이 되어 마을의 다양한 문제를 직접 발굴하고 논의하며 스스로 해결해나가는 주민참여조직을 말한다. 2013년 행정안전부 시범사업 이후 2019년 말 기준 전국 408개 읍·면·동에 설치, 주민센터와 협의‧심의를 통해 위탁사무를 수행하고 있다. 그동안 자문역할에 그쳤던 주민자치위원회에 비해 주민 참여 요소가 대폭 강화됐다.

그러나 당초 취지와는 달리 광혜원면 주민자치회 내홍은 올 초 위원 선정과정에서부터 불거졌다. 관계자들은 주민자치회 위원 수를 전 면장이 사전 논의도 없이, 일방적으로 25명으로 결정한 것이 화근이 됐다고 밝히고 있다. 주민 A씨는 “광혜원면 전 면장이 주민자치 위원 수를 결정할 때 기존에 운영되던 주민자치위원회 위원 숫자와 똑같이 하자고 했다”며 “사람이 많으면 시끄러워진다. 적게 하자고 말했다”고 전했다.

 

국가법령정보센터 화면 캡처
국가법령정보센터 화면 캡처

 

‘진천군 주민자치회 설치 및 운영조례 제 6조’에는 ‘주민자치회는 20명 이상 40명 이내의 주민자치회 위원으로 구성한다’고 되어 있음에도 일방적으로 25명으로 제한시켰다는 지적이다. 당시 광혜원면에서는 36명의 주민이 주민자치회 위원으로 활동하고 싶다는 의사를 표명했다.

그러나 25명만으로 구성하기 위해 일명 ‘제비뽑기’를 통해 11명을 ‘탈락’시켰던 것으로 알려졌다. 주민 B씨는 “제비뽑기 자리에 참석하지 못한 사람은 면사무소 공무원이 대신 했다”며 “분명히 조례에 40명까지 위원으로 활동할 수 있다고 되어 있는데 일방적으로 25명으로 제한시키고 제비뽑기를 한다는 사실이 황당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위원 수를 결정하는 것도 자율적인 토론과 논의를 통해 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이후 일부 위원들의 지속적인 건의와 문제제기로 6월 경 9명이 다시 추가돼 현재 광혜원면에는 33명의 주민자치 위원이 있다.

한편 이와 관련 행정안전부의 자치분권과의 관계자는 "자치위원 수는 지자체에서 정해주는 것이 아니다. 지역 상황에 따라 마을 주민들이 자율적인 논의를 통해 정하는 것"이라고 조언했다.

 

“문제 있지만 덮고 가자”

또 다른 문제는 주민자치회가 맡아 운영하고 있는 건강관리실(헬스장)의 직원 급여 문제다. 신종코로나바이러스 확산으로 건강관리실 문을 닫았던 기간(3월~6월)동안 직원의 급여가 전과 동일하게 지급됐던 것이다.

문제는 급여가 지급된 사실을 3개월간 일부 임원을 제외한 대다수 위원들은 모르고 있었다는 것이다. B씨는 “6월 초에 건강관리실 직원 급여를 줘서 주민자치회에 돈이 없다는 말을 우연히 듣게 됐다. 일을 하지 않는 직원의 급여를 어떻게 처리해야 하는지 미리 논의를 해야 함에도 전혀 그런 게 없었다”며 “그 이후에도 이미 지나간 것이니 그냥 덮고 가자고 한다. 급여를 주고 안주고를 떠나 이런 문제는 미리 상의하고 토의하는 것이 기본 아니냐”며 반문했다.

이에 대해 급여지급을 결정한 임원 C씨는 “직원과 근로계약을 할 때 시간제가 아닌 월급으로 하기로 했다”며 “7월 경 임원회의에서 투표를 통해 근무를 하지 않았어도 급여를 지급하는 것이 좋겠다는 결정을 했다. 이제는 깨끗하게 해결된 사안”이라고 말했다.

 

‘주민자치회 설치 및 운영조례’ 있지만 유명무실?

이외에도 운영세칙 부재 등 내부갈등이 7개월간 지속되던 광혜원면 주민자치회는 결국 지난 8월 11일 19명의 위원이 참석한 가운데 긴급회의를 열고 회장, 부회장1명, 사무국장 사퇴와 주민자치회 해산을 공식화했다.

또 주민자치회 문제 해결방안을 투표를 통해 확정했다. 해결방안은 △사퇴 임원 설득 후 복귀안 △새로운 집행부 구성안 △비대위 구성안 △전원 사퇴안이었다. 19명이 무기명으로 투표한 결과, ‘전원사퇴안’이 8표를 얻어 11일 주민자치회는 해산을 공식화했다. 오세은 회장대행은 “회의결과에 준하여, 위원님들은 전원사퇴 결과에 따라 8월 14일까지 사직서를 제출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사정이 있어 8월 14일까지 사직서를 제출하지 못 하는 위원님들은 자동 사직처리 됨을 안내드립니다”라는 문자를 모든 위원들에게 발송했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도 문제는 불거졌다. ‘진천군 주민자치회 설치 및 운영조례 제 17조’에 따르면 ‘회의는 제적위원 과반수의 출석으로 개의하고 출석위원 과반수의 찬성으로 의결한다’고 되어 있다. 8명은 참석인원의 과반수가 아니었던 것이다. '전원사퇴안'을 결정하기 위해서는 10명이상의 찬성을 얻어야 한다.

조례에 근거하지 않은 결정이므로 무효라고 일부 위원들은 주장하고 있다. 이에 대해 오 회장대행은 “조례는 있지만 그날 회의 결과, 제일 많은 표를 얻은 안으로 결정했다. 그날 의견이 그랬다”라고 말했다.

사태가 심각해지자 광혜원면은 24일 건강관리실 인건비 처리 문제와 운영세칙 재개정 문제를 안건으로 28일 주민자치회 월례회의를 연다고 밝혔다. 이날 회의에는 사퇴서를 제출한 위원을 포함해 21명이 참석했다. 사퇴의사를 밝혔던 위원 D씨는 “이제는 없던 것으로 하고 예전으로 다시 돌아갔다”며 “지난 일은 잘 봉합하고 앞으로 잘 해보기로 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 또한 조례에 근거하지 않았다는 지적이다. ‘진천군 주민자치회 설치 및 운영조례 제 17조’에 따르면 ‘전체회의는 읍·면장 또는 위원의 3분의 1이상의 요구가 있을 때 임시회의를 개최할 수 있다’고 되어있지만 이번 회의는 임시회의가 아닌 월례 회의이기 때문에 면장이 소집한 것은 조례에 반한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광혜원면사무소 관계자는 “관이 주민자치회를 도와주는 것은 당연한 것 아니냐”며 “면장이 (임시)회의를 소집할 수 있기 때문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결국 주민자치회 성공적인 운영을 위해서는 주민자치회 근본적인 취지와 조례에 근거한 운영방법을 숙지하는 등 주민자치에 대한 주민들의 역량이 향상되야 한다는 지적이다. A씨는 “조례가 있지만 주민자치회 근본적인 취지와  운영방법을 잘 모르는 것 같다”며 “인식개선과 교육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저작권자 © 충북인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