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밭일 끝내고 씻고 모임을 나가도 똥 냄새가 난다고 그런다. 용암리는 냄새나는 동네라고 다들 수군 거린다”.

“소각장있고, 매립장 있고, 분뇨처리장이 다 있다. 이런 동네가 어디있나? 여기가 쓰레기 처리장이냐!”.

지난 26일 조용하던 시골 동네가 갑자기 소란스러워졌다. 유아차(유모차)에 몸을 의지해 나온 할머니. 한 걸름을 떼는 데도 시간이 걸리는 할아버지도 부축을 받으며 청년회 사무실이 있는 마을광장으로 모여 들었다.

고향을 떠나 살지만 이곳 보은군 보은읍 용암리에서 나고 태어난 출향민 모임 ‘상록회’ 회원 12명도 모두 모였다.

어림잡아 100명 가량 모였다. 이들은 ‘결사 반대’라는 글자가 적힌 머리띠를 둘렀다.

다 같이 외쳤다. “보은군 퇴비공장 인수 및 축산분뇨 처리장 결사 반대한다”

용바우는 어디 가고 오염시설만 남아

욤암리는 충북 보은군 보은읍에 위치한 작은 마을이다. 용바우가 있었다고 해 용암이란 지명을 얻었다. 용이 하늘로 승천했다는 전설을 품고 있다. 궝말, 대비, 무내미, 에덴촌마을, 하용암 등 다섯곳의 소부락으로 구성됐다.

마을은 밖에서 보이지 않는 은둔형 마을이다. 그만큼 조용한 마을이다.

이곳에 각종 환경처리시설이 들어선 것은 지난 1993년이다. 생활폐기물 매립장과 소각시설이 들어섰다.

이 마을주민 이원국씨에 따르면 쓰레기매립장 건설당시 주민들의 반발이 거셌다. 갈등 끝에 쓰레기매립장을 건설 후 10년만 사용하기로 하는 선에서 마무리 했다.

하지만 이 약속은 지켜지지 않았다. 지금까지 3번에 걸처 연장됐다. 2015년에는 보은군 자원순환센터라는 이름으로 환경처리시설은 오히려 확장됐다.

1일처리용량 20톤의 소각장이 새로 들어섰다. 지난 해에는 기존의 매립장 외에 추가로 8만1300㎡의 제2 매립장이 들어섰다.

“암 사망자가 30명이다”

매립장이 커질수록 주민들의 불만은 커져 갔다.

"우리가 쓰레기를 소각하고 매립하도록 그동안 4번이나 협의해줬다. 10년이 30년까지 연장됐다. 용암리 주민들이 30년을 희생했으면 다른 부지선정을 위해 애를 쓰는 시늉이라도 했어야 한다. 매립장조성한 후 우리 동네에서 암 사망자가 30명이다. 매립장을 의심할 수밖에 없다. 지금도 아픈 사람이있는데 병명도 모른다고 한다. 불안하다. 우리도 숨 좀 쉬고 살자"는 원성이 쏟아졌다.

"소각장 옆으로도 부지가 있는데 왜 동네 쪽으로 자꾸 내려오나. 그 골짜기가 깨끗해서 나무하러 갔다가 계곡물을 배 터지게 마셔도 아무 탈이 없었던 곳이다. 그런 계곡이 다 썩었다"는 불만이 터졌다.

소각‧매립장도 버거운데…이번엔 분뇨처리장

용암리 주민들의 분노가 터진 계기는 보은군이 추진하는 가축분뇨처리시설의 후보지로 용암리가 거론되면서다.

보은군은 지난 해 12월 ‘가축분뇨처리시설 설치사업 타당성 조사용역’을 실시했다. 보은군에 따르면 군이 추진하는 시설은 1일 처리용량 200톤 규모로 사업비만 428억원이 투입될 예정이다.

용암리가 가축분뇨처리장 후보지로 거론된 데에는 현재 운영되고 있는 가축분뇨퇴비 공장인 A사 때문이다.

용암리 주민에 따르면 A사는 보은군에게 현재 운영되고 있는 부지와 시설을 매입해 군이 추진하는 가축분뇨처리 자원화 시설로 사용해 달라고 요청했다.

A사 대표 B씨도 이같은 사실을 인정했다. B씨는 “군수를 만나 요청한 것은 사실”이라며 “나는 영세업체다. 군이 400억원을 들여 새로 시설을 만들면 경쟁할 수가 없다. 구멍가게 옆에 대형마트가 생기는 셈”이라고 밝혔다.

그는 “내가 망하게 생겼으니 군에서 책임져야 하는 것 아닌가”라며 “지금까지 보은 똥 내가 다 치웠다. 고마움을 알아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