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지적발달장애인복지협회 ‘라온앙상블’ 호응

장애아를 키우는 부모들이 가장 바라는 것은 무엇일까? 일반 부모들과 마찬가지로 능력에 맞는 일을 하며 적더라도 수입을 얻고, 행복감을 느끼며 사는 것이다. 특히 자녀가 어딘가에 소속돼 자기효능감을 느끼고 활동하길 바란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 장애인, 특히 발달장애인들의 현실은 어떤가? 부모들은 일단 아이가 학교를 졸업하면 갈 곳이 없다고 하소연한다. 갈 곳이 없으니 소속감 또한 없다. 오로지 집에만 있는 자녀를 볼 때면 안타까움을 넘어 억장이 무너진다.

이런 면에서 (사)충북지적발달장애인복지협회(이하 복지협회)가 지난해 운영했던 ‘라온앙상블’은 발달장애 자녀를 둔 부모들에게 단비와 같은 소식이었다. 2021년 만들어진 라온앙상블은 첼로, 바이올린, 플룻을 연주하는 발달장애인들이 모여 만든 오케스트라다. 그동안 연주회도 수차례 열었고, 일부 단원들은 (주)네패스에 ‘루아오케스트라’ 단원으로 입사도 했다. 부모들은 자녀가 행복해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고, 나날이 발전하는 모습도 확인하며 행복감을 느꼈다. 그들은 이런 교육과 기관이 더 생기길 간절히 바라고 있다.

 

김진평 씨.
김진평 씨.

 

자신만의 ‘그 무엇’을 찾다

“첼로는 재밌어요. 친구들하고 같이하는 것도 좋아요. 공연할 때는 많이 떨렸는데 재밌었어요.”

올해 22살인 진평 씨는 지난 가을부터 첼로연주에 푹 빠져 살았다. 매일 복지협회를 오가며 연습을 했고, 공연도 했다. 처음 그가 첼로연주를 배우겠다고 할 때 복지협회 직원들과 가족들은 사실 ‘자폐성향이 있는 그가 낯선 음악을 연주할 수 있을까’ 걱정을 했다. 하지만 걱정은 기우에 불과했다. 진평 씨는 첼로연주를 하며 마침내 적성과 재능을 발견한 기분마저 들었다.

“집에서는 하루에 1시간이상 연습하고 복지협회에서는 3시간씩 연주해요. 작년 10월부터 했는데 지금은 4곡정도 연주할 수 있어요. 더 많이 배우고 싶어요.”

진평 씨 엄마인 A씨는 진평 씨가 첼로를 연주하고부터 안정감을 많이 느낀다고 전했다.

 

손승현 씨.
손승현 씨.

 

바이올린을 연주하는 승현 씨(29)도 라온앙상블 단원이다. 그동안 수영, 피아노, 역도 등 수십여 가지를 배우고 익혔지만, 사실 자신만의 ‘그 무엇’을 찾지는 못했다. 하지만 바이올린을 연주하고부터 달라졌다. 특히 최근 ‘루아오케스트라’ 단원으로 입사하면서 비로소 자신만의 ‘그 무엇’을 찾은 기분이 들었다.

루아오케스트라는 지난해 11월 네패스가 창단한 발달장애인 오케스트라로, 승현 씨는 1일 4시간 연습과 공연을 이어가고 있다.

“기본부터 알려주니까 괜찮아요. 동물사육제랑 고향의 봄을 연주하고 싶어요.”

승현 씨는 “음악이 어렵지만 재밌다”며 크게 만족해했다. 네패스에 입사하고, 이제는 어엿한 직장인이 되었지만 복지협회 라온앙상블 연습시간에는 누구보다 적극적으로 참여한다.

승현 씨 엄마인 B씨는 “우리 아이들은 일단 고등학교를 졸업하면 갈 곳이 없어요. 복지협회에서 라온도 만들어주시고, 또 취업도 할 수 있게 해 주셔서 너무 기쁘고 감사합니다”라고 강조했다.

라온앙상블은 장애인과 그 부모들에게 단순히 음악을 배우는 공간만이 아니다. 소속감을 느끼며 자기만족감을 느낄 수 있는 소중한 공간이 되고 있었다.

 

(사)충북지적발달장애인복지협회 제공.
(사)충북지적발달장애인복지협회 제공.

 

하트하트오케스트라 보며 ‘라온앙상블’ 영감 얻어

2021년 라온앙상블이 만들어진 것은 충북지적발달장애인복지협회 이은정 사무처장의 공로가 크다. 이 처장은 예전부터 장애인들의 음악교육이 중요하다고 굳게 믿고 있었다. 치료에 도움이 될 뿐만 아니라 정서적인 안정, 나아가 일자리까지 창출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특히 최근 많이 알려진 발달장애 청소년들로 구성된 ‘하트하트오케스트라’를 보며, ‘우리도 해야 한다’, ‘할 수 있다’는 생각을 굳혔고, 예산확보를 위해 충북문화재단 등 지자체에 수차례 문을 두드렸다.

예산지원에 어려움을 느끼고 있을 즈음, 2021년 문체부 한국장애인문화예술원의 ‘장애인예술단 일자리 창출 지원사업’을 알게 되었고 적극적으로 요청했다.

다행히 지원금을 얻을 수 있었고, 그 덕에 라온앙상블 단원들은 2년간 내노라하는 강사들에게 제대로 된 지도와 함께 역량을 발휘할 수 있었다.

문제는 이 지원이 1년 단위로 마무리되어 지속성에 보장이 없다는 것이다. 또한 네패스와 같이 발달장애인 중심 오케스트라가 있는 기업이 충북에는 거의 없다는 점이다.

그래서 이 처장은 소망한다. 발달장애인들이 음악을 지속적으로 공부하고 연주하며 삶의 기쁨을 느낄 수 있게 되기를. 또 네패스와 같은 기업이 더욱 늘어나 장애인들도 사회에서 당당히 자신의 일을 찾아 기쁨을 느낄 수 있게 되기를.

우리주위에는 여전히 ‘발달장애인이 음악연주를 한다고?’, ‘장애인이 뭘 할 수 있겠어?’라는 삐딱한 시선이 있다. 이에 대해 이은정 사무처장은 이렇게 말한다.

“장애인들은 못할 것이라는 선입견을 갖고 있지만, 절대 그렇지 않습니다. 그들도 많이 도와주고 함께 하면 얼마든지 잘 할 수 있고 우리사회 일원으로 살아갈 수 있습니다.”

그는 오늘도 라온앙상블 단원들과 함께 힘차게 외친다. ‘우리도 할 수 있고, 해야만 한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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