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교육발전소는 시민들이 함께 참여하고 연대하여 건강하고 행복한 교육생태계를 만들어 가는 교육단체입니다. 작은 배움도 소중히 여기고, 친구와 같이 성장하고 기쁨이 있는 학교를 희망합니다. 교사와 부모가 서로 머리를 맞대고 아이들을 돕는 교육, 미래의 희망인 아이들을 지원하는 지역사회를 꿈꾸지요. 충북교육발전소가 전하는 희망을 이곳에 담습니다.(편집자 주)

홍성학 충북교육발전소 공동대표.
홍성학 충북교육발전소 공동대표.

홍성학 충북교육발전소 공동대표

지난해 12월 23일 국회를 통과한 2023년 정부 예산에 충북 ‘AI 바이오 영재학교’ 설립 신설 기획비 10억 원이 반영되었다. 이에 충청북도와 충북도교육청은 ‘AI 바이오 영재학교’ 설립 추진에 대한 기대감을 높이고, 충북도내에 2026년 3월 개교한다는 계획을 밝혔다.

‘AI 바이오 영재학교’ 설립 추진은 충청북도 전임 도지사와 충청북도교육청 전임 교육감 때부터 추진한 ‘AI 영재학교’에서 비롯된 것으로, 지난해 대통령실에서 ‘AI 바이오 영재학교’ 로 명칭을 수정 제안한 것을 받아들여 변경되었다.

충청북도와 충청북도교육청은 AI 영재학교 설립의 필요성으로 먼저 교육기회 불균형 해소를 들었다. 전국에 영재고 8개교, 국제고 8개교, 자사고 35개교가 있지만 충청북도에는 하나도 없어 장기간 교육정책에서 소외되었고 교육기회에서 불균형 상태에 있었다는 것이다.

두 번째로 든 것은 미래 신산업에의 선제적 대응을 위한 AI 핵심인재 육성의 필요성이다. 충청북도는 AI 활용 핵심 산업인 반도체, 바이오, 이차전지 등이 크게 성장하고 있으나 AI 인력 공급은 절대 부족하다는 것이다. 특히 AI 인력 중에서도 AI 핵심인재 육성이 필요한데, 이를 위해서는 중간단계(고등학교)의 영재교육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충북지역은 AI 인프라가 풍부하여 AI 핵심인재 육성에 적합하다는 점을 들었다. 오송생명과학단지를 비롯한 지역의 연구자원 및 인프라, 카이스트와 충북대학교 등 대학연계 연구 인프라가 풍부하다는 것이다.

이러한 필요성을 근거로 충청북도와 충청북도교육청은 그동안 ‘AI 영재학교’를 추진하였고, 이번에 명칭이 변경되어 ‘AI 바이오 영재학교’로 추진하게 되었지만 충북에 영재학교를 설립해야 한다는 필요성은 같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영재학교 설립을 마냥 반길 수는 없다. 여러 지역의 영재학교가 운영되는 과정에서 드러난 불편한 진실을 결코 가리고 외면할 수 없기 때문이다.

먼저 영재학교 출신들이 영재교육의 본래 취지와 맞지 않은 전공을 택하여 대학에 진학하는 경우이다. 강득구 국회의원실에서 발표한 ‘2022학년도 주요대학 정시 합격자 자료’에 따르면 서울대 의대 등록자 중 30%가 영재학교·과학고 출신이었다. 2022년 대입에서 전국 영재학교·과학고 출신 1,781명 중 의약계열 지원자가 416명으로 약 4명 중 1명에 달했다. <유퀴즈 온 더 블록>이라는 방송 프로그램에서 서울대 의대 재학생이 영재학교인 경기과학고를 졸업한 뒤 의대에 합격한 비결을 소개해 논란이 되기도 하였다. 2021년 영재학교에서는 영재학교의 본래 취지에 맞지 않게 진학하는 것에 대해 장학금 환수 등 제재를 하는 조치를 만들었다지만 실효성이 있을지 지켜봐야 한다.

두 번째로 영재학교 입학생의 특정 지역출신 쏠림이 심각하다는 점이다. 영재학교 입학생 중 서울·경기 출신이 3분의 2 정도를 차지하고, 서울·경기 지역 중에서도 특정 지역출신의 비중이 높다는 것이다. 2021년 10월과 2022년 10월 강득구 국회의원실의 자료에 따르면 2020학년도 전국 8개 영재학교 입학생의 68.5%, 2021학년도에는 67.6%, 2022학년도에는 60.5%가 서울·경기지역 출신이었고, 2023학년도 합격예정자 838명 중 수도권 출신이 66.5%를 차지하였다. 2023학년도 합격예정자 중 서울의 경우 강남, 양천, 노원, 서초, 송파 5개 구가 서울출신 입학생(총 268명)의 68.7%를 차지했고, 경기 지역의 경우 성남, 고양, 용인, 안양, 수원 5개 시가 경기 출신 입학생(총 215명)의 69.8%를 차지했다. 영재학교 입학생의 3분의 2 정도를 차지한 수도권 출신 학생들은 졸업 후 지역을 빠져 나가 지역 발전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세 번째로 높은 사교육비에 의존하는 교육이었다는 점이다. 2021년 6월 12일자 매일경제는 “영재과학고 가려면 최소 6천만 원…상위 1% 사교육 판친다”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영재학교 입학을 준비하는데 막대한 사교육비가 들고 있음을 지적하였다. 영재·과학고 진학을 위해 대체로 초등학교 5~6학년부터 준비를 하게 되고, 4~5년 간 최소 6천만 원 정도의 사교육비가 든다는 것이다. 한국수학올림피아드(KMO) 등 각종 대회까지 준비하는 경우 1억 원 넘게 들어간다고 한다. 심지어 강남구 대치동의 특정 학원 출신이 대거 합격하는 사례가 반복되어 논란이 되었다는 내용도 소개하고 있다.

이러한 내용을 정리하면 그동안 영재학교는 영재가 아닌, 초등학교 때부터 사교육으로 길러진 귀족 인재가 들어가는 곳이었고, 서열화 된 대학과 학과 진학의 통로로 이용하는 곳이었다. 영재교육은 고등학교 간 서열과 사교육을 강화하고, 중학교 교육과정을 왜곡시켰던 것이다.

충북이 영재교육에서 소외되었기 때문에 교육기회의 불균형 해소차원에서 영재학교가 필요하다고 하지만, 그동안의 영재교육에서 드러난 불편한 진실을 숨기고 외면한다면 충북교육은 물론 우리나라 교육에서 장밋빛을 기대할 수 없다.

영재학교 설립을 반길 것이 아니라 영재교육에서 드러난 불편한 진실에 대한 깊은 성찰을 바탕으로 영재와 영재교육을 되돌아봐야 한다. 근본적인 교육 불평등 해소는 특정 영재학교 설립을 통해서가 아니라, 학교 간 차별을 없애고 모든 학생들의 강점과 재능을 살리는 교육의 본래 목적에 충실함으로서 이루어짐을 새겨야 한다. 그런 가운데 AI 핵심인재도 육성할 수 있다. 충청북도는 영재학교보다도 수도권에서부터 서열화되어 있는 대학서열화를 해소하고 대학 상향평준화를 실현하는데 더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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