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안부, 민간단체 현황 정비 목적으로 회원명부 요구
민간단체, “시민사회 지지 아닌 감시 목적 같다” 지적
하승수 변호사, “등록이후 회원명부 제출 법적 근거 없어”

행정안전부(이하 행안부)가 최근 전국의 비영리민간단체(이하 민간단체)를 대상으로 전수조사를 하고 있는 가운데 민간단체 회원들의 개인정보까지 요구하고 있어 논란이다.

행안부는 전국 각 지자체에 민간단체의 현황을 정비한다는 목적으로 서류 제출을 요청하는 공문을 발송했다. 민간단체가 실제로 활동을 하고 있는지, 또 제대로 하고 있는지 등을 확인한다는 것이 목적이다.

민간단체는 행안부의 요청에 따라 당초 목적대로 활동하고 있다는 근거를 각 지자체에 제출해야 한다. 회원 100명의 성명, 생년월일, 주소, 가입일자, 연락처가 적힌 회원 명부와 사무실 등기부등본 또는 임대차계약서, 최근 1년 이상 공익활동 실적자료가 그 근거가 된다.

대상은 전국 1만 5000여개 단체에 이른다. 다만 이 중 최근 3년 동안 광역시·도의 보조금을 받고 활동한 단체 또는 비영리 공익활동지원사업을 신청한 곳은 제외다.

충북도도 최근 각 부서별로 민간단체에 행안부에서 받은 공문을 전달하고 근거서류를 요청했다. 충북도가 각 민간단체에 전달한 ‘비영리 민간단체 등록요건 전수조사에 따른 자체점검표 등 제출 요청’ 공문에 따르면 근거자료를 제출하지 않은 민간단체는 ‘비영리단체법’ 제4조의 2(등록의 말소)에 따라 말소대상이 된다.

 

등록 이후 회원명부 제출 의무는 없어

문제는 행안부 및 충북도가 각 민간단체의 회원들 개인정보도 요구하고 있다는 것이다. 회원명부에는 회원 100명의 성명과 생년월일, 주소, 가입일자, 연락처 등을 기입해야 한다.

행안부의 한 관계자는 “상시구성원수 100인 명단은 비영리민간단체로 등록할 때 필요한 요건이다. 지금단계에서도 등록요건을 갖추고 있는지를 확인하기 위해서 회원명부를 요구한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실제 ‘비영리민간단체 등록업무편람’에 따르면 민간단체가 등록을 하려면 회원 100인의 명부가 필요하다.

행안부 관계자는 이어 “서식을 안내했지만 꼭 그 서식대로 해야 하는 것은 아니고  단체에서 자체적으로 관리하고 있는 서식이어도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또 “단체에서 제출하기 어렵다고 하면 강요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각 지자체에 전달한 공문은 내부적으로 전달하는 문서이기 때문에 공개할 수 없다”고 전했다.

민간단체 관계자들은 “시민단체가 자생력을 갖고 활동해야 하는 것은 맞지만 현재 행안부에서 하고 있는 전수조사는 시민사회를 지지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감시하기 위한 목적인 것 같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물론 처음 등록할 때 회원명부를 제출하는 것은 맞다. 그러나 등록 이후 20~30년이 흘렀다. 20~30년 전에는 개인정보가 그렇게 중요하게 다뤄지지 않았던 시절이다. 개인정보보호법이 점차 강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회원 100명의 연락처까지 다 제출해야 한다는 요구는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공익법률센터 ‘농본’의 하승수 변호사는 “비영리민간단체로 등록할 때 회원 100명의 명부를 제출하게 되어 있다. 그러나 이는 등록할 때에만 해당된다. 등록된 이후 회원들의 명부를 또다시 제출해야 한다는 법적 근거는 없다”며 ‘과한 행정’이라고 지적했다.

하 변호사는 이어 “사회단체를 왜 굳이 등록을 해야 하느냐라는 비판도 있는 상황에서 등록 절차는 최소화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편 충북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는 이와 관련해 다음 주 기자회견을 열고 공동대응 입장을 밝힐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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