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건영 신임 충북교육감이 예비후보 시절 공약을 발표하고 있는 모습.(윤건영 선대위 제공)
윤건영 신임 충북교육감이 예비후보 시절 공약을 발표하고 있는 모습.(윤건영 선대위 제공)

 

<기자수첩> 윤건영 당선인에게 바란다⓶

보수교육감 윤건영 후보가 신임 충북교육감으로 당선되면서 충북교육에 ‘평가바람’이 불게 생겼다. 윤 신임 교육감은 AI 및 빅데이터 등 스마트기반의 정확한 진단평가를 통해 학생들의 재능과 실력을 제대로 평가하고, 이에 걸맞는 수준별·맞춤형 교육을 하겠다고 공약했다. 평가를 통해 얻어진 결과물을 바탕으로 개개인의 재능과 실력에 맞는 교육을 하겠다는 것이다.

말 자체로만 보자면 최첨단 교육환경이 충북에도 조성될 듯하다. 그런데 이 공약은 절대 말처럼 쉽지 않다. 쉽지 않은 난제를 풀어야 하기 때문이다.

우선 AI 및 빅데이터 등 스마트기반의 정확한 진단평가를 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 충북에는 없다. 윤건영 교육감 측은 기존에 실시하던 MBTI 검사나 적성검사 수준 이상의 평가, 재능과 흥미까지도 평가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도입하겠다고 강조하고 있다. 또 어릴 적부터 방대한 양의 자료를 축적하고 이를 활용하면 맞춤형 교육을 실시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정작 충북에는 이러한 평가를 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 없다. 또 프로그램을 개발할지 여부도 논의된바 없다.

특히 AI 및 빅데이터 등 스마트기반의 정확한 진단평가는 윤석렬 정부의 국정과제이자 공약이다. 교육부 차원에서도 이를 추진한다는 뜻이다. 결국 충북교육청에서 자체적으로 하기 보다는 교육부 프로그램을 이용할 가능성이 매우 높을 수 있다는 얘기다.

설령 충북교육청에서 자체적으로 프로그램을 개발한다 해도 예산낭비 사업으로 전락할 가능성 또한 있다. 일단 현재 사교육 시장에서는 AI 및 빅데이터 등 스마트기반의 평가가 다수 있고 이미 상용화되고 있다. 충북교육청에서 개발한 프로그램이 이미 상용화되어 있는 프로그램과 경쟁력, 차별점을 지니면서도 효용성을 지닐 수 있느냐는 점이다.

물론 이러한 프로그램을 개발한 일부 타 시도도 있다. 경남교육청에서는 교육플랫폼 ‘아이톡톡’을 개발, 학생을 개별적으로 진단하고, 맞춤형으로 필요한 학습을 제공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부정적인 반응을 보인다. 충북교육청의 한 관계자는 “교육청에서 계속적으로 업그레이드를 해야 하는데 쉽지 않은 일이다. 이미 효용성이 떨어지는 것으로 모니터링을 했다. 경쟁력에서는 어렵다고 생각한다. 자칫 예산낭비 사업이 될 수 있다”고 전했다.

이어 “현재로서는 교육부에서 추진하는 AI콘텐츠를 잘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접근이 더 효율적이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윤 교육감 측은 취임 후 6개월간은 현장을 파악한 후 구체적인 계획을 잡겠다고 밝히고 있다. 6개월 만에 프로그램이 탄생하는 것도 만무하지만, 설령 6개월 만에 프로그램이 개발된다 하더라도 지금부터 1~2년이라는 시간은 그냥 지나갈 수 있다는 얘기다.

더욱 큰 문제는 프로그램이 개발되더라도 과연 윤건영 교육감이 발표한 대로 맞춤형 교육이 실현될 수 있을까 하는 점이다. 천 가지, 만 가지로 다른 우리 아이들 특성에 딱 맞는 교육을 어떻게 한다는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수준별·맞춤형 교육은 말처럼 쉬운 것이 아니다. 교원 충원은 물론 학교 내 교육 공간 확대, 교육과정 개발 등은 프로그램 개발과 동시에 확보되어야 한다.

그러나 현재 충북의 교육환경은 학급당 학생 수 25명 상한제도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결국 ‘AI 및 빅데이터 등 스마트기반의 정확한 진단평가’는 또 다른 ‘줄 세우기’ 또는 ‘점수매기기’로 부활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윤건영 신임 교육감에게 바란다. 왜 그토록 '정확한 진단평가'가 중요했는지 다시 한번 생각해주길 바란다. 그리고 맞춤형 교육을 어떻게 할 것인지, 아이들의 다양성과 창의성이 발현될 수 있도록 어떻게 도와줄 것인지 깊이 있게 고민해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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