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산·양육 수당, 국공립어린이집 건립예산이 청년정책 예산이라고?
산단노동자 우선인 행복주택 예산 청주시 청년예산의 63% 차지
전 연령 대상 도시재생사업도 포함…이 사업 저 사업 다 끌어 모아
청년농업인 영농정착지원금 등 청년농업인 위한 예산은 고작 0.7%

충북의 청년예산은 어디에 쓰일까?⓶

<청주시>

충북은 청년들에게 어떤 곳일까?

2020년 청년기본법이 국회에서 통과되고 2020년 12월에는 제1차 청년정책 기본계획이 발표됐다. 중앙정부는 ‘원하는 삶을 사는 청년’, ‘청년이 만들어가는 미래’를 목표로 23조 8천억 원을 쏟아 부었다. 충북도도 연일 청년정책 보도 자료를 내고 ‘청년이 살기 좋은 충북을 만들겠다’고 강조하고 있다.

청년정책이 시행된 지 2년. 과연 충북의 청년들은 잘 살고 있을까? 수천억 원의 돈은 정말 가치 있는 곳에 쓰였고, 청년들에게 도움이 됐을까? 결론부터 말하면 대다수 청년들은 “아니다”라고 말한다. 오히려 양극화가 고착화되었고 절망은 더 깊어졌다고 토로한다.

충북인뉴스는 그 이유를 알기 위해 2022년 충북도 및 기초지자체 청년 정책(지원사업) 예산을 살펴봤다.<편집자 주>

 

 

청주시 청년예산 어디에 쓰이나 봤더니

청주시가 2022년 올 한 해 동안 청년들을 위해 사용하겠다고 밝힌 청년 예산 1784억 8700만원의 사용처를 분석한 결과, 예산의 80%가량이 전연령 대상 사업 또는 청년들이 직접 피부로 느낄 수 없는 곳에 사용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보공개청구를 통해 청주시로부터 받은 ‘2022년 청년정책 사업’에 따르면 청주시는 올해 청년정책 전체 예산의 63.7%를 ‘산단 행복주택’과 ‘청춘허브센터 건립’ 사업에 사용한다. 산업단지 노동자를 위한 ‘산단 행복주택’과 도시재생 일환으로 진행되는 ‘청춘허브센터’는 청년과 무관하진 않지만, 전 연령을 대상으로 하는 사업으로 청년 사업이라고 단정 짓기에는 무리가 있다.

특히 청주시는 출산·양육 수당을 청년사업이라고 규정하고 청년 예산의 13.5%를 사용할 예정이다. 심지어 국공립어린이집 확충을 위한 예산 4억8천만 원(0.3%)도 청년예산에 포함되어 있다.

청주시는 출산·양육 수당의 수혜자가 어차피 청년층이라 예산에 포함시켰다고 밝히고 있다. 그러나 국공립어린이집 확충이 청년사업이라는 주장에는 동의하기 어렵다.

여기에 청주시는 청소년들이 주로 이용할 서원·상당 청소년 문화의 집 건립·이전 비용(6.2%) 또한 청년예산에 포함, 사실상 청주시 청년예산의 83.4%는 청년들이 피부로 느낄 수 없는 돈이라고 할 수 있다.

 

산단노동자·전연령 대상 사업이면서 청년사업처럼 둔갑

먼저 예산에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산단 행복주택’을 살펴보면, 청주시는 청주일반산업단지 인근인 송정동과 복대동에 행복주택을 2024년까지 건립한다. 총 예산은 840억 원이고 여기에 투입되는 청주시 자체 예산은 126억 원이다. 송정동에는 552세대가, 복대동에는 30세대가 각각 입주할 예정이다.

문제는 입주대상자다. 552세대가 들어서는 송정동 행복주택 입주자 공고는 아직 공개되지 않았지만, 산단 노동자가 우선공급 대상자다. 복대동 행복주택 공고문에 따르면 총 30세대 중 15세대가 산단 노동자 우선이었다. 청주시 한 관계자는 “청년 사업으로 분류되어 있지만 산단 노동자가 우선되는 사업이다”라고 설명했다.

 

마이홈 홈페이지 캡처.
마이홈 홈페이지 캡처.

 

청년 예산의 16.6%(296억 원)가 투입되는 청춘허브센터도 마찬가지다. 청춘허브센터에는 △120세대 행복주택 △상생협력상가 20호 △청년꿈제작소 △복합커뮤니티공간이 들어설 예정이다. 행복주택은 LH가 관리하고, 나머지는 청주시가 관리한다.

물론 행복주택 입주대상자의 60%(72세대)는 대학생 또는 청년이다. 그러나 이 사업의 전체적인 방향은 도시재생 사업으로 우암동 주민들의 참여와 취약계층 지원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청주시 한 관계자는 “청춘허브센터라고 이름을 지었지만 전 연령을 대상으로 한다. 우암동 주민들이 청년들만 청춘이냐 우리도 청춘이다라고 주장하셨다. 취약계층과 중장년을 위한 공간과 프로그램이 함께 계획되어 있다”고 전했다.

 

저출산+도시재생+공예거리…“다 청년정책이라고?”

수혜자가 청년이라고 하지만 청주시 청년예산에는 △출산장려금 △셋째자녀이상 양육지원금 △산모신생아 건강관리사 △난임부부 한방 치료비 △부모교육 등 저출산 예산도 포함되어 있다. 그 금액이 무려 241억 원(13.5%)에 이른다. 특히 국공립어린이집 확충 예산 480억 원도 포함되어 있다. '청년 예산 부풀리기'라는 지적이 제기될 수 있는 부분이다.

앞서 충북참여자치시민연대(이하 충북참여연대)도 이 부분을 지적한 바 있다. 충북참여연대는 2020년 ‘2017~2019년 청주시 청년정책 및 예산 비교분석’ 결과 발표를 통해 “결혼과 출산 정책을 청년정책에 포함시키는 것은 시대착오적인 생각”이라며 “저출산 대책을 일반복지정책으로 분류하고 취업, 건강, 주거 등 청년들에게 실질적으로 필요한 정책을 수립해야한다”고 지적했다.

특히 올해 청주시 청년정책 예산에는 신규사업으로 ‘청주시 공예·공방의 거리조성’ 예산 17억 원도 포함되어 있다.

결국 청주시의 청년 예산은 ‘산단지원 예산+저출산 예산+도시재생 예산+문화 예산’이 모두 섞여 있는 것이 아니냐는 의구심마저 든다.

반면, 청년농업인의 예산은 전체 예산에서 불과 0.7%(12억 7천만 원)를 차지한다. 더욱이 이중 청주시 자체 예산은 고작 6억 원(전체 예산의 0.3%)에 불과하다. 이는 청년 농업을 바라보는 청주시의 태도를 엿볼 수 있는 지점이다.

충북참여연대 최진아 국장은 청년들이 결혼도 포기하고 있는 상황에서 저출산 예산을 청년예산이라고 하는 것은 시대에 맞지 않고 예산 부풀리기라는 생각이 든다며 "청년수당 등 청년들이 스스로 주체적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예산이 지원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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