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충북 비정규직 철폐 투쟁주간 기고

2003년 10월 26일 근로복지공단에서 비정규직으로 일하던 한 노동자가 ‘비정규직 철폐’를 외치며 자신의 몸에 불을 당겼다. 바로 이용석 열사다. 이 날을 잊을 수 없었던 노동자들은 해마다 전국비정규노동자대회를 열고 거리로 나와 열사의 뜻을 기억하고 알렸다.

비정규직없는충북만들기운동본부도 매년 10월 ‘비정규 철폐 투쟁주간’을 선포하고, 지역 비정규노동자들과 함께 다양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올해는 간접고용, 돌봄공공성, 사회서비스원, 5인 미만 사업장 노동자 노동법 적용제외, 플랫폼노동 문제를 지역사회에 알리고, 연대의 힘을 모으려고 한다.

앞으로 게재할 세편의 기고에서는 간접고용, 돌봄공공성, 플랫폼노동의 문제와 개선방안에 대해 서술하고자 한다. 

비정규직없는충북만들기운동본부 제공.
비정규직없는충북만들기운동본부 제공.

 

저평가된 돌봄 노동

우리는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혼자 살아갈 수 없다. 삶을 유지하기 위해 누군가의 애정과 보살핌, 도움은 필수적이다. 더욱이 몸이 불편하거나 혼자 이동이 어려운 아동, 장애인, 노인 등은 누군가의 지원이 필수적이다. 그런 의미에서 돌봄 노동은 인간의 존엄성을 지키고 사람과 사람을 연결함으로써 사회가 안정적으로 유지되는데 꼭 필요한 노동이다.

그러나 돌봄 노동은 사회적으로 저평가되어 왔다. 한국사회에서 과거에 돌봄 노동은 대부분 가족의 책임이었다. 가족 중에서도 여성들이 그 역할의 주책임자였다. 물론 지금도 여성들이 돌봄 노동의 많은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달라진 점은 가족 뿐 아니라, 국가와 사회로 돌봄의 책임이 조금 더 확장되었으며, 그 결과 돌봄 서비스 역시도 ‘무상’이 아닌 ‘유상’으로 변했다는 점이다.

여전히 돌봄 노동은 ‘누구나’, ‘쉽게’ 할 수 있는 일이자 ‘집에서 공짜로 하던 일’로 인식되고 있다. 객관적 수치로 평가하기 어려운 업무의 특성으로 돌봄 노동은 상당한 복합성을 가지고 있음에도 쉽게 평가 절하되고 있다. 2020년 현재, 돌봄 노동자의 여성 비율은 90% 이상을 차지하며 돌봄 노동자의 월평균 임금은 152만 8천원으로 전체 취업자 266만 5천원의 57.3%에 불과하다는 현실이 이를 잘 보여주고 있다.

 

코로나19로 달라진 노동환경

코로나19는 우리의 노동환경을 변화시켰다. 아동‧장애인‧노인 등을 돌보고 일상생활을 지원하는 업무의 특성상, 돌봄 노동의 필요성과 중요성이 사회적으로 더욱 강조되었다. 또 필요성과 중요성이 강조된 것에 비해, 돌봄 노동자들이 겪고 있는 고용불안, 저임금, 위험한 노동조건, 높은 노동 강도 등의 문제는 제자리거나 더욱 심각해졌다는 것이다.

한 예를 들어보자. 현재 재가 돌봄 노동자들은 국가의 돌봄 서비스 설계 방식에 따라 최저임금을 지급받으며, 이용자의 필요와 요구에 따라 노동시간이 결정되어 그 노동시간만큼 시급으로 임금을 받고 있다. 뿐만 아니라, 이용자의 선택에 따라 언제든 업무에서 배제될 위험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이는 법률상 해고에 해당되지 않는다. 근로계약서의 당사자가 이용자가 아닌 중개기관이기 때문이다. 이용자의 개인사정, 변심 등으로 이용자가 특정 노동자로부터 서비스 제공을 받는 것을 거부할 경우, 그 노동자는 이용자에게 서비스를 제공하지 못하게 되고 그로 인하여 그만큼 임금을 지급받지 못하게 된다. 여전히 중개기관과의 계약은 유지되기 때문에 실업수당도 지급받을 수 없다. 노동자들이 선택할 수 있는 길은 일을 찾아 자발적으로 이직을 하거나, 이용자에게 지속적으로 선택받기 위해 노력할 수밖에 없다. 때로는 각종 불합리한 문제들을 참거나 다양한 요구에 순응할 수밖에 없다.

이런 상황에서 2020년 초 코로나19가 발생했다. 지금은 이용률이 예년 수준을 회복했지만, 초반만 해도 이용자(또는 가족)들이 서비스 제공 받기를 거부하는 경우가 종종 발생했다. 고용불안과 저임금에 고통 받아야 했고 일상생활의 통제, 방역책임 부담, 더 많은 감정노동, 감염병 위험의 노출 등의 어려움을 겪고 있다.

 

돌봄 공공성 강화를 위한 첫걸음

이것을 해결하기 위해서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정답은 모두 알고 있다. 돌봄 노동에 대한 국가 책임을 강화하는 것이다. 현재에도 돌봄 노동자들의 인건비는 인건비 명목으로 지원되느냐, 사업비 명목으로 지원되느냐의 차이는 있지만 대부분 국가예산에서 나오고 있다.

문제는 돈은 국가에서 지출하는데, 운영은 민간이 대부분 담당하고 있다는 지점이다. 그 과정에서 다양한 문제가 제기되어 왔다. 운영비 유용, 노동자에 대한 갑질, 노동조합에 대한 혐오 등 수익창출을 위한 부당하고 불법적인 문제들이 바로 그것이다. 현재 진행 중인 사회서비스원의 설립은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첫걸음이다.

또한 국가의 지원 역시 필요하다. 돌봄 노동자들에 대한 처우 개선, 사회 변화에 따른 돌봄 노동의 수요와 필요를 조사하고 향후 사업방향을 체계적으로 수립하는 등의 정책적 역량 강화의 노력 등이 우선적으로 논의되어야 한다.

그 과정에서 돌봄 노동에 대한 인식개선도 요구된다. 돌봄 노동은 사람과의 관계맺음 속에서 이루어진다. 돌봄 노동에게 있어 본인이 하고 있는 일에 대한 자부심과 만족감은 노동의 성취를 결정하는 중요한 잣대일 수밖에 없다. 돌봄 노동이 전문적 영역으로 인정받고 사회적으로 존중되어야 돌봄 노동을 제공받는 사람들도 진정으로 안전하고 행복할 수 있다는 지점을 기억해야 한다. 이는 앞으로 사회서비스원이 해결해야 할 과제이다. 돌봄 영역의 공공성을 강화를 위해 제대로 된 사회서비스원 설립과 운영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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