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 오신정란(청주여성의전화대표)

 

내 노래방 18번은‘내 사랑 내 곁에’ 다. 나는 사랑에 목숨 바치며 살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사랑이야말로 유일무이한 가치라 여기며 진정한 사랑만이 세상의 모든 부정의를 이길 수 있다고 생각했다.

올해 초 스토킹 범죄 처벌법이 올해 국회를 통과 했다. 1999년 처음 법안이 발의되었다.

그러나 이 법안 역시 수많은 피해자를 양산하고 나서야 이십 년도 지나 국회를 통과할 수 있었다.

최근에 이야기를 나누는 자리에서 스토킹을 미화하며, 스토킹 처벌법을 헐뜯으며, 조롱하는 이들을 종종 만난다.

‘열 번 찍으면 안 되는 상황 좌절’, ‘로맨스가 사라졌다고 말하는 사람들을 보며 그들은 지극히 자기중심적(남성 중심)으로 생각했다.

자신의 관심만을 주장하며, 좋아해서 하는 행동에 태클을 건다는 인식을 만나면서 나는 문득 ’선녀와 나무꾼이‘이야기가 생각났다.

사랑하기에 결혼하는 것을 상식이라 대중문화 매체는 광고하지만, 여성에게 결혼은 해야만 하니깐 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집을 떠나야 해서, 혹은 성적 관계를 맺어서(우리 세대는 입만 맞추어도 결혼해야 한다고 생각함), 혹은 상대가 나를 너무도 사랑해서, 혹은 경제적 부담에서 벗어나려는 방편으로 말이다.

실제로 상담 현장에서 부부 관계를 탐색해 보면 많은 여성 내담자들은 이러한 경우의 수에 해당한다.

특히 단 한 번 관계에서 임신이 되어, 결혼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던 경우도 많다.

가장 지독한 경우는 납치된 상태에서 감금과 협박에 의해 자포자기의 심정으로 동거로 시작된 관계도 흔하게 만난다.

오신정란(청주여성의전화 대표)
오신정란(청주여성의전화 대표)

 

선녀와 나무꾼 역시 지극히 남성 중심의 사고에서 생겨난 먼 먼먼 이야기다.

‘선녀와 나무꾼’ 이야기는 범죄로 맺어진 관계 이야기이다.

‘두 다릴 분질러서라도’라는 말은 흔하게 들었던 언사이다. 강제로 주저앉게 하여 온 가족의 수발을 들게 하고, 아이를 낳게 하고 오도 가지도 못하게 한 범죄, 납치 감금 그리고 무임노동이 점철된 시간에서 선녀는 날마다 무슨 생각을 하며 하루를 견뎠을까.

나무꾼은 ‘이제 내 사람이다’라는 확신이 들자 선녀에게 사실을 말했고, 선녀는 바로 날개옷을 찾아 아이 둘을 데리고 자신이 살았던 곳으로 돌아간다.

나무꾼의 일상의 평화는 선녀의 보이지 않는 노동으로 이루어진 것이기에 삶은 무너졌을 것이다.

그리고 쫓아 나선다. 수많은 가정폭력 여성들이 집을 떠나지 못하는 이유 중 하나가, 어디를 간다고 한들 남편의 손아귀에서 벗어날 수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나무꾼도 결국 선녀를 찾아낸다.

설령 범죄자라고 하더라도 아이들에게 아버지가 필요하다고 생각한 사람들은 여전히 많다.

결혼 생활이 잘못되었다고 직감하는 순간부터 결단하기 어려운 이유는 자녀가 그 중심에 있어서이다.

양쪽 부모(혈연중심의)가 아이를 양육해야 한다는 정상 가족 이데올로기는 참으로 많은 가정폭력 범죄를 은폐한다.

대부분 잠들기 전에 들었던 이야기나 동화는 여성의 손발을 묶고, 생각을 잠그는 이야기들로 가득하다.

이제 동의를 구하지 않은 나무꾼들은 처벌을 받게 되었다. 일상의 자리로 돌아간 선녀를 하늘까지 쫓아간 나무꾼의 죄명은 스토킹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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