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대를 넘긴 지금의 기성세대는 프로레슬링과 권투경기에 열광하며 유년시절을 보냈다. 김일선수가 반칙으로 일관하는 일본의 레슬러를 박치기로 링에 눕힐 때 동네의 몇 대 안되는 흑백TV 앞에서 얼싸안고 열광했으며, 가난을 딛고 일어난 세계 챔피언의 신화를 지켜보며 수많은 헝그리 복서들이 모래주머니를 두드렸다.
‘개천에서 용나기’를 바라던 서민들의 대리만족이 이뤄지는 분출구였던 것이다. 한동안 텔레비전 화면 속에서 사라졌던 각종 격투기 종목들이 다시 등장하기 시작한 것은 미국 프로레슬링의 영향도 있지만 태국의 전통 무예인 무에타이와 킥복싱 등을 발전시켜 만든 K-1의 영향이 크다.
K-1은 가라테와 쿵푸, 킥복싱, 태권도 등 서서하는 타격계 선수 가운데 최강자를 가리는 종목인데 최배달(최영의)의 창시한 극진 가라테의 분파인 정토회관의 이시이 가즈요시가 창시해 1993년부터 경기를 가져오고 있다. 팔과 무릎, 발 등을 모두 쓸 수 있지만 팔꿈치 공격이나 잡아던지기 등은 허용되지 않는다.
이에 반해 태국의 전통무예인 무에타이는 팔꿈치 공격이 허용되고 프라이드로 유명한 이종격투기류 경기는 쓰러진 상대를 공격할 수 있다. 서서하는 경기는 일반 권투 글러브를 끼지만 이종 격투기는 손가락을 활용할 수 있고 상대적으로 얇은 핑거 글러브를 사용한다.
종목에 따라 지나치게 잔인한 장면이 연출돼 TV중계를 하는 것에 대해 비난 여론도 만만치 않다. 그러나 민속씨름에서 K-1 선수로 방향을 바꿔 아시아대회 챔피언에 오른 최홍만선수의 활약은 격투기에 대한 국민적 관심을 증폭시켰다. 특히 최 선수는 일본 스모계의 거장 출신들을 잇따라 무너뜨려 독도 시비 등으로 우울하던 민심을 통쾌하게 만들었다.
연분홍양이 속해 있는 청주시 한국격투기체육관(과장 이병헌)의 관원은 모두 70여명. 초등학생부터 60을 바라보는 일반인까지 연령과 계층도 다양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