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가 몸살을 앓고 있습니다. ‘기후 위기’는 이제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생존의 문제’로 다가옵니다. 일부 국가만의 문제가 아니라 ‘지구 공동체’의 문제로 전환됐습니다. 충북인뉴스는 위기의 시대에 다양한 해법을 제시하는 목소리를 담아보려 합니다. 풀꿈재단과 함께 2주일에 1회씩 매주 ‘풀꿈 칼럼’을 연재합니다. (편집자 주)

 

환경혁명을 꿈꾼다

글 : 사단법인 풀꿈환경재단 정책이사 염 우

정의용 외교부 장관과 한정애 환경부 장관이 지난 5월 24일 서울 DDP에서 열린 2021 P4G 서울 정상회의 녹색미래주간 개막식에서 '기후행동을 위한 우리의 약속'을 주제로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사진 뉴시스)
정의용 외교부 장관과 한정애 환경부 장관이 지난 5월 24일 서울 DDP에서 열린 2021 P4G 서울 정상회의 녹색미래주간 개막식에서 '기후행동을 위한 우리의 약속'을 주제로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사진 뉴시스)

 

염우 풀꿈환경재단 정책이사
염우 풀꿈환경재단 정책이사

유발 하라리는 저서 사피엔스에서 인류가 세 가지 혁명을 통해 역사를 진전시켜 왔다고 설명한다.

첫 번째는 인지혁명이다.

약 7만 년 전 평범하게 살고 있던 수렵채집인들의 인지능력에 혁명적 변화가 일어났다. 새로운 사고방식과 의사소통이 가능해졌다.

공통의 신화를 만들어가며 집단의 규모를 확대했고 먹이사슬의 정점에 올랐다.

두 번째는 농업혁명이다. 약 12,000년 전 작물화와 가축화에 성공한 농경목축인들은 정착생활을 시작했다.

국가를 만들고 역사를 진전시켰다.

세 번째는 과학혁명이다. 5백 년 전 자연과 법칙에 대하여 과학적으로 인식하게 되었다.

과학과 자본이 만나 생산력을 증가시켰고 제국주의를 성장시켰다. 과학은 기술과 결합하여 산업혁명으로 이어졌고 인류는 위험할 정도의 위력적인 힘을 갖게 되었다.

 

그렇다면 현대 인류가 맞이해야 네 번째 혁명은 무엇일까?

 

역사를 진전시켜온 것은 협력이었다. 협력은 사회집단을 결속시켰다. 인류는 소규모 무리생활에서 벗어나 부족사회를 형성하고 국가와 제국을 건설했다.

집단의 규모가 커짐에 따라 계급이 분화되었고 지구환경에 미치는 영향도 확대되었다. 향상된 수렵채집인들이 도착하는 곳에서는 대형동물들이 멸종했다.

농경목축민들은 생태계를 개조하여 인위적 환경에 편입시켰다. 자본과 제국들은 자원과 에너지를 독점하며 산업을 혁명적으로 발전시켰다.

인류는 지구의 완전한 지배자로 군림하게 되었다.

사피엔스의 저자 유발 하라리
사피엔스의 저자 유발 하라리

 

자연을 개조하고 수탈한 결과 엄청난 풍요와 편리를 획득한 반면 치명적인 수준의 환경오염과 생태계 파괴를 초래했다.

하지만 협력은 사회의 부조리를 극복하며 인류의 존엄성을 강화하는 쪽으로도 작용했다.

대중들을 결속시키며 사회적 혁명을 성공시켰다.

노예제에서 봉건제로, 봉건제에서 자본제로 역사를 발전시켰다.

절대왕정과 군주제, 제국주의와 독재정권을 무너트렸다. 민족·계급·계층간 간극과 차별을 축소시켜 왔다.

그 결과 기아와 질병과 전쟁의 위험은 줄어들고 자유와 평등, 평화와 민주주의가 꽃을 피웠다.

 

50년 전부터는 새로운 협력이 시작되었다.

 

환경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노력이었다. 1972년 로마클럽은 ‘성장의 한계’를 발간했다.

같은 해 ‘하나뿐인 지구’를 주제로 유엔인간환경회의가 개최됐다.

환경에 관한 첫 번째 국제회의라 할 수 있다.

그 결과 유엔환경계획(UNEP)이 설치됐다. 1983년 세계환경개발위원회(WCED)가 설립되었으며, 1987년에 ‘우리 공동의 미래’를 통해 지속가능한 발전의 개념을 정의했다.

1992년 유엔환경개발회의가 개최되었다. ‘환경적으로 건전하며 지속가능한 발전(ESSD)’에 대한 개념을 정립하였으며 행동강령으로서 ‘의제21(Agenda 21)’을 채택했다.

2002년 지속가능발전세계정상회의에서는 경제·사회·환경적으로 지속가능해야 한다는 개발의 원칙을 합의했다,

2012년 유엔지속가능발전회의에서 지속가능발전목표의 도입을 결의했다.

미세먼지가 있는 날과 없는 날 청주시 충북대학교 주변 모습(사진 : 충북인뉴스 DB)
미세먼지가 있는 날과 없는 날 청주시 충북대학교 주변 모습(사진 : 충북인뉴스 DB)

 

2015년 유엔총회에서 국제사회가 함께 협력하여 추구해야 할 지속가능발전목표(SDGs)를 공식 채택했다.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협력도 구체화되었다. 1970년대 로마클럽은 지구온난화에 대한 우려를 처음 제기했다.

이후 세계기상기구(WMO)와 유엔환경계획(UNEP)에서 이산화탄소의 증가로 인한 온실효과의 문제점을 밝혀냈다.

1988년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패널(IPCC)’가 설치되었고 기후변화 문제의 심각성을 체계적으로 조사하여 보고했다.

마침내 1992년 유엔환경개발회의에서 ‘기후변화협약’을 체결했다. 1997년 제3차 당사국총회에서 온실가스의 실질적인 감축을 위한 실행방안으로 교토의정서를 채택했다.

선진국 38개국이 참여하는 교토의정서는 2005년 발효되어 2008년부터 실행에 들어갔다.

하지만 교토체제의 후속 대응체계로 준비되고 있던 신기후체제 출범은 국가 간 이해관계 차이로 인해 지연되고 난항을 겪었다.

2015년 제21차 당사국총회에서 파리협정을 체결하면서 돌파구를 찾았다.

청년기후긴급행동 활동가들이 24일 오전 서울 중구 서울광장에서 P4G 정상회의 개최국인 한국 정부의 인도네시아와 베트남 석탄발전수출 사업을 규탄하는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사진 뉴시스)
청년기후긴급행동 활동가들이 24일 오전 서울 중구 서울광장에서 P4G 정상회의 개최국인 한국 정부의 인도네시아와 베트남 석탄발전수출 사업을 규탄하는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사진 뉴시스)

 

하지만 파리협정에서 합의한 자발적 감축목표는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실효성 있는 방안이 될 수 없었다.

지구온난화와 기후변화는 인류의 이기적 협력이 낳은 치명적인 부산물이다. 산업화 이후 대기 중 온실가스 농도는 급증했고 이미 2015년에 400ppm을 초과했다.

지구의 평균온도는 현재까지 1도 가량 증가했다.

빙하가 녹고 해수의 양이 증가하자 물순환 체계 등 지구환경시스템이 변했다. 기후위기와 환경재난은 심각해졌다.

2018년의 폭염과 한파, 2019년 호주산불, 2020년 시베리아 이상고온 현상과 아시아 홍수 등 기후재난은 일상을 위협하기 시작했다.

지구의 평균온도는 계속해서 높아질 전망이다.

2040년을 전후하여 티핑포인트인 1.5도를 넘어서고 21세기 내에 3.2도를 초과할 것으로 예측된다.

말 그대로 ‘거주 불능 지구’로 치닫고 있는 중이다.

그나마 그레타 툰베리가 학교파업을 시작한 이후, 기후위기 비상행동이 세계적으로 확산되었고 기후목표를 상향하기 위한 움직임도 가시화됐다.

글로벌 그린뉴딜 추진과 2050 탄소중립 실현을 위한 인류의 협력이 본격화되고 있는 것이다.

2020년 인류는 코로나19 팬데믹 사태를 접하며 역사와 문명의 발전에 대하여 돌아보는 성찰의 계기를 갖게 된다.

글로벌 그린뉴딜을 주창한 제러미 리프킨은 디지털 산업혁명을 통해 재생에너지 기반의 분권화 된 경제사회구조로 전환할 수 있을 것이라 전망했다.

휴먼카인드의 저자 뤼트허르 브레흐만은 인간의 선한 본성, 인류의 역사가 경쟁이 아닌 협력과 연대의 성과였음을 강조했다.

 

협력의 목적과 방향은 무엇인가?

 

진정한 협력은 ‘경쟁’을 위한 것이 아니라 ‘상생’을 위한 것이어야 한다. 이기적이며 배타적인 협력은 생태계의 보전도, 인류의 생존도 보장할 수 없다.

생물 다양성이 유지되어야 인간의 존엄성도 존중될 수 있다. 그렇다면 현대의 인류가 맞이해야 할 네 번째 혁명은 무엇일까?

그것은 사람과 자연의 상생을 위한 ‘환경혁명’이어야 한다. 핵심내용은 녹색전환의 실현과 탄소중립 달성이다.

다가올 6월 5일은 세계 환경의 날이다. 이제는 성찰을 넘어 혁명적 행동에 돌입해야 할 때다.

염우 풀꿈환경재단 정책이사
염우 풀꿈환경재단 정책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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