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서두진하트리움 분양대행사 직원 사기행각 드러나
시공사였던 두진건설에 항의하자 “법대로 하시라”

방서지구 두진하트리움엔 피해자들이 있다①

 

방서지구 두진하트리움 전경.
방서지구 두진하트리움 전경.

지난 2016년 두진건설은 방서두진하트리움 지역주택조합 업무대행사로 600세대를 분양하기 시작했다. 두진건설은 방서두진하트리움의 시공사로 ‘실속분양’, ‘인기몰이’, ‘특화된 커뮤니티공간과 주민편의시설 도입’ 등의 단어를 사용하며 분양을 홍보했었다.

당시 청주지역 아파트 분양시장은 수요보다 공급이 많았기 때문에 미분양이 속출하던 시기였다. 방서두진하트리움도 2018년 당시 100여 세대의 미분양이 발생했고 두진건설은 분양대행사를 통해 일반분양으로 미분양 아파트를 판매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분양대행사 직원의 사기행각이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분양대행사 직원은 가명을 써가며 지키지 못할 약속을 남발하고, 전매를 권했으며, 이중계약 등을 통해 분양대금을 갈취했다. 입주시작 2년이 지난 현재까지도 일부 입주자들은 억울함을 호소하고 있다. 또 이들은 민·형사 소송을 벌이며 분양대행사 직원과 두진건설의 책임을 두고 법정공방을 벌일 예정이다.

2018년 당시 방서두진하트리움 분양대행사 직원으로부터 사기를 당했다며 억울함을 호소하는 A씨. 그는 “너무 황당하고 어이없는 일”이라며 자신의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다. 그에겐 대체 어떤 일이 있었던 걸까? A씨 이야기를 재구성해본다.(편집자)

 

방서두진하트리움 분양대행사 직원 사기 행각 드러나

그날은 유난히도 노을이 예뻤다. 하늘을 뒤덮은 선명하고 붉은 노을을 바라보자니 마음까지 차분해지고 편안해지는 느낌이었다.

 

“이런 곳에서 어머니를 모시고 살면 얼마나 좋을까? ○○(아들)도 좋아하겠지?”

 

2018년 A씨가 방서지구 두진하트리움 모델하우스를 들른 이유다. 어머니 집을 방문하고 대전 군부대로 돌아가는 길, 차안에서 바라본 방서지구 노을은 너무 예뻤다. 그의 시선은 한창 진행 중이던 두진하트리움 공사현장으로 옮겨갔고 “날마다 이런 풍경을 바라보며 살면 참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내친김에 모델하우스 구경을 갔다. 예상대로 모델하우스는 마음이 쏙 들었다. 34평으로 널찍한 거실, 아기자기 꾸며놓은 인테리어, 지금 살고 있는 전세 집과는 비교도 되지 않았다. 눈으로 직접 보니 당장이라도 살고 싶은 마음마저 들었다. 내 생애 첫 아파트라니 상상만 해도 설레었다.

한창 생각에 잠겨있던 A씨에게 B씨는 두진건설 본부장이라는 명함을 내밀며 다가왔다. 자신은 두진건설 본부장으로 이두영 회장과 매우 친한 사이이고 이 회장이 자신을 신뢰해 스카우트했다고 했다. 두진건설 임원진들과는 형동생하는 사이이며 허물없이 지낸다고 했다. 서글서글한 인상, 거침없는 입담, 그의 말에 귀를 기울이기 시작했다.

아이만의 아늑한 공간을 만들어주고 싶어 하는 부모 마음을 어찌 알았을까? B씨는 아들을 위해 유명 가구업체의 침대, 책상, 쇼파, 에어컨을 무료로 주겠다고 했다.

심지어 18년간 직업군인 생활을 했던 A씨에게 전역을 하면 두진하트리움 아파트관리소장 일을 할 수 있도록 해주겠다고 했다. 주택관리사 등 자격증은 필요 없으니 걱정할 필요가 없고, 군인의 경험을 살리면 일을 더 잘 할 수 있을 것이라고 격려까지 해줬다.

사실 A씨는 4년 후 전역을 하면 어떤 일을 해야 하나 은근 걱정이었다. 24살부터 18년 동안 군대에만 있었던 A씨는 제 2의 인생을 설계해야 하는 시점이었고 아파트관리소장이라는 말을 듣는 순간 눈과 귀가 번쩍 띄었다.

 

“정말이세요? 그렇게만 된다면 저야 뭐 더 바랄게 없지요.”

 

앞으로 아파트 관리소장직을 맡게 되면 어떻게 아파트 주민들과 화합할 것인지, 주민들을 위해 어떻게 봉사할 것인지 나름 계획서도 작성했다. 그리고 B씨에게 이력서와 함께 건넸다.

어디 그뿐이랴. 아파트 1채를 더 계약하면 두 달 안에 1000만 원 이상의 수익금을 주겠다고도 했다. 일명 전매라는 것인데 당시는 ‘전매 무제한, 중도금 무이자, 특별 분양’이라는 플래카드가 공공연히 붙어있던 시절이었다.

 

“나에게 이런 행운이 오다니…”

 

1000만원의 수익이 거저 생긴다니 솔깃하지 않을 수 없었다. 군인의 경험을 십분 살려 아파트관리소장 일을 잘 해보리라 내심 다짐도 했다.

 

“그런 말을 믿은 내가 너무 창피하지만 그 당시에는 정말 뭐가 씌었었나봐요. 정말 믿었고 기뻤고, 열심히 해야겠다고 생각했었어요.”

 

A씨는 그렇게 2018년 5월과 6월 한 달 간격으로 방서두진하트리움 34평 아파트 두 채 계약서에 연달아 도장을 찍고 말았다. 아파트 두 채 중도금을 지불하기 위해 3억 원이 넘는 돈을 대출받으면서도 전혀 불안하지 않았다. 오히려 행복이 얼마 남지 않았다고 기뻐했다.

 

"나 몰라라 하는 두진건설"

그러나 A씨의 설렘과 기대는 두 달이 채 가지 못했다. ‘뭔가 잘못되고 있는 것은 아닐까’ 걱정이 들기 시작한건 8월경이다. 6월에 계약한 아파트를 8월에 되팔아 1000만원의 수익금을 주겠다고 장담했었는데 B씨에게서는 통 연락이 없었다. 걱정스런 마음에 B씨에게 연락을 하면 걱정하지 말고 조금만 더 기다리라는 말뿐, 더 이상의 설명은 없었다. 그렇게 9월이 되고, 10월이 되고, 또 12월이 되었다. 그 사이 대출 이자는 꼬박꼬박 인출되었고 어느새 잔금을 치러야 할 시점이 되었다.

그제서야 A씨는 모든 것이 망가졌다는 것을 깨달았다. 아파트 관리소장도, 1000만원에 달하는 수익금도, 심지어 아이를 위한 침대, 책상, 에어컨마저도 모두 거짓이었다. B씨와의 약속은 하나도 지켜진 것이 없었다. 남은 건 대출이자와 퇴직금으로 아파트잔금을 지불하기 위해 서둘러 전역을 했다는 사실. 그래서 현재는 실업자가 됐다는 사실. 그리고 통장엔 고작 몇 십만 원이 전부라는 사실. B씨에게서는 연락은커녕 행방조차 알 수 없었다.

수익금을 준다던 아파트는 시세보다 낮은 가격에 팔았다. 그간의 지불한 대출이자는 고스란히 A씨의 몫이었다. 그리고 곧이어 어머니와 함께 살기 위해 계약했던 아파트마저 정리해야만 했다. 직장도, 돈벌이도 없는 상황에서 넓은 아파트에 입주할 형편이 못됐다.

 

“누군가는 이렇게 말할 수도 있겠죠, 아파트를 다시 팔았으면 그렇게 큰 손해를 본 것은 아니지 않냐고요. 하지만 저는 동의할 수 없어요. B가 아파트 관리소장직을 제안하지 않았다면 그렇게 서둘러 아파트를 계약하지는 않았을 거예요. 아무 대책 없이 연봉 8000만원이 넘는 직장을 나올 수밖에 없었고 시세보다 낮은 가격으로 되팔 수밖에 없었습니다. 무엇보다 그동안 허비한 시간과 노력, 그리고 제 꿈. 그것은 무엇으로 보상받나요?”

 

그날 저녁, 노을을 보고 두진하트리움 모델하우스를 구경한 대가가 이렇게 혹독할 줄이야. 그것이 그렇게 큰 잘못이었을까? A씨는 요즘도 이런 허망한 질문을 홀로 되뇐다.

출처: 두진건설 홈페이지.
출처: 두진건설 홈페이지.

 

“저의 억울함은 도대체 어디서 보상받나요?”

A씨는 지난 2019년 B씨를 상대로 고소했다. 두 달 안에 책임지고 1000만원을 남겨주겠다는 B씨의 문자와 녹취, 관리소장일을 시켜 줄 테니 앞으로 인생은 걱정 말라는 B씨의 문자와 녹취를 증거로 검찰에 제출했다. 그러나 어찌된 일인지 그것은 증거가 될 수 없다는 답변만이 돌아왔다.

두진건설에도 여러 번 찾아가 항의했다. 두진건설 아파트이니 당연히 책임이 있고,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이 또한 억울하긴 마찬가지였다. A씨는 두진건설로부터 분양대행사는 두진건설과 아무런 관련이 없고 개인적인 일탈이기 때문에 어떤 보상도 해줄 수 없다는 답변을 들었다. 그리고 급기야는 “억울하면 법대로 하시라”라는 말을 들어야만 했다.

 

“너무 억울해서 미치겠더라고요. 어떻게 이럴 수가 있나요? 물론 저도 그 사람 말을 믿은 게 잘못하긴 하죠. 그런데 입주자가 아파트를 계약할 땐 분양대행사를 보고 하는 게 아니라 건설사, 시공사를 보고하는 게 상식 아닌가요? 그 사람은 두진건설 직원 행세를 했고 두진은 이를 묵인해줬다고 생각합니다. 두진건설이 맡긴 대행사에 문제가 있으면 두진에서 해결해야 하는 거 아닌가요? 그런데 두진은 나 몰라라 합니다. 저의 억울함은 도대체 어디서 풀 수 있나요?”

 

B씨는 현재 구속 수감돼 있다. 또 다른 피해자들이 사기혐의로 B씨를 고소했고 형사재판이 진행 중이다.

B씨에게 사기를 당했다고 주장하는 이들은 A씨 이외에도 10여명이 더 있다. 이들은 “파렴치한 B씨의 사기행각, 무책임한 두진건설을 도저히 용서할 수 없다”며 집단으로 민·형사소송을 벌일 예정이다.

한편 이와 관련 두진건설은 분양대행사 직원 개인의 일탈일 뿐 두진건설과는 관련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한 관계자는 “분양대행사 직원들의 언행까지 건설사가 일일이 관여하고 관리하기는 어렵다”며 “안타깝고 황당하기도 하지만 피해자들의 증거와 주장이 명확하지는 않은 상태다. 법적으로 명확한 판단을 받아보고 싶기도 하다"고 말했다.

이어 "피해자 분들이 두진건설을 여러번 방문한 것은 맞다. 어떤 피해를 당했는지 자료와 증거를 제시하라고 했지만 아무런 자료도 받지 못했다"며 "소송이 시작되면 적극적으로 대응할 생각이다”라고 말했다.

<기사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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