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주시, 17일 국토부에 조정대상지역 해제 공식요청
그동안 해제요구 민원 많았고 지정요건에서 벗어나
부동산 업자, 아파트 시장 또다시 과열될 가능성 많아
청주아파트 가격은 전국하위…“투기꾼 또 몰려올 것” 우려
벌써부터 “좋은 물건 알아봐 달라” 투기 움직임 보여

청주시 서원구의 아파트 단지./충청리뷰 육성준 기자.
청주시 서원구의 아파트 단지./충청리뷰 육성준 기자.

청주시가 국토교통부에 조정대상지역 지정을 해제해달라고 요청한 가운데 조정대상지역 지정이 해제되면 또다시 아파트 값 상승과 갭투자가 기승을 부릴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관광버스를 타고 온 외지인들이 아파트를 다 쓸어갔다’는 지난 4~5월 상황이 또다시 재현될 가능성이 많다는 지적이다.

지난 3월부터 6월 중순까지 청주시에서는 (외지)투자자들이 쇼핑하듯 아파트를 사들이는 부동산 투기 바람이 불었었다. 청주시 복대동 G아파트를 비롯해 신규분양 아파트인 상당구 탑동의 H아파트, 서원구 L아파트 5월 거래량은 전달에 비해 최대 7배 많았다. 특히 방사광가속기 영향을 받은 청원구 오창읍 H아파트는 한 달 새 1억 원 이상 상승하는 기현상까지 벌어졌었다.

한국감정원이 발표하는 ‘월별 매입자 거주지별 아파트매매거래 현황’에 따르면 올 1월부터 8월까지 청주지역의 외지인 아파트 거래비율은 38%였다. 전국의 외지인 거래비율 23%와 비교해 월등히 높은 수치였다.

이에 국토부는 ‘투기수요 근절, 실수요자 보호’라는 원칙아래 6월 17일 청주시를 비롯한 전국 69지역을 조정대상지역으로 지정했다. 조정대상지역은 국토부가 제시한 네 가지 조건 중 두 가지 이상 충족되면 지정되는데 당시 청주시는 두 가지 요건을 충족했었다.

네 가지 조건은 △직전 3개월간 주택가격 상승률이 소비자 물가 상승률의 1.3배 초과 △직전 2개월간 월평균 청약경쟁률 5:1초과 △주택보급률/자가주택비율 전국 평균 이하 △직전 3개월간 분양권 전매거래량이 전년 동기대비 30%이상이다. 청주시는 네 가지 조건 중 첫 번째와 네 번째를 충족시켜 조정대상지역으로 지정됐다.

청주시가 조정대상지역으로 지정받으면서 청주시 부동산시장은 급격히 얼어붙었다. 9억 원 이하 주택담보대출비율(LTV)이 60%에서 50%로 낮아졌고, 9억원 초과분에 대해서는 30%로 더욱 낮아졌다. 취득세, 종부세, 양도세가 많아져 사실상 거래가 중단됐다. 청주시가 조사한 ‘조정대상지역 지정전·후 아파트거래 현황’에 따르면 지난 10월 거래량은 1217호로 5월 3954호에 비해 69.2%감소했다.

 

청주시, 지정 요건에서 벗어났다

청주시가 17일 국토부에 조정대상지역에서 해제해 달라고 요청한 이유는 그동안 수많은 민원이 있었기 때문이다.

한국공인중개사협회 충북지부는 7월 24일 집회를 열고 “저평가된 아파트 가격이 원상회복하지 못하고 미분양 지역에서 해제도 되지 않은 채 폭탄을 맞게 됐다”며 “양도세, 취득세 등을 중과하는 세제는 서민의 주거 안정보다는 실수요자에게 내 집 마련을 하지 못하게 하는 반서민 부동산 정책”이라고 비판했다.

또 건설사는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청주시를 고분양가관리지역을 지정, 개발사업에 대한 사업성이 악화되고 있다며 조정대상지역 해제를 주장했다.

일반 시민들도 주택담보대출 축소, 기존주택의 매도가 되지 않아 실 거주를 위한 신규아파트 구입이 어렵게 됐다고 호소했다.

청주시는 이러한 민원과 함께 무엇보다 청주시가 조정대상지역 지정 조건에서 벗어났다는 점을 강조하며 17일 국토부에 공식적으로 해제를 요청한 것이다.

청주시는 보도 자료를 통해 “8월부터 10월까지 주택가격상승률은 0.23%로 소비자물가상승률(0.54%) 보다 낮아 지정요건을 벗어났으며, 분양권 전매 거래량은 전년 동기 811건보다 369건이 적은 442건으로 45.5% 감소로 지정요건인 30%이상 증가에 해당하지 않았다”며 “조정대상지역 지정 요건을 모두 벗어나 해체요청을 한다”고 밝혔다.

이어 “조정대상지역 지정 이후 대출규제 강화, 아파트 거래량 감소, 분양심리 위축 등으로 인해 지역 경제가 침체되고 있다. 앞으로도 주택거래 동향을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고 주택시장 안정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전했다.

 

"투기꾼들 또 올 것이다"

부동산 업계에서는 청주시의 해제요청을 반기면서도 청주시의 아파트 값 널뛰기는 시간문제라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또다시 외지투자자들이 청주로 몰려들 것이란 전망이다.

청주시 금천동 A공인중개사 대표는 “청주시가 국토부에 해제 요청을 한다는 이야기가 이미 두세달 전부터 나왔었다”며 “벌써부터 하루에도 몇 번씩 좋은 물건을 알아봐 달라는 전화가 온다”고 전했다.

이어 “5월 아파트 값이 많이 올랐다고는 해도 그래도 청주 아파트 값은 전국 최하위권”이라며 “외지 투자자들이 몰려들어 가격이 올라갈 것은 당연한 수순이다”라고 말했다.

청주시 제공.
청주시 제공.

청주시가 제공한 한국감정원 부동산통계 자료에 따르면 청주시 10월 아파트 평균매매가격은 1억 7985만1000원으로 대전·세종·천안시보다 낮다. 아산·계룡·당진시보다는 높은 가격이지만 인구대비 최하위권이라 할 수 있다. 청주는 여전히 투자자들에겐 더 없이 좋은 '먹잇감'이라는 얘기다.

조정대상지역에서 해제되자마자 외지 투자자들이 몰리고 집값이 상승한 사례는 이미 있다. 12일 한국감정원 월간 주택가격 동향에 따르면, 부산 해운대구는 최근 3개월간 집값이 4.94% 올라 비(非)규제지역 중 상승률 1위로 나타났다. 청약경쟁률도 평균 59.9대 1로 지방광역시 가운데 가장 높았다. 일부지역에서는 몇 달 새 수억 원이 뛰는 단지가 생기자 국민청원 게시판에 글을 올리는 사람도 생겨났다.

(사진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
(사진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

지난 11월 13일 ‘대한민국 집값 안정 포기한 것인가요’라는 제목으로 글을 올린 청원인은 “지금 집값 오르는 걸 모르는 것인지? 알면서도 모른 척 방법을 못 찾고 있는 것인지? 정말 대한민국의 국민으로서, 주권을 가진 일개 국민으로서 문의하고 싶습니다”라며 “부산은 2019년 11월께 조정지역 해제와 더불어, 1년도 안 된 시기에 해운대지역은 집값이 30~50% 이상 올랐고, 현재도 계속 매도호가가 경쟁하듯 오르고 있습니다”라고 적었다.

이어 “왜, 집값 상승의 브레이크 역할을 하던 조정지역을 해제해서 신혼부부와 자기 집을 구매하기 위해서 안 먹고 안 쓰고 아끼면서 저축한 국민들을 힘들게 하십니까?”라며 심정을 토로했다.

이러한 현상이 청주시에도 또다시 반복될 것이란 우려에 청주시는 사실상 마땅한 대책이 없는 상황이다. 더욱이 이러한 우려에도 불구하고 조정대상지역 해제를 요청한 것이다. 이와 관련 청주시 한 관계자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거래를 하지 말라고 할 수는 없지 않겠느냐”며 “홍보자료를 통해 실수요자들이 피해를 보지 않도록 정보를 제공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편 청주대 도시계획부동산학과 강신오 교수는 “청주시가 조정대상지역에서 벗어나면 풍선효과로 투기열풍이 반복될 것이다. 집 가진 사람들은 좋겠지만 집이 없는 사람들은 또다시 힘들어질 것”이라며 “중앙정부는 재건축 규제 완화 등 당근과 채찍을 적절히 사용해 부동산 가격을 안정시켜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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