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대는 실적 ‘0’로 전국 꼴찌 차지
강제성 없는 폭력예방교육이 문제  

ⓒ 화면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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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원 성비위 문제로 시끄러웠던 청주 소재 3개 대학이 폭력예방교육까지도 참여율이 저조한 사실이 드러났다. 서동용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이 여성가족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른 결과 충북대·한국교원대·청주대가 2019년 교육기관 폭력예방교육 4개 분야에서 모두 고위직 참여율 기준 하위 10개 대학으로 선정됐다. 

특히 충북대는 종사자·고위직 참여율 ‘0’를 달성하면서 전국 꼴찌를 기록했다. 충북대 인권센터는 담당 직원이 10개월 동안 공석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실적이 없는 게 아니라 인수인계 과정에서 문제가 발생해 여성가족부 자료 제출 기한을 넘겼다는 해명이다. 

<충북인뉴스>가 충북대 인권센터로부터 다시 받은 자료를 봐도 지난해 충북대 폭력예방교육 종사자·고위직 참여율은 저조했다. 참여율은 절반에 머물렀고, 기준 하위 10개 대학 안에도 포함되는 수준에 그쳤다. 

충북대·한국교원대·청주대는 폭력예방교육 4개 분야에서 모두 하위 10위 대학에 포함됐다. 충북대 인권센터가 충북인뉴스에 제공한 자료를 포함하면 한국교원대가 전국에서 폭력예방교육 고위직 이수율이 가장 낮은 것으로 나타난다 ⓒ 서동용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실
충북대·한국교원대·청주대는 폭력예방교육 4개 분야에서 모두 하위 10위 대학에 포함됐다. 충북대 인권센터가 충북인뉴스에 제공한 자료를 포함하면 한국교원대가 전국에서 폭력예방교육 고위직 이수율이 가장 낮은 것으로 나타난다 ⓒ 서동용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실

△성희롱 △성매매 △성폭력 △가정폭력 4대 폭력예방교육 실시는 법률에도 규정된 사항이다. 대학 내 폭력예방교육을 통해 성인지 감수성을 높이자는 게 취지지만 실제 참여율은 크게 떨어지고 있는 실정이다. 심지어 충북대·한국교원대·청주대는 모두 교원 성비위 문제가 발생했었다. 최근 3년간 △청주대 : 8건 △한국교원대 : 1건 △충북대 : 1건의 교원 성비위 문제가 발생했다. 

청주대는 전국에서 가장 많이 교원 성비위 문제가 발생한 학교로도 꼽혔다. 해외 출장 중 타 대학 연구원 방에 들어가 성희롱을 하거나, 행인에게 성적 모욕을 주는 등 교원들이 성비위로 물의를 일으키는 등 사건 사고가 끊이지 않았다. 

충북대는 지난해 6월 교수 A 씨가 대학원생을 강제추행해 강간미수로 해임 당하는 사건이 있었다. 한국교원대 역시 성폭력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으로 교수 B 씨가 2018년 10월에 파면당했다.  교원 성비위 문제가 불거졌던 학교들이 폭력예방교육조차 제대로 받지 않았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경각심 없는 대학 사회 

“왜 이들 대학에서 그동안 성폭력·성희롱 사건이 끊이지 않고 발생했는지 그 이유가 명백하게 드러났다. 청주시민으로 부끄럽고 참담하다.” 

11일(일) 청주청년회 행동하는페미니스트는 성명을 발표했다. 이들은 “해당 학교는 대학 구성원과 지역 사회에 사과하고, 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며  “대학 당국이 대학 내 성폭력 사건에 대해 전혀 경각심을 가지지 않고 있기 때문에 문제가 근절되지 않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이 국회 교육위원회에서 질의하고 있다 ⓒ 박찬대 의원실 제공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이 국회 교육위원회에서 질의하고 있다 ⓒ 박찬대 의원실 제공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이 교육부로부터 제출받은 ‘교육 분야 성희롱·성폭력 온라인 신고센터 개설 이후 신고접수 현황’을 살펴보면 2018년 3월부터 2020년 9월까지 330건의 성범죄가 신고됐다. 학생 대상 교원의 성범죄 신고가 전체 330건 중 165건(50%)으로 절반을 차지할 정도로 높은 비중을 보였다. 학내에서 위계에 의한 성폭력이 빈번하다는 반증이다. 

“나이 든 교수가 젊은 교수를, 정교수가 부교수나 초임 교수를 성희롱하는 게 많기 때문에 권력자들 위주로 (폭력예방교육을) 들어야 하죠. 위계에 의한 성폭력은 피해 정도가 크지 않아도 엄중히 다루는 데 이유가 있습니다. 고위직이 될수록, 관리자가 될수록 알고 있어야죠.”

김현정 청주여성의전화 소장은 고위직이 참여하는 폭력예방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런데 그 중요성에 비해 참여율이 저조하거나, 요식 행위로 교육을 받는 경우가 허다하다. 김 소장은 “누가 어떤 내용으로 교육을 했는지 대학에서 다 비공개를 하고 있다”며 폭력예방교육 세부내용을 알 수 없는 상황도 지적했다. 

그들이 교육 받지 않는 이유는? 

여성가족부 폭력예방교육에서 고위직은 전임교원을 가리키는 말이다. 위계에 의한 성폭력이 빈번한 만큼 고위직 교육이 가장 중요하지만, 이들이 가진 학내 권력 때문에 폭력예방교육을 담당하는 기관도 애를 먹고 있다. 학내에서도 강제성이 없어 ‘안 받으면 그만’이라는 인식이 생기기 마련이다. 

한국교원대가 운영하는 KNUE심리상담센터. 한국교원대 고위직 폭력예방교육 이수율은 10%에도 못 미치는 심각한 수준이다 ⓒ 김다솜 기자
한국교원대가 운영하는 KNUE심리상담센터. 한국교원대 고위직 폭력예방교육 이수율은 10%에도 못 미치는 심각한 수준이다 ⓒ 김다솜 기자

“학생이나 직원 이수율은 높은 편이지만 교수 폭력예방교육 이수율 10% 아래로 낮아요. 가장 중요한 건 교수들의 폭력예방교육이거든요.”

정여주 한국교원대 심리상담센터장은 문제의 심각성에 대해 공감했다. 학내에서 위계에 의한 성폭력이 문제가 되기 때문에 고위직일수록 폭력예방교육을 이수 받아야 한다. 하지만 충북대·한국교원대·청주대 모두 고위직 폭력예방교육 이수율이 문제가 됐다. 

그동안 한국교원대는 정규 교수회의를 통해 오프라인 교육을 1시간씩 해왔다. 지난해는 폭력예방교육을 위해 강사 섭외까지 마쳤으나 총장 선거 등 학내 내부 사정으로 정규 교수회의가 열리지 않으면서 이수율이 낮아졌다고 해명했다. 

정 센터장은 “정규 교수회의가 취소됐다고 해서 교육을 못 받게 하면 안 되는 걸 알고 있다”며 “(정규 교수회의를) 하면 하고, 안 하면 안 하는 일이 앞으로는 없도록 다른 방법을 강구해보겠다”고 덧붙였다. 

충북대는 전임자-고위직 폭력예방교육 자료를 여성가족부에 기한 내 제출하지 않아 실적이 '0'으로 평가됐다 ⓒ 김다솜 기자
충북대는 전임자-고위직 폭력예방교육 자료를 여성가족부에 기한 내 제출하지 않아 실적이 '0'으로 평가됐다 ⓒ 김다솜 기자

“제가 알기로는 잘 운영되는 대학에서는 (폭력예방교육을 받은) 교수들에게 가산점을 준다고 하지만, 사실 전임교원에게는 (폭력예방교육이) 크게 영향력이 있는 게 아니다 보니 자발적인 의미를 둔 분들이 아니라면 참여하지 않는 건 사실인 거 같습니다.” - 대학 관계자 C 씨

“우리 학교는 교수들이 폭력예방교육 받을 수 있게 인터넷 강의도 마련해놨습니다. 그런데도 교수들이 그걸 안 보는 거예요.” - 대학 관계자 D 씨 

참여를 독려하기 위해 인터넷 강의를 마련하거나, 지속적으로 독려하는 문자 메시지를 발송해도 결국 교수들의 ‘자발성’에 달려 있다. 대학 평가에 포함되지 않으니 교원들에게도 폭력예방교육의 중요성은 크지 않다. 

청주대는 최근 3년간 발생한 교원 성비위가 모두 8건을 기록했다. 전국에서 교원 성비위 문제가 가장 많이 발생한 학교로 꼽히기까지 했으나 폭력예방교육에서도 좋은 성적을 보여주지 못했다 ⓒ 김다솜 기자
청주대는 최근 3년간 발생한 교원 성비위가 모두 8건을 기록했다. 전국에서 교원 성비위 문제가 가장 많이 발생한 학교로 꼽히기까지 했으나 폭력예방교육에서도 좋은 성적을 보여주지 못했다 ⓒ 김다솜 기자

김영배 청주대 학생종합상담센터장은 “교수들의 성인지 감수성에 대한 관심이 낮았기 때문”이라며 “그동안은 자율적인 분위기가 있었지만 앞으로는 강제성을 띄는 절차를 마련해 내년 폭력예방교육 이수율 100%를 받아 보겠다”고 밝혔다. 

현재 청주대는 전임 교원 전원에게 폭력예방교육을 독려하는 문자 메시지를 발송했다. 미이수 교원에게 2주 간 수강 기회를 주고, 그래도 교육을 받지 않으면 누구나 확인할 수 있도록 학교 홈페이지에 명단을 공개할 예정이다. 교원 업적 평가에도 폭력예방교육 이수 여부를 포함시켜 학내에서나마 강제성을 부여하겠다는 입장이다. 

보다 더 강도높은 방안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서동용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은 “초·중·고등학교와 달리 대학은 ‘양성평등기본법’에 따른 성희롱 예방교육을 제외하고는 다른 예방 교육성과가 저조해도 대학 평가 등에서 불이익을 받지 않기 때문”이라며 “예방 교육을 강제할 수 있는 법률 개정 등의 조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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