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작권법 위반, 확인 못 한 언론사에도 책임 있어

ⓒ 곽봉호 옥천군의원
ⓒ 곽봉호 옥천군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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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월 31일 <옥천신문>은 당사에 게재된 곽봉호 옥천군의원(미래통합당 소속) 기고문 15건이 상당수 표절이라는 사실을 보도했다. <충북인뉴스>가 추가로 확인한 결과 비공개 처리를 한 <충청일보>를 제외하고, 그동안 곽 의원이 충북 지역 신문사에 게재한 기고문 전부 ‘표절’로 드러났다. 표절 기고문을 올린 지역 신문사는 모두 충북기자협회 소속이다. 

곽 의원은 <옥천신문> 외 언론사에도 표절 기고문을 보냈다는 사실을 인정했다. 2018년 6월 지방선거에서 당선된 곽봉호 의원은 그동안 △옥천신문 15건 △충청매일 9건 △충청일보 7건 △중부매일 6건 △충북일보 3건 △충청타임즈·충청투데이·동양일보 각 1건씩 기고문을 썼다. 표절이 문제가 되고 나서 비공개 처리한 <충청일보>, <옥천신문>을 제외한 나머지 언론사 기고문을 살펴보니 모두 ‘표절’이었다. 

곽 의원은 칼럼 주제로 쓰고 싶은 사자성어나 격언이 있으면 관련 글을 포털 사이트에서 검색해 짜깁기했던 것으로 보인다. <충청타임즈>에 기고한 ‘목종승정’(2020년 1월 9일 자) 글이 그렇다. <월간조선>과 <국제신문> 칼럼에서 ‘목종승정’을 주제로 쓴 글을 가져와서 기고문을 썼다. 

곽봉호 옥천군의원이 수정을 거의 하지 않고 원문 그대로 가져 온 경우 ⓒ 화면 갈무리
곽봉호 옥천군의원이 수정을 거의 하지 않고 원문 그대로 가져 온 경우 ⓒ 화면 갈무리

경어체로 바꿔서 쓰거나, 문단 순서를 달리하는 등 약간의 수정만 거쳤다. 원문 90% 이상을 가져가 그대로 기고문을 보낸 경우도 있었다. 곽 의원은 이런 방식으로 많게는 한 달 동안 3~4건의 칼럼을 지역 신문사에 기고했다. 

표적이 된 글들은 주로 다른 언론사 칼럼이나 개인 블로그 게시물이었다. <충청투데이>에 실린 ‘진정한 부자’(2020년 5월 20일 자)는 △시니어 신문(2017년 9월 18일 – 김덕권 칼럼니스트) △한국교육신문(2015년 6월 11일 – 전문근 시인) △시티저널(2014년 12월 19일 – 연광희 국립대전현충원 관리과)의 글에서 문단 일부를 가져와 이어 붙였다. 

비단 곽 의원만의 문제가 아니었다. 지역 언론에서 마구잡이 표절이 검증 없이 이뤄지고 있었다. 출처를 알 수 없을 정도로 1·2차 표절된 부분이 더러 보였다. <중부매일>에 기고한 ‘거족경중’(2020년 4월 30일 자)에서 3번째 문단까지는 <굿타임>(2018년 2월), <충청교차로>(2017년 8월)에서도 똑같이 발견됐다. 인터넷 검색에서는 네이버 블로그(2017년 5월) 게시물이 가장 오래 전 작성됐다. 

곽봉호 옥천군의원 개인 SNS 계정에는 아직 표절 기고문이 남아있다 ⓒ 화면 갈무리
곽봉호 옥천군의원 개인 SNS 계정에는 아직 표절 기고문이 남아있다 ⓒ 화면 갈무리

곽봉호 의원, “표절 사실 인정한다” 

곽 의원의 표절 기고문이 문제가 되자 일부 언론사는 삭제 조치를 취했다. <충청일보>는 표절 논란이 일자 곽봉호 의원의 기고문이 포털 사이트에 노출되지 않도록 막고, 홈페이지에서는 비공개 처리했다. 현재는 홈페이지에서 기고문 제목만 확인이 가능하다. 

이정규 충청일보 편집국장은 “기고문을 사전에 일일이 확인하면서 게재할 수 없다”며 “대한민국에 있는 글을 어떻게 다 확인하느냐”고 반문했다. 곽 의원이 <충청일보>에 보낸 기고문 표절 여부는 아직 확인이 안 됐기 때문에 사과문 게재 계획도 없다. 대신 앞으로 곽봉호 의원에게 기고문을 받지 않겠다는 입장을 전했다. 

곽봉호 의원 표절 기고문에 처음 문제 제기를 했던 <옥천신문>은 관련 기사를 썼다. 그리고 <옥천신문>에 게재된 15개 기고문을 삭제 조치하고, 사과문을 올렸다. 나머지 지역 언론은 곽 의원의 표절 여부를 모르고 있거나, 확인 중이라고 밝혔다. 

현재까지 곽 의원은 <옥천신문>에 게재된 표절 기고문에 한해서만 사과문을 발표했다. 사과문이 전부다. 옥천군의회에서는 이 사실과 관련해 윤리특별위원회를 열지 않기로 결정했다. 곽봉호 옥천군의원은 “직접 다른 언론사에 표절 사실을 알리진 않았으나 옥천군 주재기자들은 다 알고 있다”며 “사과문을 게재해달라는 요청이 있으면 하겠다”고 말했다. 곽 의원은 표절 피해 당사자에게 먼저 연락을 취하지도 않았다. 

곽봉호 옥천군의원이 의정 활동을 하고 있는 모습 ⓒ 옥천군의회
곽봉호 옥천군의원이 의정 활동을 하고 있는 모습 ⓒ 옥천군의회

확인 못 한 언론사에도 ‘과실’ 있다 

이수희 충북민주언론시민연합 사무국장은 “표절이 확인됐으면 (언론사에서 기고문을) 삭제 조치하는 게 맞다”며 “그러나 독자에게 어떤 과정에서 기고문이 올라왔고, 삭제하게 됐는지 배경을 설명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표절 사실을 인지한 언론사는 피해자에 대한 책임도 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 사무국장은 “표절 피해자 모두를 확인하는 건 힘들지만 대형 언론사나 검색으로 확인이 바로 가능한 경우는 피해 사실을 알려야 한다”며 “당사자가 원하는 보상이 있다면 그에 맞게끔 조치를 취하고, 재발 방지 대책도 세워야 한다”고 짚었다. 

기고문 표절 행위는 명백한 저작권 침해다. 저작권법에도 저촉되는 사항이다. 양재규 변호사는 “저작권 침해는 엄연한 불법 행위”라며 “(해당 언론사가) 알고도 (기고문 게재를) 허락했으면 고의고, 확인해야 하는데 못해서 그런 글이 올라간 거라면 과실이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표절 기고문을 작성한 곽봉호 의원과 그걸 걸러내지 못한 언론사 모두의 책임이라는 설명이다.

곽봉호 옥천군의원 기고문 현황 
 
<표절 미확인> 
=충청일보 7건 
 
2019년 11월 7일 ‘입도 열 손가락도 민심이요 천심이다’
2019년 12월 15일 ‘새것을 잡으려면 쥐고 있는 것은 놓아야 한다’
2020년 1월 22일 ‘약속은 지켜질 때 그 의미가 존재한다’
2020년 3월 25일 ‘모두가 뜻을 모아야 ‘코로나19’ 잡는다’
2020년 6월 15일 ’6월은 호국보훈의 달’
2020년 6월 29일 ‘영악한 살인’
2020년 7월 20일 ‘부질없는 욕심을 버려야’
 
<표절 확인>
 

=충청매일 9건 

2019년 5월 13일 ‘절(卍)도, 절(寺)도, 절(拜)도, 절하는 것이지요’ 
2019년 7월 4일 ‘소서’
2019년 11월 18일 ‘할 말은 하되 쓸데없는 말은 하지 말자’
2020년 2월 4일 ‘여야 지도부들의 참회와 반성을 바란다’
2020년 3월 4일 ‘덮으려고 할수록 더욱 늘어난다’
2020년 6월 10일 ‘인사(人事)가 만사(萬事)’ 
2020년 6월 24일 ‘너 자신을 알라’ 
2020년 7월 8일 ‘내가 높아지려면 주변 사람부터 높여야’ 
2020년 7월 22일 ‘얼마나 어리석은 존재들인가’ 
 
=중부매일 6건
2019년 5월 7일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것’
2019년 6월 10일 ‘일년삼천’
2019년 7월 10일 ‘삼복’
2020년 2월 16일 ‘법망 대신 덕망으로 다스려야’
2020년 3월 26일 ‘당심에 귀중한 주권 포기말아야’ 
2020년 4월 30일 ‘거족경중’ 
 
=충북일보 3건 
2019년 7월 31일 ‘할석분좌’
2019년 12월 4일 ‘떼법은 민주주의의 최대 단점’
2020년 5월 21일 ‘거리낄 것 없는 당당함’ 
 
=충청타임즈 1건 
2020년 1월 9일 ‘목종승정’ 
 
=동양일보 1건 
2020년 5월 26일 ‘여러 사람의 말은 쇠도 녹인다’ 
 
=충청투데이 1건 
2020년 5월 21일 ‘진정한 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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