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천신문 기고글 전수 검수 결과, 적게는 10% 많게는 90% 이상 표절률 나타나
단어만 바꾸고 그대로 베껴 쓴 경우도 있어
곽봉호 옥천군의원, 옥천신문 보도 내용 인정하고 사과

지난해 6월 열린 옥천군의회 제1차정례회 본회의에서 5분 자유 발언을 하고 있는 곽봉호 의원 ⓒ 옥천군의회
지난해 6월 열린 옥천군의회 제1차정례회 본회의에서 5분 자유 발언을 하고 있는 곽봉호 의원 ⓒ 옥천군의회

곽봉호 옥천군의원(미래통합당 소속)이 출처 없이 인용글로 기고문을 작성하거나, 그대로 베낀 사실이 드러났다. 곽 의원은 개인 블로그 게시물이나 타 언론사 칼럼 내용 일부를 가져다 기고문에 썼다. <옥천신문>은 ‘표절 기고문으로 윤리문제 제기된 곽봉호 의원’(7월 31일 자) 기사를 통해 곽 의원의 표절 사실을 보도했다. <옥천신문>은 “당사에 실린 곽 의원 기고글 15편을 표절검사서비스(카피킬러)를 통해 전수 검사했더니 적게는 10%부터 많게는 90% 이상 표절률을 나타냈다”고 전했다. 

<옥천신문>은 곽봉호 의원이 쓴 ‘없는 것보다 있는 게 좋다’(2020년 6월) 기고문이 네이버 블로그 게시물의 90% 가까이 베낀 사실을 확인했다. 곽 의원이 <충청매일>에 기고한 ‘나라의 근본은 농업과 농민’(2019년 9월)은 <농민신문> ‘국이민위본 민이식위천’(2017년 3월) 칼럼과 단어 하나를 빼고 동일한 사실도 <옥천신문> 보도로 알려졌다. 곽 의원은 ‘리더’를 ‘지도자’로 단어를 바꾼 채 <농민신문> 칼럼을 그대로 가져갔다. 

표절 피해자들은 처음 듣는 소식에 황당하다는 입장이다. 법적 조치를 취하겠다는 의견을 밝힌 사람도 있었다. 표절 피해자 김경수(70) 씨는 “남의 물건을 훔치는 것도 도둑이지만, 글을 훔치는 것도 도둑”이라며 “그런 마음으로 올바르게 의정 활동을 할 수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곽 의원은 “변명하지 않고 잘못한 일은 벌을 받는 게 순리”라며 “저로 인해 피해 입은 사람이 원하는 대로 하겠다”고 말했다. 

곽봉호 옥천군의원이 충청매일에 기고한 ‘나라의 근본은 농업과 농민’(2019년 9월) ⓒ 곽봉호 의원 페이스북
곽봉호 옥천군의원이 충청매일에 기고한 ‘나라의 근본은 농업과 농민’(2019년 9월) ⓒ 곽봉호 의원 페이스북

옥천군의회는 묵묵부답…공개 사과에 그쳐 

  • ‘(옥천신문) 기사 내용을 전면 인정하고 깊이 반성하며 진심으로 사과드립니다. 독자님들을 비롯한 관련자 및 옥천신문사에 고개 숙여 사과드리며 용서를 빕니다. 지금까지 게재된 저의 기고문을 삭제하여 주실 것을 요청 드립니다. 향후 매사에 신중을 기하여 이와 같은 일이 다시는 발생되지 않도록 하겠다는 약속을 드리며 깊이 반성하고 진심으로 사과드립니다.’ - 곽봉호 옥천군의원 공개 사과문 일부 (2020년 8월 5일) 

현직 군의원이 표절 기고문을 써왔다는 사실이 드러났지만 공개 사과에 그쳤다. 일부 옥천군의원들이 ‘공개적으로 기자회견이라도 하는 게 좋겠다’는 의견까지 전달했으나 곽 의원은 “이미 사과문도 내고 요구하는 대로 조치를 취했다”며 “공개 기자회견은 하지 않겠다”고 입장을 밝혔다. 윤리특별위원회(이하 윤리특위)도 열리지 않는다. 이용수 옥천군의회 행정운영위원장(더불어민주당 소속)은 “옥천군 윤리강령과 관련 규정을 확인해봤으나 의회에서 제재할 수 있는 게 없다”며 “정치인은 자기가 한 행위를 스스로 무한 책임지는 것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해석하기 나름이다. 지방의원 5분의 1 이상이 회부를 찬성해야만 윤리특위가 열린다. 지방의원 개개인에 따라 윤리특위 회부 여부가 갈릴 수밖에 없다. 윤리특위는 지방의원이 ‘자체적’으로 운영하는 구조다 보니 묵인과 방조로 이어지기 쉽다. 옥천군의회 의원 윤리강령 및 윤리실천규범 등에 관한 조례에는 ‘지방 의원은 직무와 관련해 청렴해야 하고, 공정을 의심 받는 행동을 해서는 안 된다’고 명시돼있다. 그러나 옥천군의회 소속 의원들은 곽 의원을 윤리특위에 회부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이용수 옥천군의회 행정운영위원회 위원장 ⓒ 옥천군의회
이용수 옥천군의회 행정운영위원회 위원장 ⓒ 옥천군의회

공개적인 자리에서 논의하지 않은 이유를 묻자 임만재 옥천군의회 의장(더불어민주당 소속)은 “8월 말에 임시회가 잡혀 있는데 그때 논의하기에는 너무 늦다고 판단했다”며 “의회 의사일정을 수시로, 하고 싶은 대로 바꿀 수가 없어서 비공개 논의를 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임 의장은 “만약 형사 사건이 돼서 그에 따른 처벌이 이뤄지고, 책임 규명이 필요하다는 사법부 판단이 있으면 내부적으로 다시 한 번 의원들끼리 의논해보겠다”며 “그때 가서 윤리특위 회부 여부도 진중하게 생각해보겠다”고 전했다. 

“지금의 지방 의회는 상식 수준에서 볼 수 없습니다. 윤리특위가 열리는 것도 정말 안 할 수가 없을 때만 가능한 일이죠. 지방의회 안에서 이런 일이 일상처럼 횡행하는 것도 있고, 지방의원들이 심각성을 못 느끼고 있습니다. (지방 의원에게) 문제가 있다고 해도 개인적인 문제지, 의회 차원에서 징계할 문제는 아니라고 선을 긋습니다.” 

최진아 충북참여자치시민연대 국장은 “도의회나 시의회는 듣는 척, 여론의 영향을 받는 척이라도 하지만 군 의회로 가면 사실상 그들을 감시·견제하는 역할을 하기가 쉽지 않다”고 지적했다. 충북참여자치시민연대는 후반기 의회에서 내실 있는 윤리특위 운영을 요구할 계획이다. 

표절 기고문 올린 언론사가 취해야 하는 조치는?

<충청매일>은 곽봉호 의원의 표절 사실을 인지하지 못하고 있었다. 김동진 충청매일 편집국장은 “기고는 말 그대로 기고라 (언론사에서) 교열을 보지 않는다”며 “기자가 쓴 기사는 우리가 확인이 가능하지만 기고는 본인이 써서 보내는 걸 그대로 싣는 거니까 가감 없이 내보낸다”고 전했다. “지역 언론도 아니고 중앙 언론에서 표절한 글을 확인하기가 어렵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충청매일>은 사실 관계를 더 확인한 다음 삭제 조치를 취하겠다는 입장이다. 

옥천신문이 보도한 ‘표절 기고문으로 윤리문제 제기된 곽봉호 의원’(7월 31일 자) 기사 머리 제목 (왼) 옥천신문에서 게재한 사과문(우) ⓒ 김다솜 기자
옥천신문이 보도한 ‘표절 기고문으로 윤리문제 제기된 곽봉호 의원’(7월 31일 자) 기사 머리 제목 (왼) 옥천신문에서 게재한 사과문(우) ⓒ 김다솜 기자

반면 <옥천신문>은 해당 기고문을 삭제하고, 사과문을 게재했다. 이수희 충북민주언론시민연합 사무국장은 “사과문을 게재했으나 19면에 실린 점과 무엇을 잘못했는지 구체적으로 쓰지 않았다”며 “표절이 명백히 밝혀졌는데도 ‘표절 논란’이라는 (머리)제목을 사용한 점도 실망스럽다”고 아쉬움을 표했다. 이 사무국장은 “여러 번 곽봉호 의원의 칼럼이 게재되는 동안 그 사실을 모르고 있었던 언론사 책임도 크다”며 “사과문은 당연하고, 그 문제가 어떻게 생겼는지 최대한 상세하게 독자들에게 알려야 한다”고 비판했다. 

권오성 옥천신문 편집국장은 “우리가 제대로 파악했어야 하는데 못한 건 비판받아야 할 부분이고 변명의 여지가 없다”며 “군의원이라면 어느 정도 사회적 위치에 있는 분이기 때문에 표절까지 생각도 못 했던 부분이었다”고 말했다. 충북민주언론시민연합의 지적에 동의했다. 권 국장은 “책임을 회피하려 한 게 아니라 표절과 관련해 여러 평가가 나와서 (머리 제목을 ‘논란’으로) 쓰게 됐다”며 “<옥천신문>은 반론보도든, 정정보도든 해당 보도 면에 싣는 게 원칙이라 기고글이 실리던 19면에 사과문을 배치하게 됐다”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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