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주시 공동주택 90%, 폐비닐 분리수거함조차 없어
2018년 ‘쓰레기 대란’ 이후 대거 자취 감춰
그나마 분리배출 하던 곳도 7월부터 중단예정
수거업자 “청주시관계자가 ‘종량제봉투에 넣으면 된다’고 했다” 전언

<기획> DIRTY BUSINESS! 쓰레기·소각장·반재활용정책, 기생의 경제학

1부 <청주시, 폐비닐이 사라졌다>

① 청주시 단독주택 폐비닐 분리배출량 절반 이상 줄었다.

② 폐비닐 분리배출, 아예 멈춘 공동주택

 

청주에서 폐비닐이 사라지고 있다. 플라스틱과 더불어 지구를 황폐화시키는 대표적인 물질인 비닐. 바다를 점령한 ‘미세 플라스틱’ 문제는 어제오늘의 이야기는 아니다. 최근에는 ‘미세플라스틱’에 이어 농토를 습격한 ‘미세 비닐’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폐비닐이 사라졌다. 당연히 기뻐 할 일이다. 그런데 긍정적인 방향이 아니다. 사용하고 난 비닐의 종착점은 소각과 매립, 재활용이다. 소각과정에선 다이옥신이 발생한다. 매립되면 분해되는데만 수십 년이 걸린다.

폐비닐 소각과 매립은 그래서 나쁘다. 가장 좋은 것은 사용하지 않는 것이다. 그 다움이 재활용이다.

취재결과 이중 그나마 나은 대안으로 꼽히는 청주시에서 재활용되는 폐비닐이 급감했다. 결코 좋아할 일이 아니다.

폐비닐이 재활용 되려면 분리배출돼야 한다. 폐비닐은 「자원의 절약과 재활용 촉진에 관한 법률」제 13조 제1항 및「재활용 가능 자원의 분리수거 등에 관한 지침(환경부)」에 의거 분리배출 하도록 명시돼 있다. 이에 따르지 않으면 과태료가 부과된다.

1부에선 3회에 걸쳐 청주시 단독주택과 공동주택의 폐비닐 분리배출 현황과 문제점, 원인에 대해 살펴본다.(편집자주)

 

 

 

“아파트 분리수거대에 비닐 수거함이 없는데요. 왜 그런거죠?” 청주시 가경동에 거주하는 A씨)가 관리사무소 직원에게 물었다.

관리사무소 직원은 “재활용 가격이 떨어지면서 폐비닐은 더 이상 재활용을 할 수가 없는 상태에요. (가연성) 종량제 봉투에 담아 버리시면 됩니다”라고 말했다.

A씨가 거주하는 공동주택의 경우처럼 청주시 관내 공동주택 대부분이 사실상 폐비닐 분리배출을 중단한 것으로 나타났다.

‘폐기물 관리법 시행령’에 의하면 공동주택의 경우 비닐류 등을 분리 배출할 수 있는 분리보관 용기를 설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법에 따르면 아파트, 연립주택 같은 공동주택은 비닐을 분리배출 할 수 있는 분류함을 별도로 설치해야 한다.

하지만 취재결과 청주시 관내 대부분의 공동주택에서 비닐 분리함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본보가 청주시 관내 아파트 10곳을 확인한 결과 분리 배출함이 있다고 답변한 곳은 한 곳도 없었다.

비닐 분리 배출함이 없는 이유에 대해 “비닐은 더 이상 재활용을 할 수 가 없다”고 답변했다.

공동주택 재활용품 수거운반 업체에 따르면 공동주택의 90% 가까이가 폐비닐을 분리배출하지 않고 있다.

청주에서 5만호의 공동주택 재활용품 수집운반을 하고 있는 업체 관계자 B씨는 “80여개 단지중 분리배출하는 곳은 6곳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다른 업체도 마찬가지”라며 “재활용 시장 가격이 폭락하면서 폐비닐과 폐플라스틱을 수거할 경우 처리비용을 별도로 지불해야 되는 상황에서 현실적으로 수거는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청주시 흥덕구 소재 모 아파트에 설치된 분리수거대. 플라스틱 등 재활용품 분리용기가구분돼 있지만 폐비닐을 배출하는 용기는 따로 설치돼 있지 않다.
청주시 흥덕구 소재 모 아파트에 설치된 분리수거대. 플라스틱 등 재활용품 분리용기가구분돼 있지만 폐비닐을 배출하는 용기는 따로 설치돼 있지 않다.

 

 

그나마 수거하던 업체 “다음달 부터 종량제봉투 대신 사주겠다”

 

청주관내 대부분의 아파트에서 폐비닐 분리배출을 중단한 가운데 현재까지 이를 이행하던 아파트 단지도 다음 달부터 분리배출이 중단될 것으로 보인다.

청주에서 1만여 세대의 공동주택(아파트)에서 배출되는 재활용품을 수거하는 업체대표 C씨는 “더 이상 분리배출된 폐비닐을 수거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C씨는 “도저히 버틸 수 없다. 가구 당 월 평균 1.6㎏이 배출된다. 우리가 처리업체까지 운반해 주는 조건으로 처리비로 1㎏당 80원을 주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여기에다 폐비닐을 담을 비닐봉투를 1장당 220원을 주고 구입해 제공한다. 용량은 100ℓ정도인데 한 장당 14㎏ 정도 담을 수 있다”고 말했다.

C씨의 설명에 따르면 그가 수거를 담당하는 공동주택 1만호에선 매월 1만6000㎏, 즉 폐비닐 16톤을 배출한다. 연간으로 하면 192톤이다.

그는 처리비용으로 폐비닐처리업체에 매월 128만원을 지급한다. 또 이름 담을 1400여장의 비닐용기 구입비로 매월 25만원 가량 소요된다.

여기에 폐비닐을 구입하기 위한 인력 1명의 인건비와 차량유지비등을 합하면 추가로 500~600만원이 지출된다. 매월 700만원 안팎의 비용이 지출되는 것이다.

현재 100ℓ 종량제봉투의 가격은 1장당 1800원. C씨에 따르면 1만6000㎏의 폐비닐을 담으려면 1142장이 필요하다. 그에 따르면 100ℓ종량제봉투는 일반 비닐봉투보다 내구성이 강해 16㎏ 점도 담을 수 있다고 본다.

C씨가 1142장의 종량제 봉투를 구입하는데 소요되는 비용은 매월 250여만원. 분리배출하는 비용의 1/3에 불과하다.

반면 C씨가 구상한대로 공동주택 1만세대가 배출한 폐비닐 1만6000㎏이 종량제 봉투로 들어간다면 청주시는 시민 혈세로 이를 메꾸어야 한다.

현재 청주시 광역소각장은 더 이상의 폐기물을 처리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현재보다 늘어난 폐기물은 민간소각장으로 보낼 수밖에 없다.

청주시가 민간소각장에 위탁처리하는 비용은 1톤당 22만원으로 1만6000㎏을 처리하려면 350여만원 소요된다.

여기에 수집운반비용도 별도로 지출해야 한다.

 

“청주시 관계자가 종량제 봉투에 넣으라 했다”

 

폐기물관리법상 분리배출돼야 할 폐비닐이 종량제봉투에 담겨 처리되는 상황에 대해 청주시 관계자는 “뚜렷한 해결책이 없다”고 밝혔다.

청주시 관계자는 “ 폐비닐은 분리배출하는 것이 원칙이지만 현실적으론 안 맞는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공동주택의 폐비닐 분리배출 실태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파악한 것은 없다”고 했다.

이 관계자는 “가끔 폐비닐 분리배출함이 설치돼 있지 않다고 민원이 들어오는 경우가 있다. 그러면 아파트에 연락해 폐비닐 분리배출함을 설치하도록 안내하고 있다”며 “(이런 공동주택이 어느 정도 있는지) 세부적인 (조사) 자료는 없다”고 말했다.

분리배출을 하지 않는 것에 대해 과태료 징수 등 단속에 대해선 부정적인 입장을 밝혔다.

청주시 관계자는 “분리배출 위반에 대한 과태료를 징수할 수 있지만 강압적으로 하기가 어렵다”며 “환경부 지침과 자치단체의 현실상 의견이 엇갈리는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폐비닐 분리배출을 높이기 위한 대책에 대해선 뚜렷한 방안이 없다고 답했다.

이 관계자는 “분리배출을 높이기 위한 대책이 필요하지만 아직까지 뚜렷하게 나온 것은 없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청주시 모 재활용업체 관계자는 “청주시 관계자가 ‘타산이 안 맞으면 종량제 봉투에 넣으면 된다’고 말했다”고 밝혔다. 또 다른 관계자는 “(청주시 관계자가) 종량제봉투에 넣어 소각을 하는 것도 재활용이다. 열이 회수되는 만큼 그것도 재활용이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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