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유혼용률 속였는데도 내년 교복 납품업체로 또 낙찰
“공식적으로 접수된 것 없어서…” 지나친 행정중심 처리가 문제
학교·충북도교육청, 부정당업체 여부 판단하는데만 3개월 걸려
학교·교육지원청, 문제 인지하고도 두 달 지나 도교육청 의뢰

B업체는 4년 동안 A고교의 남학생 하복바지 섬유혼용율 기준을 어기고 납품해온 것으로 나타났다.(사진제공 : 음성타임즈)
B업체는 4년 동안 A고교의 남학생 하복바지 섬유혼용율 기준을 어기고 납품해온 것으로 나타났다.(사진제공 : 음성타임즈)

2016년부터 2019년까지 무려 4년 동안 한 고등학교에 불량한 교복을 납품한 교복업체가 내년에도 또다시 그 학교 교복납품 업체로 선정되는 황당한 일이 발생했다. 특히 그 이유가 지역 교육지원청과 해당학교의 행정중심 사안처리 방식 및 부실한 대응 때문인 것으로 드러나 논란이 되고 있다.

 

“가격은 싸지만 품질은 엉망”

학교주관구매(최저가 입찰방식) 방식으로 교복을 구입하고 있는 음성군 A고등학교는 2016년부터 지난해까지 4년 동안 B교복업체로부터 매우 저렴한 가격으로 교복을 공급받았다.

A고등학교 홈페이지에 게재된 ‘2019학년도 동복, 하복 품목별 단가표’에 따르면 A고교 교복 값은 16만원(동복 10만 2000원, 하복 5만 8000원)이었다. 이는 학교 측 입찰 기초금액인 총 30만5388원(동복 21만7492원, 하복 8만7896원)을 훨씬 밑도는 가격이고 대다수 학교와 비교해 봐도 10만 원 이상 차이 나는 가격이다.

문제는 가격은 저렴하지만 부실한 교복이었다는 점이다.

음성타임즈는 지난 10월 1일 B업체가 4년 동안 A고등학교에 남학생 하복바지를 사양서(모 40~50%, 폴리 50%)에 크게 못 미치는 폴리에스터 93%, 폴리우레탄 7%의 원단을 사용한 하복바지를 납품했다고 보도했다.

B업체는 불량교복임을 인정하고 10월 말경 A고등학교 남학생을 대상으로 한 벌(하복바지) 당 2만원씩 환불 또는 교환 조치한 바 있다.

B업체는 불량교복임을 인정하고 10월 말경 A고교 남학생을 대상으로 하복바지 한벌 당 2만원씩 환불 또는 교환 조치한 바 있다. 사진은 학교측에서 학부모와 학생들에게 제공한 안내문.
B업체는 불량교복임을 인정하고 10월 말경 A고교 남학생을 대상으로 하복바지 한벌 당 2만원씩 환불 또는 교환 조치한 바 있다. 사진은 학교측에서 학부모와 학생들에게 제공한 안내문.

 

불량교복 업체인줄 알면서 또 낙찰?

하지만 더욱 큰 문제는 이러한 사실이 알려졌음에도 A고등학교 내년 교복업체로 B업체가 또다시 선정됐다는 점이다.

일부 학부모들은 “불량교복을 납품한 업체를 학교는 또다시 입찰에 참여시키고 결국 학생들은 내년에도 그 업체 교복을 공급받게 됐다.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고 황당하고 분통이 터진다”며 “학교와 교육지원청 태도를 이해할 수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실제 A고등학교는 내년도 교복주관구매 업체를 결정하는 입찰과정에서 B업체에 대해 아무런 제재 없이 참여시켰고 결국 B업체는 최저가로 낙찰됐다.

결국 계약을 위반해서 학생들에게 환불·교환조치까지 한 업체가 내년 교복업체로 또다시 선정된 것이다.

음성교육지원청 전경
음성교육지원청 전경

 

대답 없는’ 음성교육지원청과 학교

도대체 이유가 뭘까?

취재결과 음성교육지원청과 해당학교의 행정중심 처리방식과 부실한 대응 때문인 것으로 드러났다.

음성교육지원청과 A고등학교는 B업체가 불량교복(남학생 하복바지)을 납품했다는 사실을 이미 지난 8월 말 인지했었다. 8월 말경 일부 학부모들은 학교와 음성교육지원청에 문제를 제기했다. 하지만 음성교육지원청과 A고등학교는 내년도 입찰 참여제한을 위해 어떠한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

불량교복임을 최초로 알린 음성군장애인부모연대 C씨는 8월 중순 발달장애 학생을 둔 A고등학교 학부모와 상담을 하는 과정에서 교복에 문제가 있었음을 알게 됐다. C씨는 “남학생 하복바지는 나일론 성분 원단으로 학생은 공기가 통하지 않고 땀이 많이 차는 불편을 호소했다”고 말했다. 이후 C씨는 8월 20일 경 음성교육지원청에 이의를 제기하고 개선책 마련을 요구했었다.

하지만 음성교육지원청는 별다른 대응을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C씨는 “음성교육지원청 담당자에게 이야기를 했는데 교복 주관구매는 각 학교의 교복선정위원회에서 결정하는 사안으로 교육청에서 개입할 수 없다고 이야기했다”고 전했다.

음성교육지원청에서 조치를 취해주지 않자 C씨는 8월 말 또다시 A고등학교에 이의를 제기했다. 하지만 A고등학교에서도 마찬가지였다고. C씨는 “명백히 잘못된 일을 시정해 달라고 하는데 교육청에서도 학교에서도 아무도 개선하려고 하지 않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대해 음성교육지원청 한 관계자는 “9월 1일자로 인사이동이 있었고 전임자로부터 어떠한 말도 들은 적이 없다”고 말했다. A고교 관계자도 “8월 말에 이야기를 들었을 때는 심각하게 생각을 안했다. 이의를 제기하는 사람의 말이 사실인지도 확신할 수 없었다”며 “학교에서는 공식적인 절차가 중요하다. 공무원들이 소문만 듣고 일을 처리할 수는 없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결국 C씨가 음성교육지원청에 다시 이의를 제기했고 9월 9일이 되어서야 음성교육지원청이 공식적으로 민원이 접수하게 된다. 또 A고등학교가 음성교육지원청 직원을 통해 공식적으로 민원을 접수한 시점은 9월 10일경이다.

학부모가 문제를 제기한지 20여일이 지나서야 학교와 교육지원청은 민원을 접수하게 된 것이다. A고등학교 관계자는 “음성교육지원청으로부터 공식적인 연락을 받은 후에는 변호사 조언도 받고, 편지도 쓰고, 절차대로 할 수 있는 모든 조치를 다했다”고 말했다.

8월 말에 문제를 인지한 A고등학교는 9월 19일이 되어서야 불량교복 관련 학부모 설명회를 개최했고 10월 10일 충북도교육청 고문변호사에게 의뢰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도교육청은 10월 18일 공식적으로 민원을 접수받았고 부정당업체인지 아닌지를 판단하기 위해 11월 5일 청문을 열었다. 부정당업체인지 아닌지에 대한 판단결과는 조만간 발표될 예정이다.

결과적으로 일반인도 누구나 확인할 수 있는, 명백히 계약을 위반한 교복업체가 부정당 업체인지 아닌지를 판단하는데만 3개월이 소요된 것이다.

 

학생의견’보다 ‘근거’가 중요한 학교

민원을 접수하고, 기다리고, 또 결정을 기다리는 동안 이미 A고등학교 내년도 교복 입찰과정은 모두 끝났다. A고등학교는 10월 2일 2020년 학교주관 교복 구매 제안서 설명회를 가졌고 10월 11일 4개 교복업체 중 최저가(동·하복 21만원)를 제시한 B업체가 최종 낙찰됐음을 발표했다. A고등학교 한 관계자는 “계약위반이라는 것은 알지만 아무런 근거도 없이 입찰 참여를 제한할 수 없었다”며 “이미 낙찰된 이상 내년 교복은 B업체에서 공급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C씨는 “학생들의 건강을 담보로 이익을 챙기려는 교복업체의 부도덕성에도 화가 나지만 더 화가 나는 것은 학부모의 의견을 대수롭게 생각하지 않고 공식적인 절차만 따지는 학교와 음성교육지원청의 행태”라며 “공식적인 절차만 따지다 내년에도 우리 아이들은 부정당업체 교복을 입게 생겼다”고 울분을 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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