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경기·광주·부산·제주·강원 등
대부분 광역단체 '청년수당' 도입
충북 사는 청년도 '청년수당' 필요해
자존감 지키는 염치있는 삶 살고파

모두가 달력의 빨간 날을 세며 행복해할 때, 긴 연휴가 달갑지 않은 사람들이 있습니다. 취업준비생들이 그럴 테지요. 가족들에게 변변한 명절 선물을 내밀지 못했다는 미안한 마음에 휴일에도 집에 가지 못하고 공부를 택한 청년들이 있을 겁니다. 청주에서 자라 대학교를 마치고 취업을 위해 고군분투하는 취업준비생 정은영 독자가 <충북인뉴스>에 기고글을 보내왔습니다. 충청북도에 살고 있는 청년들을 위해 보다 현실적인 지원책을 마련해 달라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글의 전문을 싣습니다.

염치있는 삶을 위하여 / 독자 정은영 기고글

나는 허기가 두렵다.

아침 일찍 집에서 나와 걸어서 40분 거리의 도서관에서 토익 공부를 하던 나는 배고픔에 시간을 확인했다. 1시 10분 전. 점심시간이라 그런지 오전부터 들어찼던 좌석도 한적했다. 무엇을 먹을까 조금 미적대다가 무거운 엉덩이를 일으켜 자리에서 일어난다. 나가서 가게에서 해결할지, 구내식당을 이용할지, 편의점을 이용할지 망설인다. 머리에 여러 생각이 스치고 결국 여느 때와 다를 것이 나는 편의점 식품 매대 앞을 서성거렸다.

고민은 끝이 없다. 2,000원짜리 김밥 한 줄을 먹을지, 1,600원짜리 삼각김밥을 먹을지 한참을 고민한다. 한 달에 30만 원의 용돈을 받아쓰는 처지에 100원, 200원의 차이는 생각보다 크다. 그런데 400원이야 말할 것이 있겠는가. 결국엔 1,600원짜리 삼각김밥을 고른다. 세상에는 먹을 것이 넘친다는데 내 선택지는 한참 좁기만 하다. 제일 작은 컵라면의 국물을 곁들이며 내가 먹는 것이 삼각 김밥인지 서러움인지 모를 일이다. 오늘도 속이 얹히고 말았다.

다음날 저녁. 친구와 오랜만에 만났다. 밥이나 한번 먹자는 친구의 제안은 부담스러웠으나 즐거운 일이었다. 돈가스를 먹으러 가자는 친구의 제안에 흔쾌히 따라갔다. 가장 싼 돈가스가 8,000원이었다. 가격표를 보고 놀랐지만 애써 놀란 마음을 갈무리했다. ‘요번 달엔 시험 접수하고 면접 사진을 찍느라 용돈이 아슬아슬한데. 어쩔 수 없다. 내일은 컵라면은 빼고 먹어야지.’ 맛있게 밥을 먹고 각자 몫대로 계산을 하려는데 친구가 한발 앞서 계산대에 다가섰다.

  - 여긴 내가 살게.
  - 아니야. 아니야. 나 돈 있어.
  - 취준생이 무슨 돈이야. 나 오늘 월급 받아서 그래. 취업하면 네가 쏴 알겠지?

그 소리에 머뭇대는 사이, 친구는 자기 몫에 내 몫을 더 하여 결제했다. 머뭇대다니 참 염치도 없다. 친구에 대한 고마움과 미안함, 민망함이 한꺼번에 훅 밀려든다. 이렇듯 취업 준비를 하는 매일은 자신의 구질구질함을 마주 보는 시간이었다. 그뿐이랴, 미래에 대한 불안감, 자신에 대한 답답함, 세상에 대한 한탄으로 머리가 웅성거렸다.

그나마 집에서 용돈을 받는 나는 사정이 나은 편이다. 자취를 하며 취업을 준비하는 또 다른 친구는 종일 아르바이트 삼매경이다. 방세며, 식비, 통신비 등등 각종 생활비를 벌어야 하기 때문에 공부도 공부지만 취업 스터디 모임에 들어가기도 쉽지 않다고 했다. 틈틈이 노력했지만 스터디 모임에서 할당하는 양을 충족하지 못하다 보니 결국 중간에 나오고 말았단다. 친구는 취업 준비에 매진하고 싶다가도 당장에 생활이 어려워질 것을 알기 때문에 쉽사리 아르바이트를 그만두지 못한다. 생계유지와 취업 준비를 병행하는 것은 이처럼 어려운 일이다.

취업 시장에서 중요하게 여기는 것은 스펙이다. 그래서 청년들은 학원가를 전전하고 인터넷 강의에 몰두하며 각종 자격증 준비, 대외활동, 인턴십에 열을 올린다. 최소한의 사회생활과 공부만 하는 데도 많은 돈이 든다. 그 사실을 취준생이 되고 나서야 뼈저리게 느끼게 되었다. 취업이 언제 될지도 모르는 이 상황까지 더하여 가슴이 답답해질 뿐이다.
 
청주시가 올해 2019년부터 2023년까지 5개년 계획으로 청년정책기본계획 73개의 추진과제를 수립했다는 기사를 접했다. 정보를 찾아보았다. 당장 내가 받을 수 있는 혜택이 무엇일지 궁금했기 때문이다. 기대감을 안고 살펴본 청년정책기본계획에는 요즘 핫하다는 청년수당 신설에 대한 부분이 빠져 있었다.

청년수당은 서울시, 경기도 등에서 시행하고 있으며 나이와 거주지 등의 요건이 성립하는 청년들에게 진로 및 취업 준비에 도움을 주고자 일정 금액을 지원하는 제도이다. 청년 실업과 복지에 관심이 많아진 요즘, 청년수당을 시행하는 시도가 점점 늘어가고 있다.

현재 시행하고 있지 않는 지역이라도 청년수당 지급을 계획 중에 있으며 곧 시행할 예정이라는 발표를 하고 있다. 그러나 충북은 예전부터 청년수당에 대한 일언반구의 말도 없었으며 여기 5개년 계획에도 빠져있다. 충북 청주시의 주민으로서, 청년으로서 어찌 실망스럽지 않을 수 있으랴.

물론 청년정책기본계획이 다 엉터리라는 것은 아니다. 청년 실업을 해결하고 청년 복지를 실천하기 위한 계획들이 준비되고 있다. 청년에게 주거지 혜택을 주고 취업을 위한 일자리를 늘리는 등의 구조적인 변화와 개선을 이루는 것은 정말 필요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이는 취준생인 나에게는 너무나 먼 이야기다. 누군가는 나에게 속물적이라 할 수 있지만 현실이 그러하다. 기업은 스펙 많고 경력 있는 신입을 바라고 그마저도 요즘은 구인 자체가 매우 줄어들어 취업의 길은 요원하기만 한데, 사람으로 살아가며 돈이 나갈 구석은 정말로 많기 때문이다. 청년들의 한숨은 늘어만 간다.

숲을 키우려다 그 앞에서 메말라가는 나무를 보지 못하고 살피지 못한다면 그 숲은 영원히 자랄 수 없을 것이다. 가장 최소한의 생활, 최소한의 염치를 지키기 위해서는 청년수당의 도입이 시급하다.

달에 한 번 30만 원을 건네며 많이 못 줘서 미안하다는 엄마에게 나는 죄인이었고, 취업을 못해 움츠러드는 자신에게 상처를 주는 나는 스스로에게 죄인이었다. 이것은 나만의 이야기가 아니고 '우리'의 이야기다. 지금 이곳을 살아가는 많은 청년들의 이야기다. 그러니 부디 충청북도는 이제 더 이상 청년들을 염치없는 죄인으로 만들지 말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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