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지역 노동인권단체, “노동부 삼화전기 늦장조사… 이유 해명해야”
두 달 가까이 조사 미뤄 시간 벌어줘… 불법파견 제보자는 불이익 조치

고용노동부가 노동단체로부터 불법파견 의혹을 신고 받고도 두 달 가까이 조사에 착수하지 않았다는 주장이 제기돼 논란이 일고 있다.

 

고용노동부가 노동단체로부터 불법파견 의혹을 신고 받고도 두 달 가까이 조사에 착수하지 않았다는 주장이 제기돼 논란이 일고 있다. 노동부 조사가 미뤄지면서 이 사이 해당업체는 계약직으로 직원을 신규고용하는 처벌을 피할 수 있는 조치를 취한 것으로 나타났다.

의혹을 제기한 충북지역노동인권단체는 “고용노동부의 조사가 늦어지면서 결과적으로 업체에 대비할 시간을 벌어 주었다”며 비호의혹까지 제기했다.

15일 ‘비정규직없는충북만들기운동본부’(이하 운동본부)는 기자회견을 열고 고용노동부청주지청(지청장 김상환)이 불법파견에 대한 늦장조사를 규탄했다.

운동본부는 기자회견에서 “지난 해 11월 22일 고용노동부 청주지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삼화 삼화전기의 불법파견 의혹에 대해 특별근로감독을 실시할 것을 촉구한바 있다”며 “두달여가 지난 지금에서야 현장감독을 실시하려고 한다”고 밝혔다.

이어 “이로 인해 삼화전기 사측은 불법파견 문제제기를 알아차리고 난 뒤 두 달 정도 이를 대비할 시간을 벌었다”며 “사건의 특성상 신속한 조사를 통해 증거를 확보해야 했지만 고용노동부가 조사를 미뤄 시간을 벌어줬다”고 비판했다.

운동본부의 주장처럼 고용노동부는 2달 가까이 현장 조사를 미뤘고 이 사이에 삼화전기 측은 불법파견을 처벌을 피하기 위한 여러 조치를 취한 것으로 확인됐다.

고용노동부청주지청이 불법파견 민원인에게 보낸 공문. 내부 전결은 지난 해 12월 20일 진행됐지만 올 1월 8일이 돼서야 공문이 전달됐다.(제공 비정규직없는충북만들기운동본부)

운동본부가 삼화전기에 대한 ‘불법파견 특별근로감독’ 요청 민원을 접수한 것은 지난 해 11월 22일이다.

하지만 고용노동부는 지난 12월 하순까지도 담당자 조차 정하지 않았다. 청주노동인권센터 오진숙 변호사는 “기자회견 이후 수차례 전화통화를 하거나 방문했지만 12월 중순까지 담당근로감독관 조차 정해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고용노동부는 문제제기가 계속되자 뒤늦게 오진숙 변호사에게 ‘사업장 감독 청원서 처리계획 통지’ 공문을 발송했다. 해당 공문이 도착한 날짜는 올 1월 8일. 하지만 문서의 내부 전결일자는 지난 해 12월 20일로 되어 있었다.

해당공문은 내부 결재 과정을 끝내고도 18일 정도 지나서야 민원인에게 답변 통보가 간 것이어서 일반적인 상황은 아니다.

 

제보자만 쏙 골라 계약직 꼼수?

 

이러는 사이 삼화전기 측은 불법파견 의혹이 일었던 하청업체 직원에 대해 선별 고용절차를 진행했다. 지난 8일 삼화전기 사측은 삼화전기 정규직 노동조합과 협의했다며 결과를 공고했다. 이에 따르면 불법파견 의혹 대상자 50여명 중 일부는 정규직 7급으로 채용하고 나머지는 연봉직과 계약직으로 채용한다고 공고했다.

운동본부는 삼화전기가 제시한 임금조건도 정규직과 차이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신규채용 직급과 연봉제 직원 모두 최저임금을 조금 상회하는 수준이었다”며 “정규직원에게 적용되는 호봉제와는 차이가 있는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삼화전기 불법파견 의혹에 대한 최초 제보자가 불이익을 당했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운동본부는 “불법파견 의혹 제기 이후 삼화전기는 제보자를 색출해 신규 채용이나 연봉제 직원이 아닌 계약직으로 채용하겠다고 공고했다”며 “이는 명백한 보복성 조치이며 향후 해고를 예고하는 것에 불과하다”고 밝혔다.

고용노동부의 현장조사 일시도 의혹을 샀다. 운동본부 관계자는 “고용노동부의 조사가 계속 지연돼 기자회견을 하기로 했더니 노동부가 급작스럽게 현장조사계획을 발표했다”며 “이 마저도 하필이면 삼화전기의 꼼수 조치가 완료된 날 현장조사를 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고용노동부의 현장조사와 삼화전기의 행적이 까마귀 날자 배 떨어진 식으로 찰떡 궁합이다”며 “의혹의 눈초리가 향할 수 밖에 없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고용노동부청주지청은 “담당자가 자리를 비워 답변을 할 수가 없다”며 취재에 응하지 않았다.

한편 불법파견 의혹을 받고 있는 삼화전기는 전해콘덴서 세계생산량의 31%를 생산하고 2016년말 기준으로 매출 1440억원을 올린 대기업이다. 현재 충북 청주시와 충주시에 생산 공장을 두고 있으며 직원수는 420명이다.

삼화전기는 운동본부가 지난 해 제기한 불법파견 주장에 대해 “전혀 사실이 아니다”며 “우리 회사는 파견업체를 통해 인력을 받은 것이 아니라 사내 도급을 준 것이다”며 의혹을 부인했 다. 이 업체는 당시 “고용노동부에 특별근로감독을 요청한 만큼 조사에 임하겠다. 만약 결과가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나오면 노동단체에 법적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밝혔다.

운동본부는 지난 해 11월 22일 기자회견을 열고 삼화전기가 15년간 불법파견 고용을 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노동단체는 삼화전기에 근무하는 이들 노동자들은 정규직 임금의 60%만 받고 상여금도 하나도 받지 못하며 차별을 받아왔다고 주장했다.

저작권자 © 충북인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