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골함 위치 벗어나 봉분‧둘레석 설치돼…공원, 알고도 ‘모른척’
80여기 근접한 채 엇박자 설치…위치 따라 타인 묘에 성묘 한 셈

청주시 장사시설인 목련공원의 가족 봉안묘가 졸속으로 지어친 채 수십년째 운영된 것으로 확인됐다.(사진은 청주시 목련공원에 조성된 봉안묘기단)

청주시 장사시설인 목련공원의 가족 봉안묘가 졸속으로 지어친 채 수십년째 운영된 것으로 확인됐다. 유골함 위에 있어야 할 둘레석과 봉분은 위치를 절반정도 벗어나 있었다.

유골함이 안치돼 있는 둘레석의 폭은 1.2m로 매우 좁았다. 봉안묘 사이의 이격거리는 채 1m도 되지 않아 봉분이 자칫 타인의 유골함을 침범했을 가능성도 완전 배제 할 수 없는 상황이다.

상황이 이러한데도 목련공원 고위관계자는 “처음 듣는 이야기라”라며 “전혀 모르는 일”이라고 발뺌했다.

목련공원은 청주시가 1998년 준공해 운영하고 장사시설로 화장장 시설과 분묘, 납골시설이 구비돼있다. 2011년부터는 청주시시설관리공단(이사장 한권동)이 시로 부터 위탁을 받아 운영하고 있다.

‘봉안묘’는 ‘장사 등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분묘의 형태로 된 봉안시설을 말한다. 목련공원 봉안묘는 화장을 마치고 난 망자의 유골을 안치하는 ‘유골함’과 유골함을 둘러싸고 있는 둘레석위에 분묘 형태의 봉분으로 구성돼 있다.

유골함에는 10기의 유골을 안치 할 수 있어 목련공원의 봉안묘는 ‘가족봉안묘’로 운영되고 있다.

하지만 청주시 목련공원 봉안묘는 유골함 위에 있어야 한 봉분과 둘레석이 제자리에 있지 않았다. 제보자가 보내준 봉안묘 내부 사진을 확인한 결과 둘레석은 유골함을 절반정도 벗어나 있었다.

봉분도 마찬가지였다. 원칙상으론 유골함을 정중앙에 두고 봉분이 설치돼 있어야 하지만 봉분은 둘레석을 따라 설치돼 있었다.

청주시 장사시설인 목련공원의 가족 봉안묘가 졸속으로 지어친 채 수십년째 운영된 것으로 확인됐다. (사진은 봉안묘 공사 당시 모습)
청주시 장사시설인 목련공원의 가족 봉안묘가 졸속으로 지어친 채 수십년째 운영된 것으로 확인됐다.(사진은 봉안묘 내부 조감도)

 

 

 

80여기 봉안묘, 차례차례 엇박자

 

청주시 목련공원 봉안묘기단은 수십기가 가로로 놓여 있는 형태다. 봉분과 봉분사이의 간격은 채 1m도 되지 않는다. 이렇다 보니 수십기의 봉안묘 봉분이 차례차례 옆으로 밀렸다. 상황에 따라서는 봉분이 타인의 유골함을 침범했을 가능성 마저 배제 할 수 없는 상황.

상황이 이러한데도 청주시 목련공원을 관리하는 고위 관계자 A씨는 이 같은 사실에 대해 “처음 듣는 이야기”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만약 그런 상황이라면 심각한 일”이라면서도 “이런 얘기를 들어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본보 취재 결과 이같은 주장은 사실이 아닐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확인됐다. 봉안묘의 엉터리 설치 사실을 제보한 한 시민은 “지난 해 가을 경 지인이 봉안묘가 잘못 설치된 사실을 확인하고 목련공원측에 항의를 하고 민원을 제기했다”며 “이 사실을 모른다는 것은 말이 안된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목련공원의 또 따른 관계자는 부실시공 사실과 민원제기 사실을 시인했다. 이 관계자는 “처음 개원당시부터 잘못 설치된 것 같다. 유골함의 위치와 봉분의 위치가 엉뚱하게 설치 돼 있는 것은 맞다”고 말했다.

또 “지난 해 한 유족이 격하게 항의 한 사실도 알고 있다”며 “함부로 분묘에 손을 댈 수 도 없는 상황이어서 난감하다”고 말했다.

유족들에게 사실관계에 대해 알렸는지 여부를 묻자 이 관계자는 “알린적이 없는 것으로 안다. 아마 대부분의 유족들은 모르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조상을 기리는 전통이 남달리 강한 대한민국. 청주시를 믿고 정성스럽게 모신 묘소가 엉터리로 조성된 사실조차 유족들은 모르고 있는 셈이다.

청주시 목련공원의 ‘모르쇠’ 행정이 유족들의 가슴에 멍을 남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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