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재일 의원, 총선당시 ‘미호천에 500억원 들여 수상레포츠 공원’ 공약
미호천수질 청주 3~5등급 수영불가 지역…음성군 수질 ‘최악’ 대책시급

서울 한강에서 웨이크보드를 즐기고 있는 모습(사진 뉴시스)
청주시 작천보 상공에서 내려다 본 미호천. 변재일 국회의원은 지난해 총선에서 이곳에 500여억원을 들여 웨이크보드와 카누 등 수상레포츠가 가능한 복원공원을 조성하겠다고 공약했다.

미호천 상류의 수질이 물고기가 살 수 없는 ‘죽음의 강’인 것으로 나타나 충격을 주고 있다. 생물학적 산소요구량(BOD)을 기준으로 1년 중 절반가량이 4급수 이하의 수질을 보였다. 지난 5월에는 농업용수로도 사용할 수 없는 5급수를 기록했고 6월에는 아예 등급 외로 떨어졌다. 4급수가 이하면 물고기는 생존할 수 없다. 상류지역의 수질이 악화되며 미호천 최상류지역은 실지렁이나 붉은깔따구 같은 생명체만 살 수 있는 ‘죽음의 강’으로 변해버렸다.

지난해 치러 진 20대 총선에서 변재일(더불어민주당‧청주청원구)은 500억원을 투입해 미호천지역에 항공과 수상레저 복합공원을 조성하겠다는 공약을 발표했다.

변 의원은 미호천과 무심천 합류부 일원 약 48만㎡ 부지에 웨이크보드, 카누 등 수상 레포츠장을 만들겠다고 약속했다.

그는 공약을 발표하며 “청주시에는 가족이 함께 여가를 보낼 수 있는 여건이 절대 부족한 상황이다. 때문에 청주권에 웨이크보드, 카누 등 수상스포츠를 즐길 수 있는 곳이 마련될 경우, 청주시민에게 큰 선물이 될 것으로 기대 된다”고 밝혔다.

그렇다면 변 의원의 공약대로 미호천에서 웨이크보드 등 물놀이를 할 수 있는 공간으로 탈바꿈 할 수 있을 까?

지난 해 8월 당시 촬영된 미호천 작전보. 부유물이 떠있고 연한 녹조가 발생해 있다.

일반적으로 수영 등이 가능한 수질기준은 BOD기준 2급수 까지다. 하지만 변 의원이 예정지로 꼽은 까치내 상류지역의 수질은 좋지 않았다. 올해 4월부터 6월까지 청주시 외하동 지역의 수질은 BOD 3.5~4.9(㎎/L)를 기록해 3급수 상태에 머물렀다. 지난해 2월에는 8.1(㎎/L)를 기록해 5급수 상태까지 떨어졌다.

3급수 상태에서 수영을 하거나 머리를 감을 경우 맑은 물로 목욕하지 않으면 피부병에 걸릴 수 있다.

4급수 상태에서는 살짝 검정색을 띄며 냄새가 심하게 난다. 수영을 할 경우 피부병에 걸린다. 또 대부분의 물고기가 생존할 수 없다. 5급수의 경우 농업용수로도 사용 할 수 없게 된다.

지난해 기준으로 미호천 청주시 외하동 지역은 장마철인 7월과 8월, 9월에는 2급수를 기록했지만 여천보로 인해 물이 고여 있는 것을 감안하면 수질은 더 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미호천 강외면 궁평리 지역도 마찬가지다. 4월에는 5급수, 6월에는 4급수를 기록했다. 사실상 수상 레포츠에 적합한 수질 상태가 되지 못하는 것이다.

 

물놀이는 2급수 까지 안전…3급수부터 피부병 걸린다.

 

정부는 현재 ‘물환경정보시스템’을 통해 4대강 등 주요 유역에서 측정한 수질관련 정보를 실시간으로 공개하고 있다.

미호천 최상류인 음성군 삼성면 천평리, 진천군 이월면 미잠리, 초평면 오갑리, 청주시 오창읍 여천리, 외하동, 궁평리에서 매월 2회 정도 수질을 측정하고 있다.

2017년 1월부터 6월 말까지 물환경정보시스템에 공개된 미호천의 수질은 모두 3급수 이하였다. 음성군 삼성면 천평리는 BOD 4.3(㎎/L)로 3급수를 기록했다. 진천군 이월면 미잠리 지역은 7.2(㎎/L)로 4급수로 최악의 수질상태를 보였다.

농다리 상류지역인 진천군 초평면 오갑리는 4.1(㎎/L)로 수질이 개선되다 다시 여천보가 가로막고 있는 오창읍 여천리 부근에선 4.8(㎎/L)로 다시 악화됐다.

청주시 외하동 지역은 3.0(㎎/L)를 기록해 3급수 상태를, 이후 작천보를 지나 청주시 강외면 궁평리 지역에선 4.0(㎎/L)를 기록해 다시 악화됐다.

반면 청주도심을 가로지르는 무심천은 안정적으로 2급수 상태를 유지했다. 2017년 1월부터 6월 현재까지 청주시 남일면 신송리에서 서문동 구간 3곳에서 측정된 BOD 수치는 각각 2.9, 1.6, 1.8(㎎/L)를 기록해 2급수로 확인됐다.

역설적으로 인구 85만이 거주하는 도심을 가로지르는 무심천이 모래강이라는 정화능력이 뛰어난 미호천보다 양호한 수질을 보인 것이다.

 

윗물이 문제…미호천 상류, 농업용수로도 못쓴다

 

물환경정보시스템이 공개한 수질자료에 따르면 미호천 구간 중 상류지역인 진천군 이월면 미잠리 지역 측정결과가 가장 안 좋다. 이 지역은 음성군을 통과한 미호천이 진천지역에 다다르는 지점이다.

이에 따르면 올 1월부터 6월 사이 기간 중 5개월 동안 4급수 이하의 수질상태를 보였다. 1월 한 달만 BOD 4.2(㎎/L)를 기록해 3급수 상태였지만 2월부터 4월 까지는 4급수 상태를 보였다. 4급수는 심하게 오염된 물로 물고기조차 살수가 없다.

5월과 6월에는 BOD 10.8과 8.2(㎎/L)를 기록해 등외 등급과 5급수 상태를 기록했다. 5급수는 심하게 오염된 상태로 농업용수로도 사용 할 수 없다.

하류지역으로 내려오면서 미호천의 자정능력으로 수질이 일정하게 회복되지만 상류에서 내려오는 5급수의 물을 자연정화로만 해결하기에는 한계가 보인다.

지난 7월 중순 촬영된 돼지와 소 사육 축사가 밀집한 음성군 선정리 소재 하천. 검은색에 가깝고 거품이 일고 있다.(사진 음성환경지킴위)

현재 전문가들은 미호천 물 오염의 가장 큰 요인으로 축산폐수를 꼽고 있다. 4대강 사업이후 금강 전문기자로 활동하고 있는 김종술 오마이뉴스 시민기자는 미호천 물을 직접 마신뒤 “축산폐수 냄새가 심하다”며 “미호천 물 오염의 가장 큰 원인이라고 할 수 있다”고 밝혔다.

김종수 기자가 언급했듯 최악의 수질을 보이는 진천군 이월면 미잠리 지역은 음성군 대소면과 경계지점이다.

이곳에는 음성군 대소공공하수처리시설과 음식물을 퇴비로 자원화하는 G사의 공장이 위치해 있다. 또 음성군 관내에서 사육되는 가축의 60%가 밀집돼 있는 삼성면의 하류지역이기도 하다.

 

음성군, 공공가축분뇨처리장 조차 없다

 

음성군에 따르면 2016년 12월 기준으로 삼성면 농가에서 사육하는 돼지는 5만2304 마리, 소 15891 마리다. 소와 돼지를 합하면 6만7925마리로 이곳에 거주하는 사람보다 8.7배나 많다.

이 외에도 삼성면의 축산농가에서 사육하는 오리와 닭은 합계 650만2240 마리에 달한다.

이를 면적 당 거주인구와 사육가축두수로 으로 환산하면 1만㎡ 당 사람은 1.55명이 거주한다.

반면 돼지는 1만㎡당 10.3마리, 소는 3.1마리, 오리와 닭은 283마리가 사육된다.

신고 되지 않은 미신고 축사가 상당수인 것을 고려하면 실제 밀도는 훨씬 더 높아진다. 이곳 삼성면 지역 가축 축사에서 발생하는 분뇨는 하루 700 여톤. 가로‧세로‧높이가 1m 된 상자 700개 분량이고 24평형 아파트 9채를 1m 높이로 채울 수 있는 분량이다.

1년으로 환산하면 폭 20m, 1m 높이로 12.8km 정도를 채 울 수 있는 양이기도 하다.

이렇게 많은 가축분뇨가 발생하지만 현재 음성군에는 이곳에서 발생한 가축분뇨를 처리 할 수 있는 가축분뇨 처리시설이 존재하지 않는다.

진천군 등 충북도내 지자체 대부분이 공공가축분뇨 처리시설을 갖추었지만 음성군은 현재까지 시설을 갖추지 못했다.

이에 따라 이곳에서 발생한 가축분뇨 중 오줌은 액비로, 나머지는 퇴비로 처리돼 다시 농지에 뿌려진다. 농지에 뿌려진 액비는 다시 토양 속으로 스며들어 지하수를 오염시키거나 다시 미호천으로 흘러든다.

음성군 삼성면환경지킴위 서대석 대표는 마구잡이로 뿌려진 액비와 가축분뇨가 미호천 수질 악화의 주범이라고 밝혔다.

서 대표는 “제대로 발효시킨 액비는 냄새가 안 나야 된다. 하지만 삼성면 일대에 뿌려진 액비로 인해 한 여름에도 창문조차 열수 없을 정도로 냄새가 심하다”며 “발효되지 않은 가축분뇨를 발효과정도 거치지 않고 그대로 버리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음성군에 민원을 넣어도 ‘담당 공무원은 단속 규정이 없다’는 말만 되풀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가축분뇨관리, 강화안화면 미호천은 4급수

 

현재 가축분뇨에 대한 처리는 ‘가축분뇨의 관리 및 이용에 관한 법률’으로, 가축분뇨를 발효시켜 만든 액비는 ‘비료관리법’에 의해 규제를 받고 있다.

음성군 관계자는 “액비 등의 부속도에 대한 기준은 구체적으로 명시된 것은 올 상반기였다. 그 이전까지는 발효되지 않은 액비를 뿌려도 제재 할 방법이 없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인근 지자체의 경우 음성군과 다른 모습을 보였다.

이천시 관계자는 “액비 때문에 민원이 많이 제기되고 있다”며 “민원의 핵심은 냄새가 나 생활에 불편을 느낀다는 것이다. 냄새의 원인은 제대로 발효되지 않은 가축분뇨를 농지에 뿌렸기 때문이다. 이를 제재하는 것이 핵심이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부속도 기준이 제정된 것을 올해지만 이천시는 비료관리법의 다른 조항을 근거로 액비의 무분별한 살포를 막고 있다”고 말했다.

또 이천시와 진천군은 액비 살포 전 농업기술센터에서 액비를 살포 할 수 있는 ‘시비처방전’을 발행해 무분별한 액비 살포를 차단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두 지자체는 농가가 시비처방전 발행을 요청하면 해당 농지의 토양을 분석해 이를 바탕으로 살포 할 수 있는 액비의 양을 정해준다. 이를 초과해 살포하면 행정처분 대상이 된다.

또 진천군의 경우 공공가축분뇨처리시설에서는 액비를 생산하지 않고 전량을 정화처리 해 토양에 살포되지 않도록 사전차단하고 있다.

가축분뇨가 살포된 농지에서 침출수가 용출돼 하천으로 흘러 들어갔다.(사진 삼성면환경지킴위)

음성군은 지역적으로 남한강과 금강 수계를 모두 걸치고 있다. 하지만 최근 두 수계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 2016년에는 금왕공공하수처리시설에서 남한강 수계와 연결되어 있는 금왕읍 응천에 처리하지 않은 폐수를 3년 동안 무단 방류해 충격을 줬다.

2015년에는 금강수계와 연결된 음성 대소공공하수처리시설에서 환경관리공단과 연결돼 있는 수질자동측정장치(TMS)를 조작해 적발됐다. 이는 음성군으로 위탁받은 업체가 벌인 범죄이지만 음성군이 운영하는 공공하수처리 시설인 만큼 책임에서 온전히 벗어나지는 않는다. 더욱이 공공가축분뇨처리시설이 아직까지 마련되지 않았다는 것은 여전히 논란거리다.

미호천은 음성군 마이산에서 발원해 진천과 청주시를 거쳐 세종시로 이어진다. ‘미호천 르네상스’ 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미호천은 그 위상을 새롭게 조명 받고 있다.

하지만 발원지 지역이 5급수로 전락해 전체 수질에 악영향을 끼치고 있다. ‘윗물이 맑으면 아랫물도 맑다’는 속담처럼 미호천 수질에 대한 음성군의 노력이 그 어느 때 보다도 절실하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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