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에 가로막힌 하천…원형 잃고 거대한 호수로 변해
백제보 인근 비와도 녹조밭…세종시까지 거대한 호수

▲ 8월 26일 비가 내렸지만 부여 백제보 주변에 녹조가 가득 껴있다. 사진/육성준 기자.
▲ 녹조 띠를 따라 멀리 백제보가 보인다. 사진/육성준 기자.
▲ 초록 페인트가 풀린 것처럼 금강에 녹조 알갱이가 가득하다. 사진/육성준 기자.
▲ 고추가루 만한 크기의 녹조 알갱이
▲ 세종특별자치시 세종보에서 바라본 금강. 거대한 호수처럼 보이는 금강 유역으로 고층 아파트가 들어서 있다.사진/육성준 기자

‘녹조라떼’의 재앙 ⓵편 : 호수가 된 강

올해 여름 유난히도 무더위가 기승을 부렸다. 불볕더위에 사람도 지치고 짐승도 지쳤다. 지친 것은 생명체만이 아니었다. 4대강도 지쳤다. 지친 4대강은 녹조의 습격을 감당하지 못했다.

녹차라떼는 옛말이 되었고 ‘녹조잔디밭’, ‘녹조축구장’이란 신조어가 등장했다. 하늘에서 내려다본 4대강은 어디가 논이고 어디가 강인지 구분이 되지 않았다. 그 녹조 수면 위로 초록 물감을 뒤집어 쓴 채 가쁜 숨을 몰아쉬는 물고기 사진은 사람들을 충격으로 몰아넣었다.

급기야 환경단체가 ‘4대강 청문회’를 요구하며 나섰다. 환경운동연합, 대한하천학회, 불교환경연대와 오마이뉴스는 지난 19일부터 ‘4대강 청문회를 열자’ 캠페인을 시작했다. 이들이 전하는 현장 소식은 참혹했다. 1000만명이 식수원으로 사용하는 낙동강의 죽은 물고기 뱃속에 기생충이 가득했다. 금강의 썩은 펄 속에는 시궁창 ‘깔따구’와 실지렁이가 득실거렸다. 본보도 급하게 미호천 하류인 금강을 거슬러 둘러봤다. 대청댐으로부터 60km 지점인 충남 부여군 백제보에서 출발해 공주시 공주보, 세종시에 있는 세종보를 살펴봤다. 지금은 세종시로 편입된 부강면 가교와 미호천을 살폈다. 결과는 단순했다. 흐르는 강에는 녹조가 끼지 않았다.

 

흐르는 강에는 녹조가 끼지 않았다. 보로 가로 막혀 거대한 호수가 돼 버린 금강 하류 백제보 인근은 녹조로 가득했다. 인적이 끊어진 공주 보 끝자리 어로에는 역겨운 냄새가 풍겨왔다. 검고 누런 물길은 한 치 속을 보여주지 않았다. 하천 원형을 유지하고 있는 상류는 달랐다. 세종시 부강면 가교에는 비가오자 낚시꾼들이 루어 낚시에 나섰다. 가교 밑으로 어른 팔뚝만한 물고기가 움직이는 것이 그대로 보였다. 보에 가로막힌 하류와 흐르고 있는 상류는 같은 금강이지만 결코 같은 강이 아니었다.

지난 8월 26일 무더위를 식히는 단비가 내렸다. 비는 바람과 함께 쏟아졌다. 하루 전까지만 해도 폭염 때문에 거리에 나서기 힘들었지만 금강 둑에서 맞는 비바람은 닭살이 돋을 정도로 추웠다. 8월 26일 이날을 기점으로 올 여름 무더위도 기세가 꺾였다.

한국수자원공사는 지난 달 8월 24일부터 펄스방류를 시작했다. 창궐한 녹조에 대응하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었다. 펄스 방류가 시작된 지 3일후인 26일, 본보는 부여 백제보를 찾았다. 오전 11시경 비는 바람을 따라 흩뿌렸고 하늘은 검은 구름으로 가득했다.

▲ 부여 백제보 관리공원에 세워진 4대강 공적비. 이명박 전 대통령의 친필 서명이 새겨져 있다.사진/육성준 기자

황량한 4대강 공적비

강 수면위로 30m 이상 높이정도로 보이는 백제보 전망대에서 내려다 본 금강은 초록이 아니라 검은색이었다. 짙게 낀 먹구름 때문이다. 거세게 부는 바람을 따라 수면도 파동이 거세게 일었다. 그동안 언론에 보도된 짙은 초록은 아니었다.

백제보에서 취재진이 처음 마주한 것은 다름 아닌 4대강 공적비. 이명박 전 대통령의 친필 휘호와 함께 ‘금강 새물결’이란 공적비가 세워져 있었다. 이 비에는 “금강을 자연과 인간이 조화를 이루는 생명의 새 터전…중략… 4대강 사업 주역들의 이름을 이곳에 새겨 그 공을 기립니다”란 문구와 함께 수백명의 이름이 새겨져 있었다.

백제보 인근 금강으로 내려오자 전망대에서 내려다 본 것과는 달랐다. 수면은 온통 초록이었다. 고춧가루 만큼 정도의 녹조 알갱이가 수면위에 둥둥 떠다녔다. 투명 용기에 물을 뜨자 녹조 알갱이가 그대로 드러났다. 나무로 강물을 내려치자 초록물감이 솟구쳐 올랐다. 쏟아져 내린 비도, 바람도, 펄스방류도 아직 녹조를 데려가지 않았다.

공주보는 백제보 상류 23km 지점에 설치돼 있다. 공주보, 백제보의 높이는 7m다. 녹조가 대부분 남아있던 백제보와는 달리 공주보 상류에는 녹조가 보이지 않았다.

보의 양 가장자리에는 어도가 설치돼 있었다. 어도로 흘러내리는 물에서 역한 냄새가 코를 찔렀다. 강물은 매우 탁했다. 검은 색을 띠는 흙탕물 같았다. 보 주변으로 설치돼 있는 통행로는 잡풀이 무성했다. 계단은 아예 풀에 덮여 보이지 않았다.

공주보에서 세종보로 이동하는 동안 흡사 한강을 보는 듯 했다. 강의 둔치는 직선으로 반듯하게 일자로 정비돼 있고 너비는 300~500m 정도 돼 보였다. 그 넓디 넓은 곳을 물이 가득 채우고 있다.

공주보에서 세종보는 18km 정도 떨어져 있다. 세종보의 높이는 4m로 공주보와 백제보에 비해 3m 낮다. 높이는 낮지만 세종보가 가둔 물은 거대한 호수를 이뤘다. 강 이라기 보다는 호수다. 호수 너머로 높게 솟은 아파트가 대비를 이룬다. 이곳에서 본 풍경은 흡사 서울 한강대교에서 본 풍경과 흡사했다.

4대강 사업으로 금강은 원형을 잃었다. 중간 중간 모래섬이 있고 섬진강처럼 흐르던 금강 모습은 온데 간데 없다. 오직 서울 시내를 가로지르는 한강처럼 직각의 강만 흐르고 있었다.

 

“금강은 4급수로 전락했다”

퇴적물 쌓이고 썩어…4급수지표종 붉은깔따구 발견

 

“금강은 4급수로 전락했다.” 이경호 대전환경운동연합 사무국장은 4대강 사업이후 금강의 수질이 크게 악화됐다고 밝혔다.

그는 “보가 완공된 후 시간이 지나면서 이상한 생물체가 등장했다. 붉은깔따구 같은 생명체가 나타났는데 이는 바닥 퇴적물이 썩어있는 곳에서 사는 생물이다. 4급수에 사는 생명체로 알려져 있다”고 말했다.

이 국장의 말대로 환경부는 '실지렁이' '붉은깔따구류' '꽃등에' '종벌레' 등을 수생태 오염지표종으로 분류한다. 4급수는 농업용수로 사용 가능하며 수돗물로 사용할 수 없다. 오랫동안 접촉하면 피부병을 일으킬 수 있는 물이다.

이 국장은 금강에 녹조가 발생한 것은 4대강 사업 이후라고 설명했다. 그는 “처음 녹조가 발견된 것은 2012년이다. 보가 완공된 후 약 2달 뒤에 백제보 주변에서 처음 발견됐다. 백제보 뿐만 아니라 공주보에서도 발견됐다”고 밝혔다. 이어 “2~3년 전부터는 세종보에서도 녹조가 발견됐다. 녹조가 발생하는 지역도 넓어지고 있다”며 “처음에는 만곡부 지역, 즉 흐름이 적은 곳에서 발견됐는데 이제는 강의 본류에서도 녹조가 발견된다”고 말했다.

26일을 기점으로 녹조가 줄어든 것에 대해서 이 국장은 “비가 오고 바람이 분 것이 영향을 준 것 같다. 녹조는 물만 흐르면 바로 쓸려 내려간다. 24일부터 펄스방류를 한것도 영향을 끼친 것 같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충북인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