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 충북도립대학교는 두 차례에 걸쳐 연수나 워크숍을 핑계로 제주와 부산을 오가며 1억여원이 넘는 세금을 사용했다. 명목은 연수였지만, 실상은 관광이었다. 오성급 호텔에 머물고 요트를 타고, 전신 마사지를 받았다. 제주도 연수는 총장과 부인, 보직교수 등 4명이 갔는데, 15명이 간 것처럼 서류를 조작했다. 1인당 1000만원 가량 세금으로 흥청망청했다. 부산 연수도 참석자가 조작되고 비용이 부풀려졌다.
이것은 빙산의 일각이었다. 충북도립대는 교육부에서 지원된 ‘도립대 혁신사업비’ 수십억원을 제 맘대로 썼다. 실험실습 기자재를 구입한다며 구입하지도 않은 물품을 구매한 것처럼 서류를 조작했다.
일부는 예산낭비 수준을 넘어 범죄로 의심되는 행위였다. <충북인뉴스>는 국민들이 피땀 흘리며 낸 세금을 훔쳐간 충북도립대 일부 구성원들이 벌인 ‘세금 도둑질’ 내역을 탈탈 털어 연속으로 보도한다. <편집자주>
충북도대립대학교(이사장 김영환)가 연수비용을 조작한 용역업체에 날조된 결과보고서를 제작하는 대가로 추가비용까지 지불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이들 업체는 참석하지 않은 직원들이 참가한 것처럼 서류를 조작하고, 심지어 하지도 않은 만족도 설문조사까지 첨부했다.
이들 업체와 도립대 측은 사전에 공모한 정황도 드러났다. 충북도립대는 기획안을 작성하면서 허위 참석자 명단을 만들었고, 용역업체는 이를 바탕으로 결과보고서를 조작했다.
도립대는 조작된 사실을 감추기 위해, 출장기록부까지 허위로 작성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1. 5250만원 제주 연수, 실제 참석자 5명
충북도립대는 지난 2월 4일부터 8일까지 ‘2025년도 국가재정지원사업 주요관계자 워크숍’이란 이름의 행사를 진행했다. 제주도 일원에서 행사가 진행됐는데, 실제 참석자는 김용수 전 총장과 부인, 전 교학청장 A교수, 전 산학협력단장 B교수, 전 창의융합교육지원센터장 C교수 등 5명이 참석했다.
이들 5명이 제주에서 4박 5일 연수를 진행하는데 총 5250만원이 소요됐다.
이 행사에 대한 결과보고서는 서울특별시에 소재한 K사가 맡았다. K사는 이들 용역 외에도 충북도립대로부터 수천만원의 용역사업을을 수차례 진행했던 업체다.
K사가 작성한 결과보고서는 철저히 조작됐다.
이 업체는 가장 먼저 참석자수를 조작했다. 충북도립대 교직원들 중 실체 참가자는 김용수 전 총장과 보직교수 3인 등 4명에 불과했지만, 총 15명이 참가한 것으로 허위로 기재했다.
K사는 이것도 모자라 참석하지 않은 직원 11명을 포함해 15명이 작성했다는 ‘만족도 설문조사 결과’도 첨부했다.
그러다 보니 웃지 못할 상황도 연출됐다. 설문조사 결과 만족도가 가장 높은 주제로 ‘요트 투어’로 나왔다.
또 직원들이 자유롭게 적은 “요트 투어는 생각보다 훨씬 재밌었다”, “요트 투어가 의외로 좋았다. 바다에서 여유로운 시간을 보내니 정말 힐링됐다”, “요트 투어 예상보다 너무 재미있었다”는 소감문까지 첨부했다.
하지만 이에 대해 김용수 전 총장은 전화통화에서 “요트 투어는 기상 상황 때문에 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실제 진행하지도 않은 ‘요트 투어’를 가지고, 결과보고서를 날조한 것이다.
충북도립대와 용역업체 K사가 사전에 공모한 정황도 곳곳에 드러난다.
먼저 K사가 작성한 결과보고서 참석자 명단과 충북도립대가 작성한 ‘계획안’에 기재된 참석예정자 명단이 일치했다.
K사가 충북도립대가 작성한 ‘계획안’에 따라 사후 결과보고서를 조작했을 것으로 의심된다.
충북도립대의 출장결과보고서도 조작됐다. 본보가 확보한 ‘출장내역’에 따르면 도립대는 행사에 참여하지 않은 8명이 제주도로 4박5일 출장을 간 것으로 조작했다. 한 직원은 이 기간 충북 청주시로 출장을 간 것으로 기재했다. 4박5일 제추에 머물면서, 동시에 충북 청주시로 출장을 갔다고 한 셈이다.
이렇게 결과보고서를 제출하는 과정에서 업체에게 부당한 이익은 제공되지 않았을까?
먼저 K사에게 결과보고서 작성비 명목으로 100만원이 책정됐다. ‘산출내역서’에 따르면 K사는 결과보고를 위한 전문운영진 인건비로 100만원을 지급받았다. 이 외에도 5명이 움직이는데 제주에서 현지운영진 2명을 운영하는 대가로 250만원, 예비비 100만원, 공식이윤 434만원 등 900만원이 책정됐다.
#2. 5300만원 부산 확대연찬회
용역업체 E사가 작성한 결과보고서에 따르면 충북도립대는 올해 2월 20일부터 21일까지 5300만웡르 들여 1박2일 기간동안 부산으로 ‘2025년도 확대연찬회의’를 다녀왔다.
E사가 작성한 결과보고서에는 도립대 직원 30명이 참석했다며 ‘연찬회의 참석 서명부’와 이들이 작성한 ‘만족도 설문조사’ 결과를 첨부했다.
이 결과보고서도 앞서 K사가 작성한 보고서처럼 조작됐다. 실제 참석자는 30명이 아니라 18~19명만이 참석했다.
결과 보고서에는 해당 기간 제주도로 출장간 직원과 청주시로 출장은 간 직원도 참석한 것으로 돼있다. 심지어 출석부에 서명까지 기재돼 있다.
이 행사 역시 앞선 제주도 연수와 마찬가지로 충북도립대가 작성한 계획안의 참석예정자 명단과 결과보고서에 참석한 인원이 동일했다.
충북도립대가 작성한 출장기록부도 조작되긴 마찬가지였다. 출장기록부에는 18명이 참석했다고 돼있다. 여기에 출장기록부에 누락된 김용수 전 총장등 보직교수 6인을 합산할 경우 실제 참석자수보다 출장기록부에 기재된 인원을 초과한다.
참석자 명부를 조작하고, 심지어 서명까지도 위조한 결과보고서를 작성하는 대가로 E사도 별도의 비용을 제공받았다.
계획안에 첨부된 산출내역서에 따르면 E사는 결과보고서를 작성하는 대가로 150만원을 추가로 지급받았다. 실제 행사비용은 2배 이상 부풀려는데 이 외에도. 운영비 예비비 210만원, 별도 이윤 438만원 등 800만원을 지급받았다.
#3. 완전범죄 꿈꿨나? 사진조작 의심도
충북도립대가 적게는 600만원대에서 많게는 5000만원 이상 국민세금을 써가며 다녀온 각종 연수는 수십건에 이른다.
취재 결과 수십 건중 비용을 부풀리거나 결과보고서를 조작한 것으로 의심되는 경우가 70%가 넘었다.
충북도립대는 용역업체를 통해 결과보고서를 조작하면서, 이를 감추기 위해 출장기록부를 허위로 작성하는 수법을 사용했다.
이 과정에서 허위로 사진을 합성해 첨부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M사가 작성한 ‘2024년 주요 보직자(경연진) 워크숍 결과보고서’에 따르면 김용수 전 총장 등 핵심보직교수 5인과 직원 10명은 지난 해 7월 18일부터 19일까지 강원도 영월지역으로 연수를 다녔다.
행사에 소요된 비용은 총 600여만원이다.
참석자는 10명으로 기재됐지만 취재결과 실제 참석자는 김용수 전 총장 등 5인으로 나타났다.
앞서 언급한 제주와 부산 연수와 마찬가지로 결과보고서엔 참석자가 10명으로 기재됐다.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 결과보고서에는 8명이 행사 현수막을 들고 있는 사진이 첨부됐다.
취재 결과 이 사진은 충북도립대학교에서 촬영됐다. 참석하지 않는 직원까지 동원해 숫자를 부풀린 다음 사진을 찍은 것이다.
첨부된 사진 중 김용수 총장이 숲속에서 찍은 사진도 첨부됐다.
이에 대해 충북도립대 관계자는 “그 사진은 합성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도 사진이 합성됐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언론사 사진기자출신으로 30년 경력을 가진 사진전문가 Q씨는 “사진 배경은 매우 어두운데, 유독 등장 인물만 도드라지게 밝다”며 “합성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김용수 전 총장은 “처음듣는 얘기다. 총장이 실무차원에서 작성된 결과보고서에 대해 알지 못한다”며 “실무진에게 확인해 보라”고 밝혔다. 관련 실무 담당자들은 “수사중인 사안이라 확인해 줄 수 없다”고 말했다.
용역사에 조작된 결과보고서를 납품하는 대가로, 추가 비용을 지불하고, 직원들은 이를 감추기 위해 출장기록부까지 조작한 충북도립대.
실무 직원이 혼자 했다고 주장은 납득하기 힘들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