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 충북도립대학교는 두 차례에 걸쳐 연수나 워크숍을 핑계로 제주와 부산을 오가며 1억여원이 넘는 세금을 사용했다. 명목은 연수였지만, 실상은 관광이었다. 오성급 호텔에 머물고 요트를 타고, 전신 마사지를 받았다. 제주도 연수는 총장과 부인, 보직교수 등 4명이 갔는데, 15명이 간 것처럼 서류를 조작했다. 1인당 1000만원 가량 세금으로 흥청망청했다. 부산 연수도 참석자가 조작되고 비용이 부풀려졌다.
이것은 빙산의 일각이었다. 충북도립대는 교육부에서 지원된 ‘도립대 혁신사업비’ 수십억원을 제 맘대로 썼다. 실험실습 기자재를 구입한다며 구입하지도 않은 물품을 구매한 것처럼 서류를 조작했다.
일부는 예산낭비 수준을 넘어 범죄로 의심되는 행위였다. <충북인뉴스>는 국민들이 피땀 흘리며 낸 세금을 훔쳐간 충북도립대 일부 구성원들이 벌인 ‘세금 도둑질’ 내역을 탈탈 털어 연속으로 보도한다. <편집자주>
혁신의 적임자라며 김영환(국민의힘) 충북도지사가 임명한 김용수 충북도립대 총장(현재 직위해제)이 재임기간 중 출근의무일 467일 가운데 출장을 이유로 135일에 걸쳐 학교를 비운 것으로 나타났다.
금요일과 월요일, 명절 연휴기간 앞 뒤로 고양시와 서울에 하루 종일 출장을 달아놓고 30일 이상 학교에 출근하지 않은 정황도 확인됐다.
특히 금요일에 출장이 집중됐는데, 자택으로 가는 데 필요한 기차요금 등 교통비용을 출장비로 충당하기 위해 허위로 출장부를 기재했다는 의혹도 커지고 있다.
김용수 총장은 지난 2023년 7월 4일 김영환 지사로부터 임명장을 받아 업무를 수행하다, 올해 5월 22일 직위 해제됐다.
총 재임기간은 689일이고, 이중 공휴일과 명절 등 법정휴일을 제외한 출근의무일은 467일이다.
본보가 충북도립대 김용수 총장 출장기록을 확인한 결과 재임기간 중 총 275회 출장을 간 것으로 나타났다. 출근의무일이 467일 인 것을 감안하면 이틀에 한 번꼴로 출장을 다녔다.
275회 출장 중 김 총장이 아침 9이전부터 저녁 6시까지 하루 종일 출장을 간 일수는 135일로 나타났다.
여기에 개인 휴가와 하계휴가 등을 더하면 출근 의무일 중 1/3이상 학교를 비운 것으로 의심된다.
275회 출장 중 김용수 총장의 자택이 있는 경기도 고양시와 근처에 있는 서울로 간 출장횟눈 76회다. 전체 출장의 1/4에 해당한다.
서울과 고양시로 간 출장은 금요일과 월요일에 집중됐다. 76회 중 금요일이 53회, 월요일이 14회에 이른다.
충북도립대 직원에 따르면 경기도 고양시 지역에서 학교와 관련돼 있는 업무는 거의 없다고 한다. 설령 고양시와 서울시 지역에 관련돼 있는 업무가 있다고 해도, 꼭 금요일이나 월요일에 90% 이상 출장이 발생한 이유도 납득하기 어렵다고 한다.
금요일과 월요일, 법정 공휴일 앞뒤에 고양시와 서울로 하루 종일 출장을 간 것도 37일이나 됐다.
이렇게 되면 ‘금‧토‧일‧월’ 등 4일 연속으로 학교에 출근하지 않게 돼, 이른바 ‘알박기’ 출장을 기록한 것은 아닌지 의심이 간다.
금요일과 월요일 알박기 출장이 의심되는 이유
알박기 출장으로 연속 휴가를 보냈다는 의심을 뒷밭침하는 정황은 곳곳에서 발견된다.
김용수 총장이 취임한 2023년 7월 7일(금요일) 오전 9시부터 저녁 6시까지 서울 출장을 간 것으로 기록돼 있다. 토요일(8일)과 일요일(9일)을 지나 김용수 총장은 11일(화) 또 다시 경기도 고양시에서 하루 종일 출장을 갔다.
10일 하루 휴가를 냈다면 5일 연휴처럼 사용했을 수도 있다.
2023년 7월 28일(금)과 31일(월요일)에는 연속으로 경기도 고양시에서 하루종일 출장을 간 것으로 기록했다. 허위 출장이라면 알박기 출장으로 4일 연휴를 보낸 셈이다.
이런 패턴은 계속 이어진다. 2023년 8월 25일(금)과 28일(월)에도 경기도 고양시에 출장을 갔다.
2023년 9월 1일(금)과 4일(월)에도 고양시로 출장을 갔다고 기록했다. 같은 달 15일(금)과 18일(월)에도 마찬가지였다.
추석연휴(2023년 9월28일~)를 이틀 앞둔 2023년 9월 26일(화) 김용수 출장은 하루 종일 서울 출장을 달았다. 이 기간은 추석연휴(9월28일~31일)에 이어 국군의날 대체휴일(10월 2일, 월), 개천절(10월 3일, 수)로 6일 연속 연휴가 계속됐다. 9월 26일 서울 출장에 이어 27일 개인휴가를 사용하면 최장 8일을 연속으로 쉴 수 있게 된다.
이런 패턴은 김 총장이 취임한 2023년 7월부터 국무조정실 조사가 시작된 올해 3월까지 끊임없이 지속됐다.
KTX요금 청구하려 허위 출장기록부 작성 의혹
충북도립대 직원들은 김용수 총장이 충북 옥천군 사택에서 일산 자택으로 귀가 할 때 소요된 경비를 지원하기 위해 출장을 달고, 대금을 지원했다고 의심하고 있다.
이 학교 직원 Q씨는 “종장님이 일산 자택으로 귀가 할 때 대전으로 가서 KTX를 타고 가는 것으로 안다”며 “대전 까지는 관용차로 기사가 모셔드렸다”고 밝혔다.
이어 “이때 KTX 요금 등을 처리하기 위해 출장을 달았던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출장시간을 보면 이를 뒷받침하는 정황이 나타난다.
2023년 12월 김 총장은 대전과 서울로 오후 3시부터 8시까지 출장을 갔다고 기록했다.
2024년 1월 6일에는 오후 1시부터 20시까지 대전과 서울 출장을, 2월 16일에는 오후 4시부터 9시까지 서울 출자을 갔다고 기록돼 있다. 3월 22일에는 오후 2시에, 4월 6일에는 오후 4시에, 12일에는 오후 5시에, 19일에는 오후 4시에, 5월 17일에는 오후 3시에 서울 출장을 간 것으로 기록돼 있다.
이날은 공교롭게도 모두 금요일이다. 금요일 오후 5시에 서울로 출발하면 저녁 7시가 넘는데, 이 시간 출장업무를 수행했다는 것이 쉽게 납득되지 않는다.
사실상 일산 자택으로 귀가하기 위해 KTX역이 있는 대전이나 서울로 학교를 출발한 시각을 출장으로 둔갑시켰다고 의심할 수 밖에 없다.
김용수 총장 “고양시 출장? 난 모르는 일”
김용수 출장의 출장 문제는 충북도의회에서 문제가 됐다. 지난 해 11월 6일 진행된 충청북도의회 정책복지위원회가 충북도립대를 상대로 진행한 행정사무감사에서 이상식(더불어민주당) 도의원이 김 총장의 출장 문제를 지적했다.
당시 이상식 도의원은 김용수 총장에게 “2023년 7월부터 10월까지 경기도 고양시 일산으로 출장이 굉장히 많다”며 “교육자적인 양심을 가지고 이렇게 하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본다”고 지적했다.
그러자 김용수 총장은 “경기도 일산에 출장을 간 적은 없다”며 “서울역에 내리는데 어떻게 처리된지 모르겠다. 제가 일산이나 고양으로 출장을 갔다는 말을 처음 들어본다”고 말했다.
이상식 도의원이 “금요일, 월요일, 금요일, 월요일. 출장이 반복됐다. 이것은 댁(고양시 자택)에 가신 건데, 그러면 월차를 내야 했다. 출장은 아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김용수 총장은 “기관장이 자기가 출장부를 쓰는 사람은 없지 않냐”며 “부속실 직원이 출장처리를 한 모양인데, 나는 모르는 일”이라고 말했다.
충북도청 확대간부회의 한 시간 하는데 하루 종일 출장
김용수 총장의 출장기록부에 따르면 월 1~2회에 충북도청확대간부회에 참석한다며 아침 9시부터 저녁 6시까지 출장을 간 것으로 돼 있다. 많은 때는 한 달에 2~3회 출장을 가기도 했다.
충북도에 따르면 확대간부회는 매주 월요일 9시에 시작해 한 시간 정도 진행된다.
충북도 소속 직속기관장은 매주 참석하지 않고 월 1회 참석하는 것으로 돼 있다고 한다.
그렇다면 적어도 오전 11시가 되면 회의가 종료되는데도, 김 총장은 하루 종일 확대회의 명목으로 출장을 달았다는 것이 된다..
집으로 가는 교통비까지 세금으로 챙겨야 했나?
충북도립대는 김용수 총장에게 지급한 출장비를 공개해 달라는 정보공개청구에 대해 답변하지 않고 있다. 이에 따라 김 총장에게 지급된 출장비 금액은 아직 확인하지 못한 상태다.
일부직원들은 출장비 명목으로 김 총장이 고양시 일산 자택으로 귀가하면서 사용한 기차요금등을 지급했다고 증언하고 있다.
과연 김용수 총장은 자택으로 귀가하는데 소요되는 기차요금을 국민의 세금으로 지불해야 했을까?
본보는 김 총장의 급여명세서 일부를 확인했다. 그는 이 달에 기본급과 각종 수당을 합해 1400만원을 수령했다.
한 달에 1400만원의 급여는 결코 적은 금액이 아니다. 여기에다 업무추진비가 별도로 편성돼 있고, 또 상황에 따라서는 충북도립대학교 부서에 편성돼 있는 업무추진비까지 사용 할 수 있다.
1인당 1000만원 이상을 들여 국민들이 낸 세금으로 부인과 함께 제주도에서 요트를 타고 전신 마사지를 받았던 김용수 총장.
본보는 김용수 총장의 법인카드와 업무추진비 사용내역, 출장비 지급내역 등을 정보공개 청구한 상태다.
정보공개가 이뤄지는 대로 국민의 세금을 어떻게 사용했는지 샅샅이 공개할 예정이다.
과연 김 총장이 자택 근처인 경기도 고양시에서 법인 카드를 사용했는지도 여전히 관심사다. 굳이 그런일이 없기만을 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