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력수업 불참, 과연 파면사유가 될까?

충원고 이전영 음악교사 “파면 조치 억울해”1인 시위
학교 측 “수업 중 통화로 지속적인 불참확인했다”주장

2014-09-24     박소영 기자
충주에 있는 충원고 정문 앞. 이전영 교사(50)가 1인 시위를 하고 있다. 이 교사는 지난 8월 학교로부터 ‘파면’처분을 받고 현재 소청심사위원회 심의를 앞두고 있다. 그런데 학교 측이 중징계 가운데서도 가장 높은 단계인 ‘파면’처분을 내린 이유에 대해 너무 과하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이 교사는 “학교 측이 일방적으로 내보내기 위해 코너로 몰고 있다”라며 억울함을 표하고 있다.

사건은 지난해 10월 29일로 거슬러 올라간다.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에서 파견된 국악강사 정모씨가 수업을 진행했다. 담당교과 교사와 전문강사가 같이 수업하는 ‘협력수업’시간이었다.

▲ 이전영 교사는 지난 8월 25년간 일했던 학교로부터 파면처분을 받았다. 협력수업 시간에 전문강사와 같이 한 교실에 없었다는 게 이유다. 수업 시간에 26차례 통화한 기록도 지속적인 불참을 뒷받침하는 자료가 됐다. 하지만 이교사는 대부분 업무상 통화였고, 증빙할 자신도 있다며 억울함을 호소한다.
정모 강사는 수업 도중 학생들의 싸움을 말리다 평소 갖고 있던 대금 다듬는 칼을 한 학생에게 들이밀게 된다. 다행히 칼은 당시 신문지로 둘둘 싸여있었고, 칼이 피해 학생의 신체에 직접 닿지는 않았다. 하지만 이 사건이 언론을 통해 알려지면서 학교가 크게 시끄러워진다. 당시 피해학생은 입원했다가 퇴원했으며 정모강사는 형사재판까지 가서 형을 선고받았다. 10월 29일 일어난 사건은 정모 강사와 피해자 측이 합의를 하는 등 잘 마무리 됐지만 몇 달 뒤 협력수업 시간에 참여하지 않는 이 교사에게 불똥이 튀었다. 학교 측은 협력수업시간에 담당교사가 현장에 없었다는 것을 문제삼았다.

2월부터 징계논의

징계 논의가 나온 것은 올 2월부터다. 처음에 학교 측은 인사위원회를 열어 이 교사에게 경징계를 주려고 했다. 학교 측이 보낸 2월 28일자 공문을 보면 “교과담당교사가 수업에 불참해 학생 지도상에 문제가 발생했기 때문에 학습권 위반(교육기본법 3조), 수업 중 교실 무단 이탈(국가공무원법 56조 성실의무)을 들어 경징계를 의결한다”라고 돼 있다.

충원고 박은숙 교장 또한 “1시간 동안 교사가 현장에 없었기 때문에 벌어진 일이다. 협력교사에게만 수업을 맡겨 둔 책임을 져야 한다고 생각해 징계 논의가 시작됐다”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학교 측은 4월 초 경징계를 철회하고 중징계를 의결한다. 당초 학습권 위반과 성실의무 위반에다 추가로 교육기본법 제3조 학습권 위반, 국가공무원법 56조 성실 의무, 같은 법 제57조 복종의 의무와 63조 품위 유지의 의무 위반이 추가됐다.

학교 측은 “당초에는 협력 수업 시간 1교시에만 불참한 것으로 알았지만 징계논의 과정에서 지속적인 수업 불참이 확인 돼 징계 재청을 요구하게 됐다”는 것.

경징계에서 중징계로 바뀌어

학교 측은 7월 직위해제를 이 교사에게 통보한 뒤 8월 초 파면 처분을 내린다. 이에 대해 이 교사는 “파면 처분도 우편으로 배달받았다. 이 학교에서 25년간 성실하게 일했는데 참으로 참담한 심경이었다”라고 밝혔다.

이 교사는 “사건이 발생할 그날은 실기수업시간이라 자리를 피해줄 수밖에 없었다. 학교에서는 자꾸만 무단 이탈이라고 하는 데 교무실에서 업무를 보고 있었다. 강사에게 실기평가 채점지를 갖다주기도 했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협력교사 수업에 담당교사가 함께하면 불편해하는 게 사실이다. 수업을 보조하는 역할은 해왔다. 지속적인 불참이라는 것은 학교 측의 일방적인 주장이다”라고 설명했다.

진위여부를 떠나 지금까지 협력수업 시간에 담당교사가 불참했다는 이유로 파면까지 내려진 사례는 없었다. 이를 두고 일선교사 J씨는 “너무 과하다. 공립학교에서는 경고조치 정도 하고 넘어갈 일이다. 협력교사 시간에 담당교사가 들어가면 솔직히 불편해한다. 수업을 도와주는 정도이지 내내 참석하면 서로 불편하다”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학교 측은 “이 교사는 협력수업시간에 거의 들어가지 않았다. 협력교사에 담당교사가 들어오면 불편하다는 얘기는 들었다. 학교에 있는 모 교사는 그래서 수업이 끝날 때까지 교실 문 밖에서 대기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학교 측 “수업시간에 통화했다”

또한 이 교사의 지속적인 수업 불참의 증거로 학생들의 설문조사 답변과 수업시간 내 통화기록 내역서를 내밀고 있다. 학교 측은 학생회 임원들에게 설문조사를 받았고, 일주일에 4시간 협력수업시간이 있으면 3회 이상 참여하지 않았다는 답변을 받았다는 것. 학교 측은 학생들로부터 받은 설문조사 내용은 징계논의 과정에서 확보한 자료라면서 공개 하지 않고 있다.

지난해 4월부터 11월까지 이 교사가 수업 중 총 26차례 전화 통화한 기록도 증거로 제출했다. 개인 휴대폰이 아니라 학교용 전화의 전화기록을 뽑은 것. 징계사유서를 보면 “학교용 전화 발신내역을 확인해보면 수업 시간에 통화한 내역이 26건이 나온다. 이는 성실 의무 위반이다. 인사위원회와 징계위원회를 거치면서 충분하게 소명할 기회를 줬고, 적법한 절차에 따라 파면 처분을 내리게 됐다”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 교사는 “처음에는 3개월 치 통화내역을 놓고 해명하라고 했다. 해명을 다 하니 4월달 기록부터 내밀었다. 지난 4월에 통화한 내용을 1년도 더 지나 어떻게 기억할 수 있겠는가. 그리고 26건 기록도 모두 개인적인 통화도 아니었고, 업무와 관련된 게 대부분이다. 협력 수업 시간에 잠깐 잠깐 업무를 보기 위해 전화한 것이다. 개인적인 통화는 사건이 발생한 당일 1교시에 57초 언니랑 아버지 병중에 대해 논의한 것과 20여분 방과후 수업 시간에 동료교사와 한 적밖에 없다. 방과후 수업시간은 오케스트라를 지도하고 있어서 학생들과 쉬는 시간을 갖지 않고 몰아서 수업한 후 통화한 것이다”라고 해명했다.

신명학원은 충주에서 충원고와 신명중학교를 운영하고 있다. 우태욱 이사장은 설립자 3세다. 부인이 현재 충원고 교장을 맡고 있다. 그는 “사립학원에 대한 세간의 오해가 많은 데 이 문제는 학교 내 징계위원회와 인사위원회 절차를 밟아 진행한 것이다. 내부 구성원들이 판단한 것이다. 해임과 파면 2가지 중에 선택할 수 있었는데 위원들이 파면을 더 많이 선택했다. 이는 이사장이 결정한 게 아니다. 나도 처음엔 놀랬다. 억울하다고 생각하면 소청심사를 신청하면 된다”라고 설명했다.

이 교사는 소청심사 절차를 밟고 있다. 그는 “우선 명예를 회복하고 싶다. 물러나지 않고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교사의 변호를 맡은 우수정 변호사는 “징계가 너무 과다하다. 통화내용도 거의 다 업무관련이었다. 또 통화가 사실 많은 것도 아니다”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