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추모리본, 언제 철거할까?
충북도·세월호 범도민대책위 상의 결과 참사 200일 이후 재논의키로
청주시청 앞 도로변 리본 부지불식간 사라지자 “우리는 모르는 일”
2014-09-23 홍강희 기자
승객 304명의 목숨을 앗아간 세월호 참사 때 전국민이 울었다. 국민들은 슬픔과 분노를 이기지 못하고 가슴에 노란 추모리본을 달았다. 그리고 거리 곳곳에 추모리본을 걸었다. 충북도민들도 모두 이 행렬에 동참했다. 세월호 참사는 지난 23일로 160일이 됐다. 청주시내에는 현재 충북도청 서문 주변과 상당공원, 청주시청내 소공원, 서문다리 등지에 리본이 걸려있다.
그런데 리본이 오랫동안 대로변에 매달려 있다보니 때가 끼고 검게 퇴색되거나 비바람에 떨어지고 훼손되는 등 문제가 나타나기 시작한 것. 이에 충북도는 지난 15일 ‘세월호희생자추모 및 진실규명충북범도민대책위’(이하 세월호 범도민대책위)에 리본을 어떻게 처리했으면 좋겠느냐고 상의했다. 도청 주변에는 대략 2만7000여개의 리본이 걸려있다. 그동안은 리본에 낀 먼지를 털어내고, 비바람에 훼손되는 리본들을 정리하는 등 나름 신경을 써왔으나 적정 시점에 정리하자는 게 충북도 입장이다. 물론 도청 서문앞에 걸린 리본에 한해서다.
도 관계자는 “적당한 날짜를 잡아 희생자들의 진혼제를 지내고 리본을 뗀 뒤 영구보존하는 방법을 강구하려 했다. 그러나 대책위에서 리본을 다른데로 이관한다면 세월호 문제도 사라지는 것 아니냐며 반대해 참사 200일 이후 다시 상의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여기서 리본을 떼면 구 민원실 영구보존기록실에 코너를 만들어 방명록, 영정사진, 편지, 충북연고자 현황판, 관련사진 등과 함께 보존할 계획이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세월호 범도민대책위는 “세월호특별법 제정도 잘 안되고 해결된 게 아무것도 없는데 리본까지 철거하면 되겠는가. 현재는 철거시점이 아니라는 게 대다수 의견이다. 오는 11월 1일이 참사 200일인데 그 이후에 다시 논의하자고 충북도에 의사를 전달했다”고 말했다. 때문에 도청주변 추모리본은 그 때까지 걸어놓게 됐다. 도민들 중에는 피로감을 호소하며 하루빨리 리본을 정리해 다른 곳에 보관하자는 의견을 내는 사람들도 물론 있다.
빈소는 안전행정부 지침, 리본은 자체적으로
광역지자체에 설치된 빈소는 안전행정부 지침에 따라 한 것이므로 철거도 지침에 따르면 된다. 그러나 추모리본은 지자체에서 자율적으로 한 것인 만큼 결정도 지자체에서 하도록 돼있다. 충북도에 따르면 리본을 달 수 있도록 끈을 맨 곳은 대구·광주·인천·세종·강원·충북·충남·전북·전남 등 9개 지역이다. 서울시는 시청주변이 아니고 서울광장에 설치돼 별도로 분류. 이 중 대구·인천·광주·세종·강원도가 리본을 철거해 다른 곳으로 옮겼다는 것.
참고로 빈소는 울산·세종·강원·경북이 종료했고 나머지 13개 광역지자체에서 운영하고 있다. 충북도는 당초 대회의실에 빈소를 마련했으나 행사 때문에 신관 로비로 옮겼다. 18일까지 2만7765명이 방문한 것으로 집계됐다.
‘칭찬’받은 충북도·‘항의’받는 청주시
세월호 범도민대책위, 일처리 놓고 규탄 기자회견 계획
‘세월호희생자추모 및 진실규명충북범도민대책위’(이하 세월호 범도민대책위)가 청주시와 이승훈 시장을 겨냥해 쓴소리를 한다. 세월호 범도민대책위는 리본문제뿐 아니라 세월호특별법 제정촉구 단식농성장 천막, 플래카드와 관련 그동안 청주시가 보여준 태도에 대해 짚고 넘어간다는 방침이다.
충북도가 추모리본 처리를 임의대로 하지 않고 세월호 범도민대책위 대표들에게 일일이 물어보고 진혼제 계획을 세운데 반해 청주시는 법의 잣대로만 따져 세월호특별법 제정 촉구 농성장 천막 철거시도를 하고 플래카드를 철거한 것은 국민정서를 고려하지 않았다는 게 이들의 말이다. 실제 이번 건과 관련해 충북도와 청주시의 태도는 확연히 구분됐다는 게 대체적인 평가다. 진혼제 계획까지 세워 범도민대책위 대표단과 상의한 충북도는 덕분에 칭찬을 받았고, 청주시는 항의방문을 받는 처지가 됐다.
이선영 충북참여연대 사무처장은 “상당공원에 농성장 천막을 쳤을 때 철거팀이 와서 규정위반이니 철거하겠다고 했다. 입씨름을 하다 돌아간 뒤 안 와 철거는 안됐으나 농성에 참여한 사람들을 위협했다. 그리고 플래카드는 추석 연휴 때 불법이라며 떼었다. 우리 대책위에서 찾아다 걸면 떼고, 그러면 다른 곳에 걸고 하는 식으로 숨바꼭질을 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는 합법을 가장한 이승훈 청주시장의 생각을 보여준 사례라고 본다. 세월호 문제를 바라보는 이 시장의 관점에 대해 말하고 싶다. 농성장이나 플래카드가 불법이라고 해도 국가적으로 중차대한 문제니 만큼 인도적인 지원을 할 수 있지 않겠나. 그런데 그런 지원이 전혀 없었다”며 분개했다. 청주시는 법대로 했을 뿐이라는 입장이다.
세월호 범도민대책위는 24일 청주시 세월호 상징물 폄훼 규탄 기자회견을 열고 “얼마전 청주시청사 앞에 있던 노란리본이 사라졌다. 청주시는 또한 세월호 단식장에 대해서도 시작 첫날 철거위협을 서슴치 않았다. 시민들이 1~2만원의 성금을 모아 자발적으로 제작, 설치한 현수막도 자의적으로 해석해 무단 철거했다. 세월호 민심을 거스르며 상징물을 폄훼하는 일련의 행동들은 도가 지나치다”며 규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