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진보교육감 탄생…교육계 변화예고
김병우 당선자 “충북교육의 방향 바꾸겠다”의지밝혀
전교조 1세대로 시민운동․교육정책 대안 마련 헌신
충북에서 첫 진보교육감이 탄생했다. 제16대 충북교육감에 김병우 후보(58)가 44.5%로 당선됐다. 2위 장병학 후보는 30.9%다. 선거기간 내내 각종 여론조사에서 줄곧 우위를 고수했던 김 후보의 당선은 이미 예견됐던 일. 하지만 그의 당선은 보수적인 충북교육계에 판을 깨는 중요한 승리다. 그를 지지했던 시민사회단체 활동가들은 “김병우 당선자는 유일하게 시민단체 활동을 오롯이 한 인물이다. 충북에서 시민단체 활동을 했던 이들 중에 첫 번째 기관장 입성이라는 점도 의미가 깊다”라고 말했다.
이번 지방선거에서 서울을 비롯한 대다수 지역에서 이른바 진보교육감이 당선되면서 대한민국 교육에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2010년 교육감 선거에서 차점 득표
전교조 1세대이자 전교조 충북지부장, 충북도교육위원을 역임한 김 당선자는 2010년 지방선거에서 교육감에 도전했지만 이기용 교육감의 3선에 밀려 차점자에 머물렀다. 당시 34.19%를 넘는 득표율을 보여 차기 교육감 주자로서의 입지를 굳혔다.
김 당선자는 4년 동안 조용히 선거를 준비했다. 충북대학교 대학원 박사과정 수료(교육행정전공)했고, 충북교육발전소를 만들어 충북도의 교육정책에 대해 분석하고 대안을 제시했다. 충북교육발전소는 학부모, 학생, 교사들이 함께 충북교육의 미래를 고민하는 NGO단체다. 상임대표를 맡았던 김 당선자는 이번 선거에 돌입하면서 대표직을 내려놓았다.
김 당선자는 ‘진보와 보수를 아우르는’ 대통합의 교육감을 타이틀로 내걸었다. 장병학 후보가 비전교조 출신 단일후보이자 ‘준비된 교육감’을 내걸었지만 보수교육감의 뿌리를 잇지 못했다. 보수진영으로 분류되는 김석현, 손영철 후보도 출마해 결국 분열을 초래했다. 올해 이기용 전 교육감이 3선을 역임하고 퇴임했지만 본인이 도지사 예비후보로 나서며 보수진영의 분열이 더욱 가속화됐다. 또 교호순번제 실시도 김 당선자에게 유리했다. 이전에는 번호를 뽑아 선거가 치러져 번호운이 많이 작용했지만 이번에는 번호프리미엄이 없었다.
보수진영 후보들은 선거내내 김 당선자의 전교조 활동 이력을 물고 늘어졌다. 하지만 김 당선자는 “교육에 있어 진보와 보수는 없다. 보수교육이 능력과 효율을 중시하는 사람을 길러내는 데 초점을 맞춘다면 진보교육은 사람다운 사람을 키워내는 것이다. 지금은 둘 다 가치를 가진 조화로운 사람을 필요로 하는 시대”라며 논란을 빗겨나갔다. 결국 보수진영은 구도싸움에 스스로 갇히면서 실패했다는 평가다.
경청토론회 통해 의견 들어
김 당선자는 처음부터 마지막까지 자기 페이스를 유지했다. 진보-보수 프레임에 휘말리지 않고, 이를 지적하는 상대후보들에 대한 네거티브도 하지 않았다. 비전 제시에 치중하면서 여러차례 토론회에서 통합의 교육관을 밝힌 것이 유권자의 마음을 얻었다는 평가다.
김 당선자는 앞으로 충북교육의 방향을 바꾸겠다고 강조하고 있다. 공약 또한 고입선발고사, 학업성취도평가(일명 일제고사)폐지를 비롯해 충북형 혁신학교 도입을 내걸고 있다.
2014년도 고입선발시험은 계획대로 시행할 수밖에 없지만, 이후 내년도 고입전형 계획 수립시 내신성적 만으로 고등학교 신입생을 선발토록 하겠다는 것이다.
김 당선자는 “무조건 공부를 잘하라 잘하라 다그칠 것이 아니라 좋아하게 만들어서 저절로 잘하게 하는 쪽으로 만들려 한다. 우리 아이들에게 상상력, 창의력, 탐구력, 사고력과 같은 미래형 학력을 길러 주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고입선발고사 같은 불필요한 시험과 0교시 같은 억지공부를 없애고 공부하는 방법 등을 시대에 맞게 바꾸려 한다. 그것이 오늘의 배움이 즐거워, 내일이 기다려지는 행복교육이다”라고 말했다.
김 당선자는 성품이 온건하면서도 합리적이라는 평가다. 김 당선자는 진보와 보수단체들을 구분하지 않고 교육에 관한 좋은 의견을 듣고 반영하겠다는 방침이다. 선거 내내 경청토론회를 통해 다양한 단체들을 만나 의견을 청취한 것도 그의 이러한 가치관을 보여준다. 이제 그를 통해 많은 이들이 새로운 꿈을 꾸게 됐다. 부인 김영애씨는 현재 개신초등학교 교사이며 딸 은지씨는 한국예술종합학교 대학원에 재학중이고 아들 용정씨는 서울대 법대를 졸업하고 군복무중이다.
교사운동하다가 4년간 해직․복직 경력…퇴진 후엔 교육위원으로 의회경험
경북 상주 출신인 김병우 당선자는 김천중․고등학교와 충북대 사범대 국어교육과를 졸업하고 1980년 교단에 선다. 중학교에서 국어를 가르쳤던 그는 아이들에게 좋은 선생님이 되는 것이 언제나 꿈이었다고 밝힌다. 하지만 서슬퍼런 시절 그는 개인의 노력만으로 학교현장이 바뀌기 어렵다고 판단하고 교사운동에 뛰어들었다.
전교조 결성에 앞장서다 4년 여 동안 해직자의 길을 걸었다. 당시 함께 교사운동했던 동료 중 한명이 현 국회의원인 도종환 시인이다. 이후 전교조 합법화가 되면서 ‘민주화 운동 유공자’가 되는 반전을 겪었다. 전교조 합법화 이후 전교조충북지부장(2000~2001)을 역임했다. 2006년 26년의 교사생활을 마치고 충청북도 교육위원회 교육위원에 출마해 당선돼 4년간 도 교육행정을 비판 감시하는 의회경험도 쌓았다.
김병우 당선자 경력
►경북 상주 생(1957年).
►상주 숭덕초등학교, 김천중학교, 김천고등학교 졸업
► 충북대 사범대 국어교육과 및 동 교육대학원 졸업(석사)
►충북대학교 대학원 박사과정 수료(교육행정전공)
►중등 국어교사로 26년 재직 (1980~2006)
►(전) 충청북도 교육위원회 교육위원 (2006~2010)
►(전) 전교조충북지부장 (2000~2001)
►(전) 충북교육발전소 상임대표( 2012~2014.01.31. )
►(현) 전국 교육복지포럼 공동대표
주요공약
►도시형 미래학교, 농․산촌 창의학교 등 ‘충북혁신학교’ 도입
►‘사부담 공교육비’ 무상화 추진팀을 만들어 각종 체험학습비, 학습준비물비 등 교육활동경비 단계적 경감
►‘학교평화 프로젝트’를 통해서 안전하고 폭력 없는 학교만들기
►기초학력 신장을 위한 ‘기적을 부르는 교실’운영, ‘진로진학종합센터’ 운영으로 자유학기제와 진로교육의 내실화
► ‘고입선발고사’와 ‘일제고사’ 폐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