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불황에 '빈대떡 신사' 늘었다

충북경찰, 무전취식·무임승차 한달 평균 30명 적발

2014-05-30     충청타임즈
일용직 노동일을 하며 가정을 꾸려 나가는 A씨(48). 매일 새벽 인력시장에 나가지만 1주일째 허탕을 쳤다. 취업준비를 하며 간간이 용돈을 마련하려 나온 건장한 체격의 젊은이들에게 일감을 뺏기기 때문이다.

동료와 해장국 집에서 소주를 마신 A씨는 무작정 택시에 올라타 집으로 향했다.

집 근처에 도착한 그는 택시요금 5000원이 없자 잔꾀를 부렸다.

“깜빡하고 지갑을 놓고 왔는데 얼른 집에 가서 갖고 오겠다”며 줄행랑치다가 뒤쫓아온 기사에게 붙잡혔다.

취업난으로 직장을 구하지 못한 B씨(28)는 전단 배포일을 하며 찜질방 등에서 하루하루 근근이 살아왔다.

수중에 돈이 떨어진 B씨는 청주의 한 PC방에 들어갔다. 종일 굶었던 탓에 호주머니 사정은 생각하지 않고 일단 자장면을 시켜 배를 채웠다.

포만감도 잠시, 음식값과 PC방 요금 1만2000원을 생각하니 걱정이 앞섰다.

종업원이 화장실 청소를 하는 사이 도망치려던 B씨는 주인에게 덜미를 잡혔다.

경기가 좀처럼 회복할 기미가 보이지 않는 가운데 덩달아 ‘현대판 빈대떡 신사’들도 늘고 있다.

29일 충북지방경찰청에 따르면 지난해 1년간 무전취식과 무임승차 등 경범죄처벌법 위반으로 통고처분 내지 즉결심판에 회부된 사람은 모두 374명이다. 2012년(329명)과 비교해 13.6%가 증가한 수치다.

올 들어서도 한 달 평균 30명이 적발되는 점을 고려하면 연말에는 지난해와 비슷할 것으로 보인다.

경찰 관계자는 “지난해 말부터 실업자가 늘면서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서민들이 무전취식 등을 하다 경범죄로 처벌받는 사례가 느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무전취식을 일삼다 적발되는 사례가 주를 이뤘지만 근래 들어서는 경기불황을 반영하듯 생활형범죄가 크게 늘고 있다.

이렇다 보니 충북지역 음식점과 택시업계에서는 ‘무전취식·무임승차 주의보’까지 발령됐다.

흥덕구 산남동의 한 식당 주인은 “음식을 시켜 먹고 달아나는 경우가 한 달에 두세 번 꼴”이라며 “경기가 좋을 때 같으면 불쌍한 사람 도와준다고 생각하지만 요즘 같이 힘들 때는 그러기도 어렵다”고 전했다.

한 개인택시기사도 “목적지에 도착해서는 ‘돈 없는데 마음대로 하라’며 ‘나 몰라라식’으로 나오는 사람들을 보면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어오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