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은 상대가 기뻐하는 것을 아낌없이 주는 것
영화 <라스베가스를 떠나며>
2014-02-28 충북인뉴스
충북녹색당 사무국장
사랑한다고 고맙다고 자주 표현하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중에 누가 더 사랑에 대해서 잘 알까?
매일 잔소리로 바가지를 긁는 아내와 그렇지 않은 아내 중에 누가 더 남편을 사랑하는 걸까?
여전히 사랑에 대해 뭐라고 딱 부러지게 잘 알지는 못하지만 적어도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내 사랑에 지대한 영향을 준 영화가 바로 ‘라스베가스를 떠나며’다.
진짜 사랑이 뭘까를 다시 한번 생각하게 해 주는 영화가 바로 이 영화다.
내게 있어 영화는 가장 인상적인 어느 한 장면으로 기억에 남는다. 이 영화는 포스터의 너무나 절망적인 슬픈 눈의 니콜라스 케이지 얼굴과 엘리자베스 슈가 술을 끊지 못하는 니콜라스케이지에게 근사한 알루미늄 술병을 선물하는 장면이 제일 선명하게 떠오른다.
악덕 포주에게 매여 매일 밤 몸을 팔아야 하는 절망적인 여자 엘리자베스 슈와 알콜중독으로 직장도 잃고, 가족도 떠나고, 술만 마시다 죽으려고 라스베가스로 온 니콜라스케이지는 우연히 만나 서로 사랑을 하게 된다.
몇 번을 다시 봐도 알루미늄 술병을 선물하는 장면에서 어김없이 돌아가신 아버지가 떠오른다. 엘리자베스 슈가 니콜라스케이지에게 술병을 선물하는 마음이 난 뭔지 좀 알거 같다.
술 한 잔 올리고 싶었던 아버지를 다시 생각하다
간경화로 일주일 만에 돌아가신 아버지가 응급실에서 꼬박 이틀만에 정신이 돌아오셨을 때, 초췌한 얼굴로 누워있던 아버지에게 엉뚱하게도 소주를 한잔 올리고 싶었다. 의사가 술 때문에 얼마 못 사실거라던 아버지에게 왜 소주를 한 잔 올리고 싶었었는지 이제야 조금 알겠다. 엘리자베스 슈가 알콜중독으로 죽어가는 사랑하는 남자친구에게 술병을 선물한 마음이 그 마음이지 싶다.
지금 내 또래의 40대 후반 남자들이 아무렇지 않은거처럼 살지만 삶을 살수록 절망적인 현실이 너무 버겁고 힘들게 느껴질 때가 많은 요즘이다. 이럴 때 특히 돌아가신 아버지가 많이 생각난다. 사춘기 어린 내 생각으로 아버지는 오직 자식들과 가족을 위해 살아야 하는 사람인데 왜 그렇게 술을 많이 드셨을까 원망스럽기만 했었다.
아마도 사춘기에 어린 나는 가족을 위해 헌신하는 아버지만을 내가 사랑하고 존경할 아버지로 보고, 그런 아버지만을 사랑했었는지도 모른다. 내 중심적으로 다른 아버지들처럼 아내와 자식, 가족들을 위해 헌신하는 아버지, 오직 나와 가족들에게 자상한 아버지, 어쩌면 내 안에 내가 만들어 놓은 아버지상에 현실의 아버지를 꿰어 맞추려고 했었던 것 같다. 그러다 응급실에서 의사가 이제 얼마 못사시고 돌아가신다고 하니 술 한잔 올리고 싶었던건 아니었을까 생각해본다.
내가 주고 싶은 것을 주면서 사랑이라고 한다
몇 년전 정목스님이 진행하던 불교방송 라디오 프로그램에서 ‘호오포노포노의 비밀’이라는 책을 읽어 주면서 전하던 말씀중에 ‘미안합니다. 용서하세요. 사랑합니다. 고맙습니다.’라는 말이 한참 유행이었던 적이 있었다. 내가 어렸을 때 보다 지금은 훨씬 사랑한다는 말, 고맙다는 말을 많이 하고, 듣고 살지만 그런 말을 하는 사람과 더 살가워지고 깊어지는 것 같지는 않다. 그런데 왜 그런 말들을 많이 하게 되었을까 곰곰이 생각해보니 말이 갖는 무게가 너무 가벼워 졌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말을 하지 않으면 정말 사랑하는지 모르는 걸까? 고맙다는 사랑한다는 감정은 말할 때 그 때 뿐이고, 누군가에게 고맙고, 사랑을 받고 있다면 그냥 고맙다고 나도 사랑한다고 말해버리면 그만인 걸까? 미안하다고 잘못했다고 말 해버리면 그냥 미안했던 일 잘못했던 일들이 없던 일이 되어 버려 또 다시 똑 같은 실수를 해도 그냥 미안하다고 잘못했다고 말만해버리면 그만 인걸까?
오히려 고맙다는 사랑한다는 말없이 따뜻하게 바라보고만 있는 누군가가 더 미덥고 사랑스럽게 느껴지는건 나만 그런걸까?
라스베가스를 떠나며
프랑스, 영국, 미국 | 로맨스/멜로, 드라마
1996.03.01 | 청소년관람불가 | 111분
감독 마이크 피기스
출연 니콜라스 케이지, 엘리자베스 슈, 줄리안 샌즈, 리차드 루이스